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15일 한순규 화학과 교수 연구팀이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카라란틴(Catharanthine)을 원료로 산화와 재배열을 통해 7종의 이보가, 포스트이보가 천연물 합성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연구에 참여한 임형근 연구원(왼쪽), 한순규 교수, 성시광 연구원이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출처=한국과학기술원(KAIST)

[이코노믹리뷰=황진중 기자] 국내 연구진이 마약중독 치료제, 항암제 후보물질로 활용할 수 있는 천연물을 인공 합성하는 데 성공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15일 한순규 화학과 교수 연구팀이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카라란틴(Catharanthine)을 원료로 산화와 재배열을 통해 7종의 이보가, 포스트이보가 천연물 합성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보가 알칼로이드가 그동안 학계 관심을 끈 이유는 이들의 천연물군이 마약중독 치료제를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보가 알칼로이드가 생 합성적으로 변형된 천연물 중 빈블라스틴(Vinblastine)은 현재 항암제로 사용하고 있다. 최근에는 이보가 알칼로이드로부터 자연적으로 파생된 다양한 형태의 천연물군이 대거 발견되면서 학계와 산업계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천연물 전합성은 간단한 시작물질로부터 다단계의 화학반응을 통해 원하는 천연물을 합성하는 학문 분야다. 이는 다단계 화학반응을 거치는 과정에서 합성효율이 낮아지는 한계가 있다.

한순규 교수 연구팀은 이보가 알칼로이드 천연물인 카타란틴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승인 받은 항암제로 보령제약이 도입해 국내에 판매하고 있는 ‘나벨빈’의 공업원료로 사용돼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해 연구를 시작했다. 연구 결과, 한 교수 연구팀은 산화와 재배열을 통해 카타란틴의 구조를 변형시켜 고부가가치의 포스트이보가 천연물을 합성했다.

연구팀 관계자는 "이보가 알칼로이드에서 자연적으로 파생되면서 분자적 재배열을 이룬 천연물군을 ‘포스트이보가’ 알칼로이드라고 이름 지었다"면서 "다양한 효소의 작용으로 식물에서 이뤄지는 이보가 골격의 분자적 재배열을 화학적으로 구현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이 합성에 성공한 포스트이보가 알칼로이드는 타버틴진(Tabertinggine), 보아틴진(Voatinggine), 디피닌(Dippinine) B로 이 중 보아틴진과 디피닌 B는 최초의 합성이다. 특히 디피닌 천연물군은 30년 이상 학계의 관심을 받아왔음에도 정복하지 못한 ‘난공불락의 천연물’로 여겨져 왔다.

한 교수는 “이번 연구는 포스트이보가 알칼로이드 합성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부여한 연구이다”면서 “본 연구를 통해 다양한 항암제 및 마약중독 치료제 후보물질을 합성할 수 있는 원천기술을 확보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라고 말했다.

성시광, 임형근 석박사통합과정이 공동 1 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의 이공분야 기초연구사업 중견연구자지원사업의 지원을 통해 수행됐고, 화학 분야 국제 학술지이자 셀(Cell) 자매지인 ‘켐(Chem)’ 11월 15일 자에 게재됐다. (논문명 : Biosynthetically Inspired Transformation of Iboga to Monomeric Post-Iboga Alkaloids, 생합성 가설에 기반한 이보가 알칼로이드의 단위체 포스트이보가 알칼로이드로의 변환)

▲ 연구팀이 발표한 포스트이보가 알칼로이드의 합성전략 모식도
▲ 연구팀이 발표한 디피닌 B의 합성 경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