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동빈 회장이 '뉴 롯데' 슬로건을 강조하고 있다. 출처= 롯데지주

[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롯데는 지난해 그리고 올해 국내에서 가장 많은 시련을 겪은 기업들 중 하나였다. 경영권 분쟁이 신동빈 회장의 승리로 끝나면서 한 숨 돌리는 듯 했으나, 곧 중국의 사드 보복 그리고 최고 경영자의 구속 수감이라는 악재가 이어졌다. 롯데는 악착같이 버텨냈다. 그리고 그간의 노력은 올해 3분기 주요 계열사들의 실적 개선이라는 성과를 냈다. 신동빈 회장의 복귀로 모든 의사결정의 속도는 빨라진다. 롯데의 도약이 시작됐다. 

주요 계열사들의 전방위 호실적 

롯데의 실적을 이끄는 두 축은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등 유통사업 부문을 담당하는 롯데쇼핑, 그리고 롯데호텔, 롯데면세점 등 레저·관광부문을 담당하는 호텔롯데다. 롯데쇼핑의 올해 1분기~3분기 연결기준 매출은 13조4224억원을 기록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약 15.3%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5067억원을 기록해 8.4%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이와 같은 성장에는 3분기에 매출 7460억원(YoY, +3.9%), 영업이익 890억원(+57.4%)을 기록한 롯데백화점과 같은 기간 매출 1조7070억원(+3.7%), 영업이익 320억원(+41.6%)을 기록한 할인점(롯데마트) 등 오프라인 유통 채널들의 개선된 실적이 반영됐다. 

IBK투자증권 안지영 연구원은 “롯데쇼핑은 올해 2분기 중국 할인점(롯데마트)의 회계 손실 반영을 3분기로 완료했다”면서 “올해 3분기까지 기업의 가치에 악영향을 주는 이슈들이 사라지면서 실적 회복을 이뤄냈다”고 말했다. 

호텔롯데는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인한 어려움 속에서도 올해 1분기~3분기 누적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2% 증가한 4조8429억원의 매출을, 영업이익 1386억원으로 흑자전환을 기록했다. 특히, 중국 롯데마트 법인과 더불어 중국 보복의 ‘제 1타깃’이었던 호텔롯데 계열사 롯데면세점은 사드 보복 이전 수준의 실적을 회복하기 시작했다. 롯데면세점은 지난해 1분기~3분기를 전부 합쳐 영업이익 25억원을 기록하며 큰 위기를 맞았다. 그러나 올해 같은 기간에는 영업이익 2281억원을 기록하며 놀라운 성장세를 보였다. 여기에는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철수로 인한 비용절감 부분이 반영됐다.      

▲ 외국인 고객들로 가득 들어찬 롯데면세점 소공동 본점. 출처= 롯데면세점

이 외에 실적 개선을 이끌어낸 롯데 계열사로는 롯데건설이 있다. 롯데건설의 올해 3분기 매출은 지난해보다 7.4% 늘어난 1조4229억원, 영업이익은 14.0% 늘어난 1307억원을 기록했다. 화학 사업부문 롯데케미칼의 올해 1분기~3분기 누적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3% 늘어한 12조7010억원을 기록했으나 미-중 무역분쟁으로 인한 화학제품 수요 감소에 계절 비수기가 겹쳐 영업이익은 지난해 보다 약 15.6% 감소한 1조8670억원을 기록했다. 

‘회장님 효과’ 나타나나 

올해 1분기~3분기 롯데의 실적은 지난 2월 신동빈 회장이 구속된 이후 부재하는 동안의 실적이었다. 그렇기에 신 회장이 복귀한 롯데의 실적은 앞으로 점점 나아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금융 정보기업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3분기 실적이 발표되기 전 롯데지주의 4분기 실적 추정치는 영업이익 110억원에서 실적 발표 후 564억원까지 높아졌다. 여기에는 롯데지주의 실적 비중에서 전체의 65%로 가장 높은 비중을 롯데쇼핑의 실적 상승세가 반영됐다.   

현재 추세를 감안할 때 증권가에서 예상하는 롯데쇼핑의 4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10% 증가한 3125억원이다. 이에 롯데지주의 실적도 지난해보다 큰 폭으로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신한금융투자 박희진 연구원은 “악재가 없어진 롯데쇼핑은 4분기에도 양호한 실적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면서 “특히 중국 롯데마트의 불확실성이 제거된 상태에서 국내 롯데백화점의 실적이 개선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현대차증권 박종렬 연구원은 "올해 4분기 그리고 내년 롯데의 실적은 유통사업 부문을 맡고 있는 롯데쇼핑의 실적 추이가 매우 중요하게 작용할 것"이라면서 "롯데쇼핑의 4분기 총 매출액은 지난해 대비 약 1.5% 감소한 6조5426억원, 영업이익은 3.7% 증가한 2779억원 그리고 올해 연간 총매출액은 지난해 대비 0.7%, 감소한 24조5141억원, 영업이익은 6.4% 증가한 6753억원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박 연구원은 "양호한 올해 3분기 실적을 감안해 투자업계에서는 올해와 내년 롯데쇼핑의 연간 수익 예상은 상향 조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올해 3분기에 다소 부진했던 롯데케미칼의 실적이 추후에 개선된다면 롯데는 안정적인 상승세를 타면서 사드 이전 수준의 실적을 회복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롯데는 신동빈 회장의 진두지휘 아래 다양한 부문에서 공격적인 투자가 예정돼있다. 지난달 5일 집행유예로 풀려난 신 회장은 “(그룹 전체가) 5년간 50조원을 투자하고 인력 7만명을 고용해 경제 활성화에 일조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화학·건설 부문에 2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시련의 기간을 보낸 롯데는 일단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그러나 이후에 기록될 실적들이 중요하다. 신동빈 회장이 직접 경영에 복귀한 이후의 실적이기 때문이다. 과연 롯데는 ‘회장님 효과’로 한 단계 도약을 이뤄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