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중국 고위 관리가 정례 기자회견을 통해 외국 반도체 기업의 시장 독식에 대한 조사에서 매우 큰 진전이 있었다고 밝혀 눈길을 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6일 중국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 반독점국의 우전궈 국장의 발언이 “중국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에 대한 시장 독과점 조사에 진전이 있었다”면서 “매우 큰 진전이 있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6월부터 시작된 각 기업에 대한 시장 독과점 조사에 진전이 있다는 말은, 곧 관련 규제에 나설 것이라는 주장과 일맥상통한다.

최근 미국과 중국은 반도체 시장을 두고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푸젠성 푸저우시 중급인민법원이 중국 푸젠진화반도체의 주장을 받아들여 마이크론 메모리 반도체 제품 26종의 판매를 금지한다고 판결하자 지난 10월 미국 상무부는 푸젠진화 대한 미국 기업의 수출을 제한하는 조치를 내렸다. 마이크론과 푸젠진화의 신경전이지만 사실상 미국과 중국의 공방이다.

이 과정에서 중국 고위 관리가 외국 반도체 기업에 대한 조사를 두고 ‘큰 진전이 있었다’고 언급한 것은, 사실상 추가 규제나 압박에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우전궈 국장의 발언은 중국 반도체 굴기가 차질없이 진행될 것이라는 자신감에서 비롯됐다는 말도 나온다. 푸젠진화 사태 등을 두고 중국 반도체 굴기가 타격을 입었지만, 반도체를 중심으로 하는 중국의 존재감은 아직 현재 진행형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재 중국은 반도체 시장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다. 칭화유니그룹 등 중국 업체들은 글로벌 반도체 업계에 파상공세를 벌이고 있다. 샌디스크와 마이크론 인수에 실패했으나 칭화유니그룹은 지난해 7월 XMC를 인수합병하며 세운 창장메모리를 통해 국가반도체산업투자기금, 후베이성 지방펀드, 후베이성 과학투자 공동투자건설 등과 함께 움직이고 있다.

중국 정부는 13차 5개년(2016~2020년) 계획에 메모리 반도체 사업을 비중있게 다루고 있다. 반도체를 ‘산업의 쌀’로 규정하고 정부 차원의 막강한 지원정책을 펼치고 있으며 향후 10년간 약 170조원을 반도체 산업에 투자할 방침이다. 반도체 산업을 지원하기 위한 중국 정부 차원의 국부펀드인 국가IC산업 투자기금은 초기 자금규모만 약 21조원이다. 세계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0년까지 중국 내에 적어도 26개의 반도체 공장이 들어설 전망이다. 중국은 2015년부터 반도체 자급률을 2025년까지 40%로 늘릴 계획도 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