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네이버는 소위 드루킹 사태 등을 겪으며 콘텐츠 생태계의 커다란 변화를 시도했다. 플랫폼 공공성에 대한 이견이 나오는 한편 콘텐츠 제작자들의 지적이 쏟아지자 모바일 첫화면에 뉴스 콘텐츠를 없애고 그린닷을 신설하는 한편, 스와이핑 방식의 콘텐츠 소비 전략을 준비하고 있다.

네이버 모바일 첫화면이 처음 공개됐을 당시, 업계에서는 네이버가 검색창 중심의 구글과 비슷한 행보를 보일 것이라 전망했다. 최근 구글이 첫화면에 콘텐츠를 채우는 흐름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네이버의 이러한 행보가 더욱 이색적으로 보였다. 그러나 네이버의 전략이 모바일 첫화면을 단순히 비우는 것이 아니라, 기존 인터페이스의 변화로 수렴되고 있는 현상이 강해지고 있어 눈길을 끈다. 네이버는 '비움'을 통해 강력한 플랫폼 권력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다. 텍스트 콘텐츠 소비의 인터페이스 '비움'에 나서는 대신 인공지능과 인터랙티브 인터페이스를 첫화면에 배치하고 있다. 비움이 아닌 교체다.

▲ 김승언 총괄이 발언하고 있다. 출처=네이버

모바일 첫화면은 여전하다
네이버는 16일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디지털테크 분야의 예비 디자이너 및 업계 관계자를 대상으로 제 2회 ‘네이버 디자인 콜로키움’을 개최했다. 김승언 네이버 디자인설계 총괄은 “모바일 환경이 빠르게 변하며 디지털 테크 디자이너에게도 디자인을 포함해 개발, 서비스 기획, 마케팅 등 다양한 역량과 종합적 사고가 필요한 시대가 됐다"면서 "디자이너 역시 스스로의 역할을​확장하며 성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모바일 첫화면에 등장한 그린닷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김 총괄에 따르면 네이버의 상징이던 녹색창은 텍스트 검색의 도구며, 신설된 그린닷은 인공지능 인식 검색의 도구이자 인터랙티브 버튼이다. 네이버는 그린닷을 통해 두 개의 휠을 설계, 한 번의 터치로 추천 정보를 얻고, 관심사를 연속 발견할 수 있는 구조를 구축했다. 김승언 총괄은 “그린닷은 네이버의 새로운 디자인 아이덴티티이자, 다양한 변화에 대응하는 구심점의 역할을 하며 계속해서 진화해 나갈 것” 이라고 말했다.

네이버의 변화 방향성을 살펴볼 수 있는 중요한 대목이다. 네이버는 모바일 첫화면에 다양한 콘텐츠를 없애는 대신 스와이핑으로 볼 수 있도록 위치시켰다. 덕분에 유입률이 약 60% 빠졌다는 설명이지만, 그린닷이 그 간극을 메워줄 것으로 기대하는 눈치다. 그린윈도우 중심의 텍스트 검색 유입률도 당장 중요하지만 그린닷이라는 인공지능과 인터랙티브 버튼을 중심으로 플랫폼 경쟁력을 유지하겠다는 전략이다.

실제로 현재 베타 테스트 중인 모바일 첫화면을 보면 기존과 비교해 크게 간소해졌지만, 판을 아래로 내리면 핵심 서비스로 연결되는 카테고리는 여전히 존재해 있다. 여기에 그린닷을 클릭하면 기존 모바일 첫화면에서 즐길 수 있던 목록들이 동일하게 등장한다. 예전 모바일 첫화면이 텍스트 중심의 콘텐츠 나열이었다면, 지금은 인터랙티브 버튼인 그린닷을 통해 인터페이스만 변화된 상태에서 비슷한 사용자 경험을 누리는 셈이다.

물론 인공지능 등 다양한 기술력이 들어갔지만, 네이버의 모바일 첫화면은 기존과 인터페이스만 달라졌다는 말이 나온다. 심지어 베타 테스트 기간 모바일 첫화면에는 광고도 붙었다.

▲ 제2회네이버 디자인 콜로키움이 열리고 있다. 출처=네이버

메세지 카드부터 외부 프로젝트까지
네이버는 16일 모바일 첫화면에 대한 철학을 공유하는 한편 홈커버를 개인의 취향에 맞춰 꾸밀 수 있는 기능과 중요한 알림을 필요한 순간에 알려주는 메세지 카드 등을 설계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첫화면에서 네이버 로고의 영역이 넓어진만큼, 다양한 스타일의 움직이는 스페셜 로고도 제공될 예정이다.

검색, 쇼핑, UGC, 동영상 등 다양한 서비스에서 시도한 디자인 프로젝트도 공유했다. 네이버 쇼핑은 모바일 메인 방문자의 16%인 일 500만명의 이용자가 쇼핑을 목적으로 네이버에 찾아오는 만큼, 상품을 둘러보고 비교하며 구매할 수 있도록 상품 전시 설계를 강화했다.

UGC서비스는 창작 도구의 사용성을 대폭 강화할 예정으로, 모바일 동영상 업로드 및 편집 에디터를 추가하고, 서체 디자인과 템플릿을 다양화한 ‘스마트에디터 ONE’을 공개했다. 네이버의 스몰 비즈니스 전략과 이커머스 플랫폼 강화 측면에서 유심히 지켜볼 대목이다.

한글 프로젝트, 소상공인 브랜드 디자인 연구 등 외부 콜라보레이션 프로젝트를 발표하고, 예비 디자이너를 대상으로 글로벌 인턴십인 네이버 디자인캠프 1기 수료의 후기와 프랑스 ​고블랑 예술학교와의 협업 성과를 공유하는 시간도 마련됐다.

김승언 네이버 디자인설계 총괄은 "네이버 디자인 콜로키움은 실전의 현장에서 쌓은 경험을 함께 나누고, 소통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 라며 "네이버는 디지털테크 디자인 분야가 계속해서 경쟁력을 갖고, 성장해나갈 수 있도록 리드하는 선도적 역할을 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