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종이처럼 접혀지고 찢어졌다. 그리고 몸이 되었다. 활자가 사라진 책에서 이미지는 자연이 된다. 그는 쇠스랑으로 이랑을 만들고 골의 간격과 깊이를 헤아리면서 농사를 일구어내는 농부의 시선으로 노동의 가치와 관조의 세계를 텍스트화 한다.

무수한 종이의 골들로 이루어진 화면은 빛을 흡수하기도 하고 감추기도 하면서 혼돈의 세계에서 프렉텔(Fractal) 세계로 진화한다. 또한 숭고의 한 모퉁이를 열어 촉각적이고 연약한 살갗을 가진 원시림으로의 여행을 부추기는 듯하다.

비단결 바람이 이는 것 같은 첩첩이 나열된 순백의 골들과 접혀지고 나누어진 정방형의 방들로 가득한 작품은 일견 정연한 기하학적 모양을 하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수학적이지도 않고 기계적 인상도 강요하지 않는다.

 

거칠게 찢어진 종이의 절단면은 부드러움을 극대화 시키는 물리적 기교가 되어 화면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 시각적 즐거움을 선사함과 동시에 양태는 날카롭지 않아 인간적이고 고졸(古拙)하다.

가공되었으되 절제되었고, 하나이면서 수 백 개이고, 찢어지면서 집적되어진 작품은 신(身)과 체(體)를 연결하는 영매가 되어 하늘이 없는 공간에서 영겁의 시간을 무화(無化)한다.

행복해서 웃는가? 웃기 때문에 행복해지는가? 송광익(서양화가 송광익,송광익 작가,송광익 화백,한지작가 송광익,한지추상화가 송광익,KOREA PAPER,宋光翼,지물(紙物),SONG KWANG IK,ARTIST SONG KWANG IK,ソン・グァンイック)의 예술세계는 '뫼비우스의 띠'가 되어 질문과 동시에 답을 담고 있는 듯하다.

△김영세/미술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