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의 역성장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제조사 입장에서는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해야 하는 선택의 순간입니다. 궁극적으로 초연결 시대가 도래해도 스마트폰은 현재 모바일 시장에서 고객과 만나는 가장 확실한 접점이며, 무엇보다 말은 많지만 수익이 나는 구조입니다. 결국 이를 기점으로 새로운 시대의 그릇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자율주행차, 웨어러블 등 포스트 스마트폰 이야기가 나와도 많은 제조사들이 지금 당장 스마트폰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LG전자가 막대한 영업적자에도 MC사업본부를 포기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스마트폰을 키워야 하는 상황에서 제조사들은 다양한 전략을 구사하고 있지만, 눈여겨 볼 지점은 5G와 하드웨어 폼팩터 변화, 중저가 전략입니다. 국내 통신3사는 12월1일 첫 5G 전파를 쏘고 내년 본격적인 상용화 단계에 접어듭니다. 전국망 구축 등 진짜 5G는 2020년이 유력한 가운데 제조사들도 5G 단말기 출시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이 지점에서 제조사들의 스마트폰 퀀텀점프가 예상됩니다.

 

하드웨어 폼팩터 특이점은 폴더블이 유력합니다. 삼성전자는 최근 개발자 회의에서 폴더블 디스플레이를 공개했고, 화웨이도 조만간 폴더블 스마트폰을 공개한다고 합니다.

여기에 각 제조사들은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점유율이라도 올리려 피 말리는 싸움을 벌이고 있습니다. 애플이 아이폰을 내세워 전체 스마트폰 시장에서 막대한 마진을 남기는 가운데 벌어지는 씁쓸하면서도, 초연결 시대를 고려하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 볼 수 있습니다.

5G에 집중...삼성과 퀄컴
제조사들의 스마트폰 전략 중 가장 힘을 주는 곳이 바로 5G입니다. 내년 5G 상용화가 시작되면 당연히 5G를 지원하는 스마트폰이 큰 인기를 끌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네트워크만 깔면 뭐합니까. 단말기가 지원이 되어야 합니다.

이 대목에서 의미심장한 보도가 나왔습니다. 폰아레나는 14일(현지시간) 삼성전자가 차기 갤럭시S10에 엑시노스9820과 5100모뎀만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습니다.

엑시노스 9820은 삼성전자가 자체 개발한 4세대 CPU 코어를 적용하고 최신 그래픽 프로세서(Mali-G76)를 탑재해 전작 대비 그래픽 처리 성능을 약 40%, 동일 성능에서의 전력소모를 약 35% 개선했습니다. 8CA(주파수 묶음) 기능과 초당 2기가비트(Gbps) 다운로드 속도의 통신이 가능합니다. 무엇보다 제한적인 기능만 탑재하던 인공지능이 강해졌습니다. NPU를 내장해 기존에 클라우드(Cloud) 서버와 데이터를 주고받으며 수행하던 인공지능 연산 작업을 모바일 기기 자체적으로 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또 엑시노스 5100 모뎀은 하나의 칩으로 5G를 넘어 각 세대별 이동통신 규격(GSM/CDMA, WCDMA/TD-SCDMA/HSPA, LTE 등)까지 지원하는 '멀티모드' 방식입니다.

▲ 스냅드래곤9이 공개됐다. 출처=삼성전자

폰아레나의 보도가 의미심장한 이유는 엑시노스 9820과 5100 모뎀의 기능에 있지 않습니다. 바로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1위 삼성전자가 차기 스마트폰에 '엑시노스로만 채운다'는 상징성입니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을 제조하며 모바일 AP에서 퀄컴과 협력을 했습니다. 같은 제품이라도 어떤 갤럭시 스마트폰은 퀄컴의 스냅드래곤이, 어떤 제품에는 자체 개발한 엑시노스를 탑재했습니다. 간혹 동일한 갤럭시 스마트폰인데 스펙에 차이가 있어 논란이 벌어진 적이 있는데, 이는 모바일 AP가 달랐기 때문에 벌어진 일입니다. 즉, 삼성전자는 모바일 AP에서 일종의 혼용 전략을 구사했다는 뜻입니다.

이러한 흐름은 쭉 이어지다가 스냅드래곤 820 발열 논란이 벌어질 당시 변곡점을 맞이합니다. 스냅드래곤 820에 문제가 생기자 삼성전자는 자체 제작하는 엑시노스에 집중했기 때문입니다. 이후 엑시노스의 비중이 갤럭시 스마트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늘어났고, 내년 갤럭시S10에는 아예 엑시노스로만 채워질 것이라는 보도가 나온 셈입니다. 퀄컴이 최근 홍콩에서 열린 4G 5G 서밋에서 에이수스, LG전자, 비보 등이 내년 자사의 제품을 사용할 것이라고 발표한 가운데 삼성전자의 이름이 보이지 않는 대목도 의미심장합니다.

▲ 퀄컴이 발표한 내년 5G 단말기 협력사 삼성전자가 없다. 사진=이코노믹리뷰 최진홍 기자

뭔가 이상한데...
모바일 AP 등 관련 제품에서 퀄컴의 기술력과 입지는 독보적입니다. 12월 초 발표되는 스냅드래곤 8150은 최근 긱벤치 등에서 그 능력을 크게 인정받았으며 이미 공개된 스냅드래곤 X50 모뎀도 상당한 존재감을 자랑합니다. 최첨단 7나노 극자외선(EUV) 파운드리 공정이며 AT&T, 브리티시 텔레콤, 차이나 텔레콤, 차이나 모바일, 차이나 유니콤, 도이치 텔레콤을 비롯해 KDDI, KT, LG 유플러스, NTT 도코모(DOCOMO), 오렌지(Orange), 싱텔(SingTel), SK텔레콤 등 주요 글로벌 통신사들이 3GPP 릴리즈 15 (Rel. 15) 5G NR 표준에 기반한 시범서비스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자, 여기서 폰아레나의 보도로 돌아가겠습니다. 퀄컴이 5G 정국에서 힘있는 행보를 거듭하는 가운데, 삼성전자의 갤럭시S10이 모두 엑시노스로 채워지는 것이 사실일까? 사실이라면 누가 피해를 보는 것일까?

