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견다희 기자] 기업은 이윤 추구를 목적으로 생산경제의 단위체를 말한다. 잘 팔리는 제품을 생산해 많이 판매하는 것이 목적이다. 그러나 큰 투자비용을 감수하고 팔면 팔수록 손해를 떠안는 사회적 제품을 만드는 기업들이 있다. 사회공헌 차원에서 기부와 다름없는 제품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CJ제일제당, 아픈 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을 아끼지 말라

CJ제일제당은 지난 2013년 ‘BYO 피부유산균 CJLP133’ 제품을 개발해 피부 가려움으로 고통받는 아이들을 후원하고 있다. 7년의 연구기간을 거쳐 김치 유산균 3500개 중 피부 가려움증에 효과가 있는 유산균을 찾아내 제품화했다. 이 제품은 CJ제일제당의 연구원이 아토피로 힘들어하는 자녀를 위해 개발했다는 후문이다.

CJ제일제당은 2009년부터 국내 200여명의 ‘선천성 대사이상(PKU)’ 환아를 위한 ‘햇반 저단백밥’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유전적 조건으로 단백질을 소화하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 만들어져 일반 햇반 대비 단백질 함유량을 10분의 1로 줄였다. 이 제품 개발에 들어간 비용만 8억원이다. 연간 매출액은 5억원도 되지 않는 제품이지만 꾸준히 생산하고 있다.

당시 CJ제일제당 직원이 PKU를 앓는 두 딸이 있어 매번 일본에서 수입한 비싼 즉석밥을 먹이고 있던 게 제품 개발의 계기가 됐다. 비싸고 맛없는 일본산 즉석밥을 매번 공수해야 하는 사연을 들은 회사 임원들은 연구개발을 결정했고 7개월 만에 국산화에 성공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열명이든 스무명이든 아픈 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게 있다면 아끼지 말라”고 결단했다. 현재도 개당 2000원 이하의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

▲ CJ제일제당은 지난 2009년부터 선천성 대사이상 환아를 위한 '햇반 저단백밥'과 2013년부터 아토피 환아를 위한 유산균을 개발해 판매하고 있다. 출처= CJ제일제당

매일유업, 선천성 대사 장애 환아 위한 분유

모유도 먹을 수 없는 PKU 환아들에게는 영양 공급 방법이 큰 문제다. 이러한 부모의 마음을 헤아린 기업이 있다. 매일유업은 1999년부터 국내 유아식 전무 브랜드 중 유일하게 특수 분유 ‘포뮬러’와 ‘앱솔루트 메티오닌 프리포물러’ 등을 개발했다. 고(故) 김복용 선대회장이 ‘단 한 명의 아이도 소외받아서는 안 된다’며 시작한 사업이다.

이 제품은 유통기한이 짧고 소비 인구가 적어 이윤이 나지 않는다. 그러나 이윤과 무관하게 아이들의 고른 영양 섭취와 균형 잡힌 성장발달에 도움을 주고자 매일유업은 꾸준히 판매를 이어가고 있다.

또 매일유업은 지난해 탄수화물과 지방을 줄인 1단계에 이어 특수 단백질 함량을 높인 2단계를 추가 출시해 더욱 라인업을 강화했다. 매일유업은 현재 총 8종, 12개의 선천성 대사 장애 분유를 생산해 소수의 환아를 위한 제품을 제공하고 있다.

매일유업 관계자는 “이윤 창출 목적이 아니기 때문에 의미가 퇴색될 수 있어 투자비용을 따로 공개하진 않는다”고 밝혔다.

▲ 매일유업은 1999년부터 모유도 먹을 수 없는 선천성 대사 장애 환아를 위한 분유를 판매하고 있다. 출처= 매일유업

남영비비안, 유방암 전용 속옷

남영비비안은 2003년부터 유방암 환자를 위한 전용 속옷을 판매하고 있다.

유방암 환자들은 몸 일부를 잃은 상실감으로 우울증이나 대인기피증까지 겪기도 한다. 가슴 한쪽이나 일부분, 양쪽을 모두 절제한 사람, 평평한 모양 등 상태와 가슴 크기가 달라져 변화된 몸의 균형을 일반 제품으로 맞추기가 힘들다.

유방암의 아픔을 겪은 여성들에게 비비안은 당당함과 아름다움을 드러내자는 취지로 유방암 전용 속옷을 개발했다. 이후에도 해당 제품을 유방암을 겪은 소외계층 여성에게 전달하는 등 당당한 삶을 북돋기 위한 사회공헌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남영비비안 관계자는 “생산 라인 구축과 개발비가 추가로 들어감에도 예쁜 속옷을 입고 싶어 하는 유방암 환자들이 있다는 매장의 목소리에 유방암 전용 속옷이 탄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 남영비비안은 2003년 유방암의 앞므을 겪은 여성들에게 당당함과 아름다움을 드러낼 수 있도록 유방암 전용 속옷을 개발했다. 출처= 남영비비안

정식품, 특수전문식품 기업

정식품의 창업자인 고(故) 정재원 명예회장은 1937년부터 소아과 의사 생활을 하며 죽어가는 아이들을 살리겠다는 목표를 가졌다. 아이 치유식 개발을 위해 영국과 미국에서 유학한 그는 모유와 우유를 못 먹는 ‘유당불내증’ 아이를 위해 ‘베지밀’을 개발했다.

그의 뜻을 이어받은 아들 정성수 정식품 회장은 환자용 영양식 제품 ‘그린비아’를 생산하고 있다. 그린비아는 소아 당뇨·신장 질환자를 위한 특수식이다. 적은 용량으로 높은 열량과 단백질 공급이 가능해 당 섭취를 조절하는 균형 영양식이자 수분 제한이 필요한 환자에게 적합하게 개발됐다.

정식품 관계자는 “이외에도 갑상선 질환자용, 경관 전용, 투석 신장 질환자용 등 20종가량의 특수전문식품을 생산하면서 소수 환자들을 돕고 있다”고 설명했다.

▲ 정식품은 유당불내증, 갑상선 질환자용, 경관 전용, 당뇨 질환자용, 투석 신장 질환자용 등 20종 가량의 특수전문식품을 생산하고 있다. 출처= 정식품

유한킴벌리, 이른둥이 위한 전용 기저귀

해마다 37주 이전 또는 2.5㎏ 이하로 태어난 미숙아들의 수는 약 3만명에 이른다. 이 아이들은 만삭아보다 몸이 작고 약해 각별한 보살핌이 필요하지만 이른둥이 전용 제품은 다양하지도 않고 구하기도 어렵다.

유한킴벌리는 지난해 이른둥이를 위한 전용 제품 ‘하기스 네이처 메이드 이른둥이 소형’을 개발했다. 전체 시장에서 0.3% 정도의 비중으로 수요가 극히 적은 제품이지만 생산효율이나 이익을 따져 만들지 않았다.

이 밖에도 유한킴벌리는 여린 피부를 고려해 부드럽게 만든 제품으로 의료비 부담이 큰 이른둥이 부모들을 위해 ‘무상’으로 공급하는 캠페인도 펼치고 있다.

유한킴벌리 관계자는 “기저귀에 대한 보편적 선택권을 확대하기 위해 전용제품 공급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 유한킴벌리는 지난해 이른둥이를 위한 전용 기저귀 제품을 선보였다. 출처= 유한킴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