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비(Simbe)의 로봇 ‘탈리’(Tally)가 슈넉 슈퍼마켓에서 재고를 파악하기 위해 선반을 스캔하고 있다.   출처= SIMBE ROBOTICS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고객들의 식품 소비가 늘어나면서 식품 유통업체들이 창고와 매장의 재고 관리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로봇과 인공지능을 고용하고 있다.

고객과의 상호 소통이 빈번하고 과일이나 채소 같이 상하기 쉬운 상품이 많은 식품 산업에서 로봇의 사용은 비교적 생소한 일이다. 그러나 해당 산업의 스타트업들은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는 로봇을 슈퍼마켓 같은 식품 유통업체에 판매하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미국 세인트루이스 다운타운에 있는 슈넉(Schnuck) 마켓은 미국의 여느 슈퍼마켓과 다를 게 없는 평범한 슈퍼마켓이지만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것이 있다. 바로 ‘탈리’(Tally)라는 로봇 사원이다.

지난해 입사(?)한 탈리는 하루에 세 번 매장을 돌아다니면서 음료, 기저귀 등의 재고를 체크하고 데이터를 수집한다. 탈리가 체크하는 재고 파악은 그동안 매장 직원이 해야 하는 일이었다.

심비 로보틱스(Simbe Robotics)가 개발한 탈리는 무게 13.6㎏에 키 96㎝의 로봇으로 매장에서 사람이나 다른 장애물을 피하면서 선반 위를 끊임없이 체크하고 검사한다. 검사를 멈출 때는 로봇 청소기처럼 자동으로 대기 장소로 돌아가 스스로 충전 상태로 대기한다.

탈리는 선반 정보를 수집하는 것 외에도 선반에 재고 정리하는 방법을 개선해 고객이 기대하는 곳에 제품이 배치되도록 해준다. 캡처된 데이터와 그에 따른 분석 보고서는 유통업체의 브랜드 및 배달 파트너에 대한 선반 및 재고 최적화에 대한 인사이트를 제공한다.

슈넉의 IT 인프라 및 애플리케이션 개발 부사장인 데이브 스텍은 “탈리는 선반 관리 방식과 매장 기능 향상에 큰 역할을 했다”며 “심비와 협력한 결과 우리는 탈리 효과(Tally Effect)를 경험했으며 매장 운영이 즉시 개선되고 팀원의 생산성이 향상됐다”고 평가했다.

이 슈퍼마켓은 단순 업무는 로봇에게 맡겨 운영 비용을 줄이고, 매장 직원은 서비스 개선을 위해 손님에게 더 집중하게 하기 위해 탈리를 도입했다. 회사는 100개에 달하는 전체 매장에 탈리를 확대 보급할 계획이다.

▲ 월마트에서 시험 중인 보사노바 로보틱스(BossaNova Robotics)가 개발한 또 다른 선반-스캐너 시스템.   출처= BossaNova Robotics

소매 매장에 로봇 도입을 고민하는 유통업체는 슈넉뿐만이 아니다. 미국 대형 유통업체 타깃(Target)도 지난해부터 로봇 도입을 테스트 중이다. 월마트도 지금까지 50개 매장에서 보사노바 로보틱스(BossaNova Robotics)가 개발한 또 다른 선반-스캐너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늘 북적이는 매장 내에 사람 대신 로봇을 도입한다는 것에 부정적 시선이 적지 않았으나 최근 들어 분위기가 바뀌었다. 매장 내에서는 로봇을 도입하고 내부적으로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해 효율을 극대화하려는 노력이 곳곳에서 진행 중이다. 과거 유통 업체들이 바코드나 IT 시스템, 무인 정산기를 도입했던 당시처럼 시행착오를 거치면서도 로봇과 AI 도입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이다.

유통업에 로봇과 AI를 접목한 선두 주자는 AI 기술을 통해 온라인 상거래 자체를 재정의한 아마존이다. 아마존의 사용하고 있는 AI 기술은 고객의 구매 내역, 리뷰,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비슷한 구매 패턴과 취향을 지닌 수천 명의 다른 고객 정보와 비교해 가장 관심을 가질 만한 제품을 추천한다. 온라인 사이트에서 스마트폰을 구매하고자 하는 고객들이 있다면 저렴하고 경쟁력 있는 스마트폰만 추천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고객에게는 고급 헤드폰을 같이 추천하고 다른 고객에게는 스마트폰 커버를 추천해 동시 구매를 유도하는 방식이다. 이 같은 번들 판매 전략은 아마존의 장기이기도 하다.

소비자들이 온라인 쇼핑을 하는 가장 큰 이유는 가격과 편리함이다. 소비자들은 조금이라도 저렴한 가격의 제품과 서비스를 찾기 위해 쇼핑 사이트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밀레니얼 같은 젊은 세대들에게 온라인 쇼핑은 즐거운 놀이가 됐다. 아마존 등 온라인 쇼핑업체들은 각기 다른 소비자에게 경쟁 업체와 다른 차별화된 가격을 제시하고 수시로 가격을 바꾼다. 이를 ‘다이내믹 프라이싱’(Dynamic Pricing)이라고 부른다.

동일 품목에 대해 서로 다른 소비자에게 서로 다른 가격을 표시하는 것은 더 이상 감춰진 사실이 아니다. 심지어 같은 제품에 대해서도 접속하는 시간대에 따라 가격을 수시로 바꾼다. 아마존 등 온라인 쇼핑몰은 특정 항목에 대한 관심과 유사한 조건의 이전 판매 기록, 시간 등을 비교해 소비자가 가장 지불할 가능성이 높은 최적의 가격을 제시해 화면에 표시한다. 즉 무조건 저렴한 가격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의 성향과 그동안의 구매 히스토리를 파악해 ‘구매’ 버튼을 누를 만한 적당한 가격을 제시한다는 것이다. AI 기술 도입으로 온라인 쇼핑 자체가 게임과 다름없는 수준이 되고 있다.

반면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이 매장에 로봇을 도입하는 또 한 가지 이유는 온라인 매장이 갖추지 못한 ‘소비자 경험’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실제 매장에 들어가 구매하기 전에 제품을 만져보고 느끼는 경험은 온라인 사이트에서는 할 수 없는 차별화 포인트다. 이를 위해 스마트 봇을 매장에 도입하고 가상 카탈로그를 매장에 설치해 편리하게 쇼핑하게 하고, 실시간으로 가격을 비교하게 해 온라인에서 구매하는 가격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