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페이스북이 15일(현지시간) 블로그를 통해 애플에 대한 반감을 드러내는 한편, 직원들에게 아이폰을 사용하지 말라고 권장했다는 점을 재확인했다. 최근 마크 저커버그 CEO가 임직원들에게 애플 아이폰을 사용하지 말라고 ‘권유’했다는 보도가 나온 가운데, 이를 페이스북이 공식화 한 셈이다.

페이스북 블로그는 “팀 쿡 애플 CEO는 우리의 사업모델을 비판했다”면서 “마크 저커버그 CEO는 동의하지 않으며, 임직원들에게 아이폰이 아닌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사용하라고 권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 마크 저커버그의 페이스북이 아이폰 사내 금지 권고를 내렸다. 출처=픽사베이

페이스북의 반(反) 애플 정서는 올해부터 본격화됐다. 특히 페이스북이 사상 초유의 정보유출사건에 직면하자 애플이 이를 강하게 비판하는 과정에서 두 회사의 신경전은 극에 달했다.

실제로 팀 쿡 CEO는 올해 2월 중국은 물론, 3월에는 방송에 출연해 "페이스북은 고객을 돈이나 상품으로만 취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자 마크 저커버그 CEO가 4월 복스와의 인터뷰에서 "많은 사람을 연결하는 것이 페이스북의 가치며, 이 가치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돈을 지불할 여력이 없는 사람들을 위해 나름의 대책이 필요하다"면서 "많은 미디어처럼 페이스북도 광고에 기반한 사업모델로 우리의 가치를 구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나아가 "팀 쿡의 말은 사실과 다르며, 말만 그럴듯 하다"고 비판했다.

애플은 개인정보보호와 관련해 페이스북을 계속 자극하고 있다. 프라이버시 포털까지 출시하며 관련된 자신감을 보이는 한편, 항상 페이스북을 개인정보보호 비즈니스에만 매몰된 기업으로 묘사하고 있다.

팀 쿡 CEO의 연이은 강경발언은 개인정보보호가 화두로 부상한 상태에서 상대적으로 애플을 돋보이게 만들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많은 ICT 기업들이 개인정보를 확보해 데이터 비즈니스를 추구하며 비판을 받고 있으나, 애플은 약간 다른 행보를 거듭하고 있다.

특유의 하드웨어 플랫폼 비즈니스가 거론된다. 애플은 다른 실리콘밸리 테크 기업과 달리 개인정보확보에 집중하는 회사가 아니기 때문이다. 매출 의존도가 낮아지고 있지만 하드웨어 제품인 아이폰에 iOS라는 사용자 경험을 탑재해 높은 수익을 올리는 기업이며, 이 과정에서 무리하게 개인정보를 취합할 동기는 낮다는 평가다.

물론 애플이 최근 핀테크와 애플워치 등 웨어러블 기기를 연이어 출시하는 한편 스마트 헬스 시장에 진출하거나 콘텐츠 분야를 강화하면서 개인정보보호를 두고 내적인 갈등에 휘말릴 가능성도 있지만, 현 상황에서 애플의 입장은 여전히 개인정보보호에 방점이 찍혔다는 평가다. 애플이 실리콘밸리 테크 기업 일부를 신랄하게 비판할 수 있는 이유다. 이 과정에서 초유의 데이터 유출 사고를 일으킨 페이스북이 주 타깃이 되는 분위기다.

애플이 개인정보보호에 대한 강점을 어필하며 각 국의 환심을 사려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미중 무역전쟁의 불확실성이 세계를 뒤덮는 한편 중국은 물론 유럽에서는 미국 ICT 기업에 대한 반감이 상당한 상태다. 이 지점에서 애플이 다른 미국 기업들의 다소 허술한 개인정보보호 역량을 거론하면서 자사의 경쟁력, 특히 공공성을 강조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팀 쿡 CEO는 올해 초 중국에서 개인정보보호 능력이 없는 미국 테크 기업들을 비판하기도 했으며, 10월26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데이터 보호 프라이버시 커미셔너 국제컨퍼런스에서는 유럽연합의 일반정보보호규정(GDPR)을 극찬하기도 했다. GDPR의 등장으로 실리콘밸리 기업들의 유럽 현지 사업이 일부 제동이 걸리는 가운데, 팀 쿡 CEO만 이를 긍정적으로 표현한 지점이 흥미롭다. 그는 "미국도 GDPR을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팀 쿡 CEO는 같은 실리콘밸리 테크 기업을 '데이터산업복합체(Data-Industrial Complex)'로 부르며 거대 군산복합체에 비유하기도 해 논란에 휘말리기도 했다. 애플의 이러한 행보에 올해 데이터 유출 사고를 겪은 페이스북이 유탄을 맞았다는 지적이다. 마크 저커버그 CEO의 ‘아이폰 사용 금지령’ 행간에 숨은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