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경제 4대국 중 미국을 제외한 3개 국가 경제가 휘청이고 있다.   출처= Express Funding Corp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10년 동안 회복세와 상승세를 구가하던 글로벌 경제가 무역전쟁으로 급브레이크가 걸리면서 하락세로 돌아설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달러 강세로 실물경제에 큰 타격을 받은 것은 달러 의존도가 높은 신흥국들이었다.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전쟁 심화로 중국 경제도 올해 들어 심각한 내상을 드러내면서 확연히 침체현상을 보이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무역전쟁에서 지금까지 비껴나 있던 선진국인 독일과 일본 경제도 지난 3분기부터 이상 현상이 포착되고 있다는 점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CNN> 등 주요 외신들은 14일(현지시간) 일제히 약속이나 한 듯이 경제 성장 둔화가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으며 내년에는 미국에까지 확산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독일과 일본은 이날 3분기에 각각 전분기 대비 성장 감소(- 0.2%, 0.3%)를 기록했다고 발표함으로써 3분기에도 여전히 강한 성장세를 보인 미국과 뚜렷한 대조를 보였다. 중국도 지난 3분기 6.5%의 성장을 기록하며 글로벌 금융 위기였던 2009년 1분기(6.4%) 이후 가장 낮은 성장률을 보였다.

성장 둔화의 원인은 다양하다. 경제학자들은 독일과 일본이 곧 성장 동력을 회복해 경기 침체는 피할 것이라고 믿고 있지만, 3분기 실적 자료는 세계 주요 경제대국들의 주요 당면과제를 여실히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독일 경제의 마이너스 성장은 2015년 이후 처음이다. 새로 도입된 배기가스 테스트 절차가 자동차 판매와 수출 감소를 초래했고, 미·중 무역 전쟁도 독일 경제에 영향을 미쳤다.

전문가들은 배기가스 테스트 절차 변경으로 인한 자동차 합격 판정 병목 현상은 완화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터키, 러시아, 중국 같은 주요 교역국들의 수요 감소로 인해 수출 성장은 더욱 약화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일본은 경기 침체와 불황에 훨씬 더 익숙하지만 전망이 어둡지 만은 않다. 3분기의 부진은 자연재해가 큰 원인이었지만, 내년 10월에 시작될 판매세 인상을 앞두고 이번 분기부터는 소비 지출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애널리스트들은 자연재해가 GDP에 미치는 영향을 일시적인 것이지만 무역 갈등은 여전히 위험 요소라고 지적했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가 당분간 수입차에 대한 새로운 관세 부과를 보류할 것이라는 소식에 일본 경제는 한숨 돌리고 있다.

세계 2위 경제국인 중국은 소비 둔화, 신뢰지수 약화, 신용 대출 부진 등을 드러냈다. 중국의 지난 10월 위안화 신규대출은 6970억위안으로 전달과 비교해 반토막으로 줄었고 포괄적 유동성 지표인 사회융자총액도 지난 10월의 3분의 1 수준인 7288억위안에 그쳤다. 이는 아직까지 실물경제에 자금이 제대로 돌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만큼, 중국 정부가 향후 더 적극적인 경기부양책을 펼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투자은행 노무라의 팅 루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보고서에서 “2019년 봄에는 성장 둔화 속도가 더 빨라지면서 지금보다 상황이 더 나빠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해 말 이전에, 즉 4분기에 독일과 일본의 경제가 다시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에도 불구하고, 2019년 세계 경제에 대한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019년 세계 경제성장률이 올해 2.9%에서 2.5%로 둔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세계 경제 전망을 어둡게 하는 위험에는 단연 무역 전쟁과 미국의 금리 인상이 신흥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포함된다. 정부 예산과 관련해 유럽연합(EU)과 대치하고 있는 이탈리아는 유럽에서 또 다른 위기를 촉발시킬 수도 있다.

‘심각한 둔화’ 예상

리서치 회사 캐피털 이코노믹스(Capital Economics)의 앤드류 케닝햄 글로벌 이코노미스트는 “현재 나타나고 있는 글로벌 성장 둔화가 10년 전 ‘금융 위기’ 같은 것이 되리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내년에 심각한 경기 후퇴가 있을 수 있다. 가능성이 매우 높다”면서 “우리는 IMF가 너무 낙관적이라고 생각한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일부 위험은 이미 시장에 반영되어 있다. 지난 13일 세계 수요 약세에 대한 우려로 미국의 유가를 7% 하락했으며, 세계 주요 주식 지수는 최고치에서 5%에서 7%로 떨어졌다.

한 가지 큰 문제는 2019년 세계 경제 성장의 엔진 역할을 할 나라들이 크게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것이다.

인도의 경제 성장은 올해 가속화되면서 3분기에 8.2%에 달했지만, 세계에서 가장 큰 에너지 수입국 중 하나로서 올해 들어 유가 상승으로 큰 고통을 겪었다. 인도 루피화는 연일 최저치를 경신하며 올해 들어 15% 이상 떨어지면서 인플레이션을 더욱 부추겼다.

미국도 내년에 감세 효과가 사라지면 완만한 성장 국면으로 진입할 가능성이 높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케닝햄 이코노미스트는 “우리는 미국 경제 성장이 크게 둔화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재정적 경기 부양책은 일시적 효과를 낼 수 있을 뿐이며, 연방준비제도가 금리를 계속 인상하고 있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