폰아레나가 주장했던 갤럭시S10 전량 엑시노스 탑재 사실 여부는 시간이 지나면 확인될 전망입니다. 다만 업계 핵심 관계자는 "그런 주장이 나오고는 있으나 현 상황에서는 다소 멀리 간 이야기"라면서 "삼성전자가 스냅드래곤 820 사태 당시 갤럭시 스마트폰에 엑시노스 비중을 늘렸으나 이후 스냅드래곤을 다시 정상적으로 확보했다. 5G 정국을 맞아 삼성전자가 비슷한 시도를 할 수 있으나 공급선 다변화 등 많은 문제가 있어서 쉽게 결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스냅드래곤 820 당시 삼성전자가 엑시노스로 크게 기울었던 원인 중 하나가 당시 삼성의 전면에 서기 시작한 이재용 부회장의 입지와 관련이 있다는 말도 나옵니다.

▲ 퀄컴 4G 5G 서밋이 열리고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최진홍 기자

다양한 의견이 있기 때문에, 일단 갤럭시S10에 엑시노스가 전량 들어갈 지 예년처럼 퀄컴과 협력할 지는 일단 그 누구도 예단할 수 없다는 쪽으로 갈음하겠습니다. 다만 이러한 전망에 도움을 주는 예상 시나리오는 가능합니다. 그래서, 갤럭시S10에 전량 엑시노스가 들어간다면 누가 피해를 보는 것일까?

최근 퀄컴은 중국 제조사들과 밀접하게 협력하고 있습니다. 중국에서 과징금 부담 등 큰 타격을 받았던 과거는 있으나 현재 분위기는 준수합니다. 중국을 대표하는 제조사들은 대부분 퀄컴과 강하게 밀착되는 분위기입니다. 중국 제조사들의 제품에 퀄컴의 이름을 발견하기는 점점 쉬워지고 있습니다. 이 대목에서 삼성전자가 퀄컴과 결별한다면 어떤 일이 생길까요? 퀄컴이 5G 정국에서 중국과 결합하는 가운데 홀로 엑시노스를 들고 국내는 물론 글로벌 시장에서 싸워야 합니다. 삼성전자가 쉽게 결정할 선택지가 아니라는 점에 무게가 실립니다.

▲ 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사장이 5G 단말기 시제품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최진홍 기자

파운드리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최근 메모리 반도체 수퍼 사이클을 기점으로 기록적인 실적을 기록하고 있으나 주가는 전혀 힘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분기 10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내는 메모리 반도체가 내년 수퍼 사이클 종료의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삼성전자도 이러한 위기를 의식하고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습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파운드리입니다. 삼성전자는 내년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에서 대만 TSMC에 이어 업계 2위로 올라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운 상태입니다.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사업을 키워야 하는 상황에서, 퀄컴의 물량을 최대한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문제는 현재 상황이 약간 좋지 않다는 점입니다.

퀄컴은 7나노 시스템온칩 생산 정국에서 삼성전자와 TSMC 모두와 협력하기로 했습니다. 다만 무게의 추는 TSMC로 기우는 모양새입니다. TSMC가 삼성전자보다 더 많은 극자외선 장비를 확보하겠다고 주장했기 때문입니다. 대외적인 분위기도 묘합니다. 한국의 공정거래위원회가 퀄컴에 막대한 과징금을 부과하며 미국 기업 애플의 전위대 역할을 확실하게 수행하는 가운데, 대만 공정위는 비슷한 문제에서 과징금을 기존 7억7400만달러에서 9300만달러로 낮추는 대신 다양한 투자협력을 강화하는 쪽으로 선회했습니다. 퀄컴이 최근 대만에 운영센터를 설립한다는 발표한 배경입니다.

결국 파운드리 영역에서 한 방을 기대해야 하는 삼성전자가 무리하게 퀄컴을 배제하고 갤럭시S10에 자체 엑시노스 물량만 투입할 개연성이 낮다는 말이 나옵니다. 두 사안은 약간 거리가 있지만, 순수하게 기업의 생리적 측면에서 분석한 대목입니다.

종합하자면 퀄컴은 5G 정국에서 중국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고, 삼성전자가 엑시노스 비중을 늘리고 싶어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만약 삼성전자가 갤럭시S10에 전량 엑시노스를 탑재하면 더 힘든 싸움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퀄컴도 상당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 과정에서 퀄컴 의존도가 높은 LG전자의 상황도 묘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갤럭시S10에 어떤 모바일 AP가 탑재될 것이냐는 각자의 선택이지만, 최소한 폰아레나의 보도를 '액면 그대로 믿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업계의 의문이 커지고 있습니다. 파운드리에서의 묘한 흐름을 살피려면 12월 초 퀄컴 스냅드래곤 8150 발표와 그 파트너를 확인하고, 내년 5G 정국에서의 흐름을 보는 것이 중요해 보입니다.

[IT여담은 취재과정에서 알게된 소소한 현실, 그리고 생각을 모으고 정리하는 자유로운 코너입니다. 기사로 쓰기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한번은 곰곰히 생각해 볼 문제를 편안하게 풀어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