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엔사 부지 전경. 유엔사부지 너머로 보이는 아파트가 청화아파트이다. 최근 청화아파트는 유엔사부지 개발과 관련해 일조권 등을 이유로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출처=이코노믹 리뷰 정경진 기자

[이코노믹리뷰=정경진 기자]  한때 아파트 가격에 불이 붙었던 용산 부동산 시장이 진정세에 접어들었지만 최근 용산공원을 포함해 유엔사 부지 등 개발소식이 들리면서 투자자들이 조용히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18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용산 유엔사 용지복합개발사업 환경영향평가 보고서 초안 검토회의를 진행했다. 계획안에 따르면 면적 5만1753㎡ 규모의 용산 유엔사 부지에 아파트 5개동 426가구와 오피스텔 2개동 1053실이 들어서게 된다. 사업시행을 맡은 곳은 일레븐 건설이 세운 특수목적회사(SPC)인 용산일레븐이, 시공은 일레븐 건설이 맡게 됐다. 이 건설사는 지난해 6월 LH로부터 1조552억원에 유엔사 부지를 매입했다. 일레븐 건설은 용산 유엔사 부지를 한국판 롯폰기 힐스로 만들겠다는 그림을 그렸다. 도쿄 중심지를 재개발해 탄생한 롯폰기 힐스는 오피스, 쇼핑센터, 호텔, 미술관, 주거시설 791가구 등 8개 건물로 구성된 일본의 대표 복합단지다. 일레븐건설은 용산 유엔사 부지 역시 ▲공동주택(전용 8268만㎡) ▲오피스텔(전용 5392만㎡) ▲오피스(전용 2179만㎡) ▲판매시설(전용 2050만㎡) ▲숙박시설(전용 1203만㎡) ▲문화집회시설(전용 200만㎡) 등으로 개발된다.

용산구청은 23일까지 환경영향평가서에 대한 주민공람을 진행했다.

용산구청 관계자는 “공람 기간 중에 주민들이 공청회를 하자고 요구할 경우 공청회를 개최해야 한다”면서 “환경영향평가 초안에 따르면 공청회까지 개최되면 그걸로 환경영향평가에 대한 법적 절차는 끝나고 사업시행자에게 통지를 하고, 그 건에 대해서 보완이나 반영 여부 등을 보완해서 본 보고서가 만들어지고 이후 서울시 환경평가심의위원회의 심의를 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유엔사 부지는 올 6월 복합조성계획과 실시계획이 확정된 상태로 앞으로 서울시 건축심의와 교통영향평가 등을 거친 후 착공에 들어간다.

용산공원과 연계된 복합용도로 조성이 추진되는 유엔사 부지 개발은 인근 부동산 시장에도 조금씩 집값 상승 기대감을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

▲ 유엔사 부지 입구. 사진=이코노믹 리뷰 정경진 기자

지난 15일 찾은 용산 유엔사 부지 인근 부동산 시장은 정부 규제로 인해 시장이 침체됐음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사무실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었다. 용산 유엔사 부지가 위치한 곳은 용산구 동빙고동으로 속칭 대사관로라고 불리는 곳에 있다. 이곳 근방에는 튀니지 대사관부터 나이지리아 대사관, 독일대사관, 카타르 대사관, 이라크 대사관 등 대사관만 11곳 가까이 있다. 오랜 기간 방치된 탓에 유엔사 부지는 풀과 나무가 우거진 공터의 모습인 데다 유엔사 부지 바로 옆에 위치한 캐피탈 호텔은 외부 공사가 진행되고 있어 사뭇 한국판 롯폰기 힐즈를 연상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어보였다. 또한 대사관이 밀집돼 있는 지역인 탓에 동네는 비교적 한산했지만 유엔사 부지 개발 소식으로 투자자들의 관심이 몰렸다.

유엔사 부지를 마주보고 위치한 C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유엔사 부지 개발 소식이 나가자마자 사람들이 신문을 들고 사무실을 찾고 있다”면서 “과거 나인원한남 개발 당시에도 인근 낡은 연립빌라가 가격이 2배 가까이 오른 것 등을 본 사람들이 매물을 찾으러 오지만 문제는 매물이 없다”고 말했다.

유엔사 부지와 맞닿아있는 청화아파트는 1982년도에 지어진 37년 차 아파트로 총 578가구 규모의 단지다. 그러나 이 단지 내에서 매물이 나온 것은 단 2건에 불과했다.

C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이곳은 재건축도 같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가격이 오를 것이라고 생각한 집주인들이 매물을 내놓고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 단지 전용면적106㎡(34평)은 지난해 6월 10억원을 찍은 이후 계속 상승세를 보이며 지난 10월 14억8300만원에 거래됐다. 매물로 나와 있는 물건 역시 14억8000만원으로 가격이 하락하지 않았다.

