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자연 기자] 에이블씨엔씨는 지난 1,2분기에 이어 올해 3분기에도 연결기준 영업손실 132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적자로 돌아선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매출액은 731억원으로 12.1% 줄었고, 당기순손실은 94억원으로 적자로 돌아섰다.

▲ 에이블씨엔씨 연결기중 2018년 3분기 영업 실적. 출처=에이블씨엔씨

3분기까지의 누적 실적도 좋지 않았다. 3분기 누적 영업손실은 196억원, 순손실은 110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이 또한 전년과 비교할 때 적자로 전환한 실적이었다. 이는 업계의 경쟁이 심화된데다 각종 비용 지출까지 늘어나면서 이익이 급감한 것으로 분석된다.

에이블씨엔씨측은 국내 화장품 시장 경쟁 심화로 인해 매출이 작년 동기보다 줄었고, 이익은 3분기 미샤의 새로운 브랜드 이미지를 적용한 5세대 신규 매장 오픈(23개점)과 기존 매장 리모델링(8개점) 비용, 신제품 출시를 위한 연구·개발 비용 등 투자금액이 늘어 적자 전환했다고 설명했다.

▲ 에이블씨엔씨의 국내매장 추이와 투자계획. 출처=신영증권 리서치센터

다만 최근 출시한 미샤의 ‘글로우 텐션’과 ‘스킨밤’ 등 신제품에 대한 반응과 신규 매장 운영 상황이 양호한 데다 해외 매출 성과 등에서 영업 상황이 나아지고 있다면서 이를 바탕으로 지속적이고 꾸준한 투자와 영업 활동으로 이익 개선을 꾀할 계획이라는 게 에이블씨엔씨 측의 입장이다.

‘원브랜드’ 정체성 강화
에이블씨엔씨는 이러한 적자 상황에도 과감한 투자를 이어가며 내년 재도약을 위한 준비단계를 다지고 있다. H&B스토어가 대세로 떠오르고 있지만 오히려 ‘미샤’ 매장을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에이블씨엔씨는 지난 7~9월에만 30개의 미샤 신규 매장을 오픈했으며 연내까지 신규 매장 35개, 리뉴얼 매장 40개 오픈을 앞두고 있다. 이는 공격적인 출점과 매장 리뉴얼을 단행해 경쟁력을 갖춘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 에이블씨엔씨는 지난 5월 강남역 근처에 미샤 강남 플래그십스토어 '갤러리M'을 열었다. 출처=에이블씨엔씨

기존 매장은 새로운 BI(브랜드 아이덴티티)로 새단장했다. 흰색과 은색 등으로 단순하고 깔끔한 느낌을 강조한 것이 특징이다. 올해 서울 홍대, 가로수길 등 주요 상권을 중심으로 기존 매장 70곳을 리모델링하고 나머지도 점차적으로 바꿔갈 예정이다. 에이블씨엔씨의 다른 브랜드 ‘어퓨’ 역시 내년까지 30개 매장 추가 오픈을 앞두고 있다. 

에이블씨엔씨 관계자는 “H&B스토어는 중소기업 브랜드 등을 한 데 모아놓은 플랫폼이다”면서 “결국 브랜드 경쟁력 확보가 관건인데, 공격적인 출점과 함께 새 BI를 따라서 신제품을 출시한다면 격변기를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팩토리’ 인수, 시너지 효과 낼까
에이블씨엔씨는 지난 12일 신성장동력으로 3단 돼지코팩으로 유명한 화장품 업체 ‘미팩토리’를 인수했다. 미팩토리를 인수해 미샤 플랫폼을 통해 판매한다는 계획이다. 회사는 계약에 따라 미팩토리의 지분 100%를 모두 324억원에 매입했다. 인수대금은 현금과 신주 발행을 통해 충당되며 현금과 주식의 비율은 7(228억원) 대 3(에이블씨엔씨 주식 98만7546주) 이다.

▲ 에이블씨엔씨는 지난 12일 신성장동력으로 3단 돼지코팩으로 유명한 화장품 업체 ‘미팩토리’를 인수했다. 출처=에이블씨엔씨

2014년 설립된 미팩토리는 ‘피르가즘’이라는 신조어와 함께 SNS에서 열풍을 일으키며 코팩의 대명사로 떠올랐다. 올여름까지 2000만장 이상이 판매되고 2016년에는 더마 코스메틱 브랜드 ‘어니시’와 바디용품 브랜드 ‘바디홀릭’, 색조 전문 브랜드 ‘머지’를 연이어 선보였다. 지난해에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생활도감’을 론칭했다.

