[이코노믹리뷰=전현수 기자] 게임 콘텐츠는 수출이 매우 중요하다. 국내 주요 게임사들의 해외매출 비중을 보면 그 중요성이 더 실감 난다. 라그나로크 IP로 잘 알려진 게임 업체 그라비티도 3분기 기준 매출액의 절반가량을 대만에서 벌어들였다. <이코노믹리뷰>는 지스타 기간에 그라비티 대만지역 디비전장을 맡고 있는 김진환 이사를 만나 라그나로크 지식재산권(IP) 게임의 실패·성공과 주요 해외 지역의 게임 시장 특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 그라비티 김진환 사업총괄이사 겸 대만 그라비티 커뮤니케이션즈 사장. 출처=그라비티

라그나로크 IP 게임의 실패와 성공으로 본 지역 분석의 중요성 

그라비티는 라그나로크 IP를 필두로 대만지역에서의 성과가 높다. 과거 PC MMORPG 라그나로크 온라인을 17년째 서비스하고 있으며 올해 설립 이후 그라비티가 사상 최대의 실적을 기록할 수 있었던 것도 라그나로크M의 성공 덕분이었다. 

라그나로크 온라인은 대만에서 인구의 절반가량이 계정을 가지고 있을 정도로 큰 인기를 누렸다. 그만큼 IP의 파워가 강하고 볼 수 있다. 그러나 IP가 유명하다고 후속작이 모두 잘되는 건 아니다. 그라비티는 과거 라그나로크 IP를 이용한 몇몇 모바일 게임이 흥행에 실패하기도 했다.

김진환 이사는 “그런 실패들에서 교훈을 얻어 라그나로크M을 성공시킬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모바일 플랫폼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고 게임을 유저들의 눈높이에 맞추지 못했던 탓이라는 분석이다. 

김 이사는 “게임은 유저와 소통이 중요한데 모바일게임은 유저들의 피드백이 빨랐고 그라비티는 이점에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해당 지역의 유저 의견을 중시하기 위해 모회사의 의견을 주장하기보다 서비스 지역 파트너스의 분석과 의견에 더 힘을 실어줬다고 덧붙였다.

결과적으로 수집형 모바일 RPG 라그나로크R이 괜찮은 성적을 거두었고, 라그나로크M이 대만에 이어 국내에서도 흥행하며 회사의 대표적인 캐시카우로 자리매김했다. 최근엔 동남아까지 그 영역을 확장했다. 김 이사는 라그나로크M의 성공 요인에 대해 PC버전의 향수가 잘 살아난 그래픽과 전투와 경쟁이 주류인 MMORPG 시장에서 유저간 소통을 지원하는 커뮤니케이션 요소를 강화한 점이 차별화된 거 같다고 밝혔다. 

그라비티는 라그나로크 IP를 활용한 게임을 또 하나 준비하고 있다. 라그나로크 스피어 오브 오딘이다. 라그나로크의 캐릭터를 3D 그래픽으로 재현한 던전형 파티플레이 PvP 모바일 게임이며, 핵앤슬래쉬 액션의 장점을 살렸다. 동남아시아 유저들에게 3~4차례 비공개 베타 서비스(CBT)를 마쳤으며 호응을 얻었다는 후문이다. 

라그나로크 스피어 오브 오딘은 라그나로크M과 마찬가지로 내년 대만지역에서 먼저 출시할 예정이다. 대만지역의 라그나로크 IP 파워가 또 한 번 증명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해외 게임 시장, 어떻게 다를까?

김진환 이사는 국내 굵직한 게임 기업들의 해외사업팀에서 일하며 각 해외 지역 간 차이를 몸소 느꼈다. 

대만 지역은 국내 지역과 아주 비슷한 게임 취향을 가지고 있다고 김 이사는 말했다. 과거 PC MMORPG의 인기에 힘입은 게임 시장 성장부터 플랫폼이 모바일로 전환되며 이어진 MMORPG의 인기까지 거의 비슷하다는 평이다. 실제로 국내에서 성공한 게임이 대만 지역에서도 흥행한 사례는 여럿있다. 

김 이사는 중국지역의 모바일게임 시장의 지속 성장을 내다봤다. 그는 “여성 게이머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별도 앱 설치가 필요 없는 HTML5 게임 시장 개방 등 이유로 중국 지역의 모바일 게임 시장은 계속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올해 초 시작된 판호 발급 규제 확대로 판호를 받은 신규 게임은 최소 2000개 이상 줄었으며 이에 따라 중국 기업들이 해외 시장 진출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일본 시장에 대해서 그는 “일본은 과거 최대 규모의 게임 시장에서 현재는 가챠 과금을 통한 세계 1·2위의 모바일게임 시장으로 바뀌었다”고 진단했다. 연이은 이벤트 실시와 계속되는 IP 콜라보 정책이 특징이라는 설명이다. 그에 따르면 일본 유저들은 게임의 세계관과 스토리를 즐기고 타인과 경쟁하는 콘텐츠보다는 협동하는 콘텐츠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또한 게임에 대한 충성도가 높은 편이다.

미국과 캐나다 등의 북미 지역 게이머들은 구매율이 높고 본인이 관심을 갖는 게임에 대한 충성도가 높으며 게임 운영에 대해 서비스사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피력하는 스타일이라고 김 이사는 평가했다. 그는 “최신 기술을 사용한 게임 정보나 관심도 다른 지역보다 높은 편”이라고 분석했다. 

동남아 지역은 유독 남성 게이머들의 비중이 높은 시장이라는 평이 나왔다. 동남아 유저들은 함께 즐길 수 있는 RPG, FPS 등의 협동 게임에 관심이 많다고 그는 덧붙였다. 구매력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높은 편으로 볼 수 없지만 향후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현재 동남아 지역 중에서는 인도네시아, 태국, 베트남 등의 구매력이 높은 편이다.

김진환 이사는 “남미 지역은 아직 모바일게임보다 PC기반 무료 온라인게임에 대한 선호도가 높지만 모바일기기 보급이 가속화되며 유저층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또한 소득 수준이 높지 않아 북미 대비 구매율은 낮지만 게임에 대한 인식이나 정보 수집은 빠른 편이며 최신 게임에 대한 니즈와 욕구가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지역별로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회사는 각 지역에 맞는 서비스 전략을 펼칠 수밖에 없다. 그라비티의 경우 PC온라인 서비스를 약 17년간 이어오며 쌓은 해외 지역 데이터를 기반으로 유저들 성향을 분석하고 파트너사의 의견을 중요하게 반영한다고 김진환 이사는 말했다. 

그는 “서비스 지역별로 사전등록 방법, 유저 소통 포인트, 커뮤니티 구축, 마케팅 믹스, 선호하는 이벤트 등이 매우 다르다. 또한 결제 수단도 지역마다 달라 가능한 많은 유저들이 게임을 안정적으로 즐길 수 있도록 준비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