▲ 유엔사부지 위치. 캐피탈 호텔 바로 앞에 위치해있다. 유엔사부지가 있는 곳은 대사관이 밀집해 있는 곳으로 한적한 분위기를 나타내고 있다. 사진=이코노믹 리뷰 정경진 기자

집값이 상승세를 보이기 시작한 곳은 이곳뿐만이 아니다. 최근 용산 공원 개발 소식과 함께 인근 빌라부터 아파트 등은 이미 매물이 감췄다.

용산 이태원역 근방에 위치한 P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아직까지 매수자들이 적극적으로 찾는 분위기는 아니지만 매물도 없다”면서 “집값이 오른다고 할 경우 정부 규제가 심해질 걱정에 쉽게 말을 하지 못하지만, 용산 공원 개발 이후 아파트 값이 3.3㎡당 1억원까지 갈 수 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찾은 용산 유엔사 부지는 오랜 기간 방치된 탓에 풀과 나무가 우거진 공터일 뿐이지만, 개발이 될 경우 용산공원과 함께 강남을 이을 신흥부촌이 될 것이란 기대감도 업계에 더해지고 있다.

C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용산공원조성특별법에 따라서 용산공원개발과 함께 유엔사 부지를 포함해 수송사 부지와 캠프킨 부지도 매각이 이뤄지고 개발될 것”이라면서 “신분당선 연장선 중 동빙고 역사도 이 일대로 들어오기 때문에 집값 상승 가치는 여전히 내재돼있다”고 말했다. 신분당선 용산~강남 지하철 공사 1단계 구간은 오는 2022년 완료 예정이다.

▲ 수송사 부지 전경. 국방부에 소유권이 있는 상태로 현재까지 개발과 관련된 구체적인 진행사항이 없다. 사진=이코노믹 리뷰 정경진 기자

물론 수송사 부지는 현재 국방부에 소유권이 있는 상태로 매각이 진행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라는 것이 업계 이야기다.

LH 용산사업단 관계자는 “수송사 부지가 아직 국방부에 소유권이 있는 상태로 LH에 대한 소유권 이전이 안 돼 있어 그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단계가 아니기 때문에, 매각까지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이라면서 “현재까지 구체적인 진행이 이뤄지고 있는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부가 미군기지 이전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서는 수송사 부지와 캠프킴 부지 매각이 필수절차이기 때문에 결국 개발 압력을 이기지는 못할 것이란 것이 업계 시각이다. 캠프킴 부지 규모만 4만8000㎡로 지하철 4·6호선 환승역 삼각지역과 경부선 남영역 등을 끼고 있고 용산 국제업무지구에 속해 있다. 유엔사 부지와 수송사 부지는 향후 신분당선 개통과 반포대교를 통해 곧바로 강남 진입이 수월하다.

용산공원 개발이 본격화하면 용산 집값 역시 다시 오를 것이란 분석이 업계의 전반적인 시선이다. 용산공원 규모는 243만㎡로 뉴욕 센트럴파크 341만㎡ 규모에 버금간다.

용산공원을 둘러싸고 있는 아파트 가격 역시 하락세를 멈추고 다시 상승세에 나섰다.

한강로3가 용산시티파크 1단지 전용면적146㎡(53평) 아파트는 올 초 16억원을 기록한 이후 18억3000만원까지 올라섰지만 지난 7월 17억원으로 가격이 떨어졌다. 그러나 이후 호가가 오르며 최근 1개월간 최저 21억원, 최고 22억원에 형성됐다. 한강로2가 용산파크이편한세상 아파트 역시 전용면적 84㎡(31평) 아파트가 지난 7월 12억원에 거래됐지만 최근 매물 평균 가격은 13억1000만원대다.

▲ 올초부터 이달까지 용산구 주간 매매가격 지수 추이. 출처=한국감정원

다만 전문가들은 서울 부동산 시장, 특히 강남과 서초 부동산 시장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 몇 가지의 개발호재만을 가지고 용산 부동산 시장 집값이 상승하기에는 무리란 시각이다.

양희관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은 “용산 개발의 가장 큰 메인은 용산역 철도기지창 사업 진행으로, 유엔사 부지 등의 개발이 용산 전체 집값 상승을 이끌기는 무리가 있다”라면서 “시장 역시 거시적으로 봐야 하는 상황 속에서 내후년에 본격적으로 정부의 규제정책이 가격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장기적으로 봤을 때 용산 가격을 견인할 호재는 상당히 많고 여전히 좋은 분위기 속에 있는 것은 맞지만 이제는 전매제한부터 양도세 중과 등 세금문제도 중요하다”라면서 “세제혜택이 거의 없는 고가아파트를 소유하고 있는 기존 구매자들이 추가 매수를 선택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 된 만큼, 대출과 세금이 발목을 잡고 있어서 실제 가격 상승률은 많이 떨어지고 있는 상태”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