특히 어니시는 최근 중국 정부로부터 위생허가를 받아 본격적인 시장 공략에 나설 수 있게 됐다. 이는 미샤의 중국 현지 유통망을 활용한 시장 공략이 기대될 것으로 보인다. 미팩토리의 매출은 2015년 71억원에서 2016년 111억원, 2017년 202억원을 기록하고 매년 2배 가량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박현진 에이블씨엔씨 전략기획본부장은 “미팩토리 인수로 에이블씨엔씨는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게 됐다”면서 “견고한 인프라의 중견 기업과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갖춘 새로운 기업이 만나 큰 성과로 이어지는 윈윈 사례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해외 시장’ 이제 탄력 붙나
에이블씨엔씨의 미샤는 지난 11일 개최된 중국 최대 쇼핑축제 광군제에서 64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매출 32억5000만원에 비해 2배가량 늘어난 수치다. 미샤 제품 중 가장 많이 팔린 제품은 비비크림이었다. 중국에서 홍비비로 불리우는 미샤 ‘M 퍼펙트 커버 비비크림’은 총 24만개가 판매돼 전년 9만5000개 판매보다 2.5배 이상 증가했다. 특히 2시간 만에 15만개가 팔리기도 했다.   

▲ 에이블씨엔씨 중국 법인 매출액, 영업이익률. 출처=신영증권 리서치센터

‘M 매직쿠션’은 총 11만개가 판매돼 지난해 4만3000개 대비 156% 증가했다. 특히 ‘미샤 타임레볼루션 베스트 비기닝 스페셜 세트’는 판매 2분 만에 준비된 4500세트가 모두 매진됐다. 사이트 방문 후 구매로 이어지는 구매 전환율은 11.4%로 지난해 6% 대비 2배가량 늘어나 미샤 제품의 높은 인기를 보여줬다.

▲ 중국 유명 남자 아이돌 9퍼센트(9 PERCENT) 멤버 린얜쥔을 모델로 기용한 광군제 미샤 제품 판매 온라인 페이지 이미지. 출처=에이블씨엔씨

윤영준 에이블씨엔씨 중화사업본부 상무는 “중국 유명 남자 아이돌 9퍼센트(9 PERCENT) 멤버 린얜쥔을 모델로 팝업 스토어 행사와 티몰 라이브를 진행하는 등 철저한 사전 준비가 효과가 있었다”면서 “그 결과 행사 시작 2시간 만에 지난 해 매출을 초과하는 등 좋은 성과를 올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내년엔 색조 화장품으로 이름을 알린 '어퓨'를 중국 드럭스토어에 입점시키며 제2의 전성기를 노릴 예정이다. 중국 온·오프라인 시장에 내놓고 ‘한국판 베네피트’로 만들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신수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에이블씨엔씨가 향후 중국 법인 외 여러 유통 방식에 대해 고려하고, 프리미엄 급의 중국 전용 제품을 출시하는 등 중국 소비 트렌드에 맞는 판매활동을 펼친다면 내년에 좋은 결과를 기대해 볼만하다”고 평가했다.

에이블씨엔씨는 중국 외에도 ‘어퓨’를 동남아시아 지역인 태국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미샤에 비해 가격대가 낮은 점이 매력도가 높기 때문이다. 이에 에이블씨엔씨는 지난 10월 방콕 시내 중심가의 대형 쇼핑몰 '센트럴 플라자 삔끌라오'에 어퓨 태국 1호 매장이 문을 열었다. 10월 말에는 방카피 지역의 대형 쇼핑몰 '더 몰 방카피'에 2호 단독 매장을 열었다. 이번 달에도 2개의 매장을 추가로 오픈하고, 내년 1월에는 방콕의 최대 쇼핑 메카인 시암스퀘어에도 매장을 열 계획이다.

▲ '어퓨' 태국 1호점의 모습. 출처=에이블씨엔씨

태국의 H&B스토어에는 이미 어퓨 제품들이 판매되고 있다. 어퓨는 지난 9월 에스티로더, 크리니크 등 유명 글로벌 브랜드가 입점된 태국의 고급 드럭스토어 '이브앤보이' 5개 지점에 입점했다. 이어 방콕 내 10개 지점 등 이브앤보이 12개 전 지점으로 입점을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조정민 에이블씨엔씨 어퓨 사업본부장은 “어퓨 론칭 행사의 반응이 매우 좋아 태국 현지에서는 이브앤보이 입점 등 매장 확대 계획이 모두 앞당겨졌다"면서 "단독 매장 추가 오픈은 물론 H&B, 드럭스토어 입점도 적극적으로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