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자연 기자] 국내 건조기 시장 규모가 100만대 이상으로 커지며 필수 가전으로 등극할 전망이다. 미세먼지 공격으로 건조기 시장에 새로 진입하는 업체들이 몰리면서 건조기 시장도 덩달아 커진 것이다.

2016년 10만대 규모였던 국내 건조기 시장은 지난해 60만대, 올해는 100만대로 불과 3년 만에 시장규모가 10배가량 커졌다. 치열해지는 경쟁 속에서 관련업체들은 전기식 건조기에 집중하고 가스식 건조기는 점점 설자리가 줄어들고 있다.

현재 국내 의류 건조기 시장은 전기식은 LG전자가, 가스식은 린나이가 장악하고 있다. 그동안 건조기는 설치가 번거로운 데다 옷감이 상할 수 있다는 인식이 있어 소비자들의 이목을 끌지 못했다. 그러나 LG가 이러한 단점을 보완한 건조기 제품을 내놓으면서 건조기 ‘붐’을 만들어냈다. 설치가 쉬운 전기식이면서 옷감 손상이 적은 ‘히트펌프 방식’의 건조기를 내놔 대중화를 이끈 것이다.

전기식 건조기가 인기를 끌기 시작하자 삼성전자 등 경쟁사들도 신제품을 들고 건조기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에 SK매직과 위닉스, 교원, 대우전자 등도 해외업체와의 제휴나 OEM(주문자 생산방식) 등을 통해 의류 건조기 시장에 진입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의류건조기 80%는 ‘전기식’ 건조기
의류건조기를 에너지 방식으로 구분하면 전기로 건조하는 ‘전기식’과 가스를 사용하는 ‘가스식’으로 나뉘는데, 요즘 건조기 인기 열풍을 주도한 제품은 전기식 제품이다. 2004년 처음 의류건조기 시장에 진출한 LG전자의 1호 제품은 가스식 건조기였다.

▲ LG전자의 16kg 용량 '듀얼 인버터 히트펌프' 건조기. 출처=LG전자

처음에는 가스식 건조기가 빠른 건조 시간과 전기료 대비 낮은 가스 사용료와 유지비용으로 꾸준한 수요를 유지했다. 그러나 2016년 LG전자가 ‘절전형 전기식 건조기’를 출시하면서 가스식 건조기의 단점이 전기식 건조기의 장점보다 크게 부각돼 더 이상 시장이 커지지 않았다.

이에 두 가지 방식 모두 생산했던 LG전자는 2017년 말부터 온전히 전기식 건조기 생산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더 이상 성능을 향상시킨 가스식 건조기 신제품도 출시되고 있지 않는 상황이다. LG전자의 완전한 가스식 건조기 단종은 아니지만, 업계는 LG전자가 전기식 건조기에 집중하면서 향후에는 가스식 건조기가 단종된 것과 다름없는 상태에 이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써머스플랫폼이 운영하는 가격비교 사이트 에누리 가격비교에 따르면 올해 1~10월 전기식 건조기의 매출은 지난해 전체보다 152% 성장했다. 반면 가스식 건조기는 49% 역성장했다. 지난달 기준으로 보면 전기식 건조기 100대가 팔릴 때, 가스식 건조기는 1대가 팔린 것이다.

LG전자 관계자는 “현재 판매되는 의류건조기 중 80% 이상이 전기식이다”라면서 “건조기 대기 수요 대부분을 차지하는 전기식의 비중은 향후 더 커질 전망이다”라고 말했다.

외면받는 ‘가스식’ 건조기, 왜?

가스식 건조기의 단종설이 나올 만큼 LG전자가 전기식 건조기 판매에 집중하는 이유가 있다. 가스식 건조기는 설치를 위해 배관 공사를 해야 하지만 전기식 건조기는 전기 코드만 꽂아 간단히 사용할 수 있다. 그동안 가스식 건조기 설치 시 발생했던 설치 인건비 부담도 전기식을 선택하면 덜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전기료 폭탄 우려도 줄었다. LG전자는 2017년 12월 냉매를 순환시켜 열을 재활용하는 전기식 건조기 신제품 ‘듀얼 인버터 히트펌프’를 출시했다. 한국의류시험연구원(KATRI)은 이 건조기에서 일주일에 2~3회 정도 세탁물 5㎏을 표준코스로 건조할 경우 에너지 모드 기준 한 달 전기료가 2500~3000원 수준으로 추산했다.

그러나 여전히 가스식 제품을 주력으로 판매하고 있는 기업 ‘린나이’가 있다. 린나이코리아는 1990년대 일본에서 건조기를 들여와 국내에 선보였다. 예전에는 가스식 의류건조기가 전기요금 등 저렴한 유지비용을 이유로 시장의 주류를 이뤄왔지만, 최근 전기식 건조기는 히트펌프 기술이 적용돼 전기요금이 가스식과 비교해 더 저렴해졌다. 이에 LG전자·삼성전자 등 대기업뿐만 아니라 대우전자·위닉스 등 중견기업도 전기식 건조기 시장에 가세하고 있지만 린나이는 여전히 가스 건조기를 고집하고 있다.

▲ 린나이에서 1~2인 가구를 겨냥해 출시한 가스식 건조기 '해밀' 제품. 출처=린나이코리아

업계 관계자는 “국내의 경우 전기식 건조기는 시장이 없었고, 가스식 건조기는 린나이가 원조였다”면서 “가스건조기는 빠르게 건조되는 반면, 가스를 연결하기 위해 배관을 따로 설치해야 하는 설치 제약과 옷감 손상 부분이 약점이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린나이코리아의 가스식 ‘해밀’ 건조기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1kg 미만의 빨래를 20분 동안 신속하게 건조할 수 있는 소량쾌속기능은 최근 건조기의 용량을 크게 내는 전기식 건조기보다 효과적이다. 1~2인 가구를 겨냥해 기존 모델 대비 30% 축소한 사이즈로 무게도 27.4kg에 불과하다. 특히 전기식에 비해 건조시간은 2배 이상 빠르고 유지비는 절반 수준이다.

린나이코리아 관계자는 “1~2인 가구가 전체 가구의 50%를 차지할 정도로 소비의 주체로 떠오르면서 소용량 가전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면서 “다가구에 적합한 전기 건조기보다 가스 건조기는 소형 아파트와 오피스텔을 중심으로 바람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