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은 ‘9.19 남북군사합의서’에 따라 비무장지대(DMZ) 안 휴전선 감시초소(GP)를 11개씩 허물었다. 정전협정 후 65년 만이다. 게다가 한강·임진강 하구 남북공동수로조사를 통해 내년 초 남북어선과 민간선박들이 자유롭게 오갈 수 있을 전망이다. 11월 14~17일 고양시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 평화·번영 국제대회’에 북쪽 고위급들이 참가하는 등 평화무드가 만들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내년 초 열릴 북·미회담,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소에 따른 남북교류협력에 우리 기업들 관심이 커지고 있다. 남북교류협력이 활발해지면 북한에 가려는 우리 기업들 관심사는 그쪽 지식재산권을 어떻게 선점하느냐가 될 것으로 본다. 북한에서의 지재권 보호·활용을 포함한 침해분쟁처리문제에 관심이 쏠릴 게 뻔하다. 이런 점에서 북한의 특허권 보호와 침해분쟁업무를 살펴보는 건 중요하다.

특허권 보호기간은 특허권등록신청일로부터 15년

북한의 특허권 보호와 분쟁처리규정은 개괄적으로 돼있다. 우리와 세세한 면에선 차이가 난다. 북한 헌법 제74조엔 “저작권, 발명권, 특허권은 법적으로 보호 한다”고 돼있다. 북한 발명법에선 제39조(발명권 또는 특허권 보호대상)부터 제58조(특허권 침해로 되지 않는 경우)까지 보호규정을 두고 있다. 제63조(행정적 책임), 제64조(형사적 책임)엔 분쟁에 대한 법적 책임이 명시돼 있다.

주요 내용은 몇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발명권이나 특허권 보호대상은 신청자(출원인)의 발명주장범위(특허청구범위)에 따라 결정된다. 특허권을 받은 기술의 이용은 그 소유자가 한다. 특허권자 승인 없이 누구도 특허권을 받은 기술을 이용할 수 없게 돼있다. 특허권 보호기간은 특허권등록신청일로부터 15년이다. 특허권자 요구에 따라 기간을 5년 더 늘릴 수 있다. 우리의 ‘20년 연장 규정’과 같다. 국제적 기준에 따르려고 애쓰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허권자는 특허권등록신청일로부터 계산된 보호요금(등록료, 연차료)을 발명행정기관에 내야한다. 직무상 임무수행과정에 창조한 발명에 대해 특허권을 받은 기관, 기업소, 단체는 그 발명가에게 보상을 해야 한다. 우리나라 ‘종업원 직무발명제도’와 비슷하다. 특허권 이전관련규정도 있다. 특허권자는 수요자와 계약을 맺고 자기의 특허기술이용을 허가하거나 권리를 넘길 수 있다. 이때 해당계약은 발명행정기관에 등록해야 효력을 갖는다. 특허기술이용을 허가받은 자라도 특허권자 승인 없이 제3자에게 이용을 허가할 수 없게 돼있다. 우리의 전용실시권자는 특허권자 허락을 받아야 통상실시권을 설정할 수 있는 것과 비슷하다.

북한주민(공민)의 특허권행사는 해당 기관, 기업소, 단체에 자기의 특허기술이용을 허가하거나 권리를 넘기는 방법으로 한다. 특허권을 스스로 행사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쓸 수 있게 허락 또는 넘길 수 있는 우리나라 규정과 같다. 공동으로 받은 특허권 행사는 특허권 공동소유자들이 다함께 한다. 제3자에게 넘기거나 이용토록 허가할 땐 서로 협의해야 한다. 다른 공유자 동의를 얻어야 권리지분을 넘길 수 있는 우리 규정과 같은 흐름이다. 특허권의 강제이용허가에 있어선 특허권을 받은 날부터 3년이 지나도 정당한 이유 없이 자기의 특허기술을 이용 않거나 사회적 이익을 위해 급히 필요할 땐 특허권자 승인 없이 특허기술 이용을 강제로 허가해줄 수 있다. 이땐 특허권자에게 알리고 공개해야 한다. 이용요금도 물어야 한다. 특허권이 없어지는 경우는 4가지다. ①특허권소유자가 서면으로 포기한다고 선언한 경우 ②특허권 보호요금을 내지 않은 경우 ③발명행정기관이 특허권 효력을 없앤다고 결정한 경우 ④특허권을 넘겨받을 상속자가 없을 경우다. 우리나라와 큰 차이가 없다.

이렇게 볼 때 특허권 보호 면에서 우리와 비슷한 점이 적잖다. 그러나 간접침해 인정, 침해자에 대한 과실 추정, 생산방법 추정, 손해액 추정 등 구체적인 면에선 규정이 없어 특허권자 권리보호가 허술한 실정이다.

특허권 분쟁은 협의해결이 원칙, 필요 땐 국가기관 개입

북한에서의 특허권분쟁은 아직까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사회주의 특성상 개인이 특허권을 직접 행사할 수 없기 때문으로 보인다. 현재 북한에서 이뤄지고 있는 특허권 분쟁 관련제도를 소개한다.

특허권 관련분쟁 때 당사자들끼리 협의로 푸는 게 원칙이다. 하지만 해결이 안 될 땐 발명행정기관을 찾아 해결할 수 있다. 발명법이 만들어진 1998년엔 ‘중재기관이나 재판기관에 제기해 해결할 수 있다’고 돼있어 관련내용이 현실에 맞게 손질됐음을 알 수 있다.

발명행정기관이 특허권침해분쟁을 처리하면서 침해로 판단되면 행위를 한 사람에게 더 이상 못하게 할 수 있다. 30일 안에 멈추지 않으면 해당 법기관에 집행을 요구할 수 있다. 특허권을 침해한 당사자가 손해보상을 하지 않으면 특허권자는 발명행정기관에 제기, 해결할 수 있다. 특허권을 침해한 사람에게 민사적 제재 외에도 정상에 따라 행정처벌을 내린다. 침해행위가 범죄에 해당되면 형사적 책임도 지운다. 일반적으로 ‘2년 이하의 로동단련형’이 떨어진다. 정상이 무거울 땐 ‘3년 이하 로동교화형’에 처한다고 돼있다.

북한 발명법에도 침해구제수단이 있다. 민사적, 형사적, 행정적 구제가 그것이다. 그러나 우리처럼 구체적인 벌칙규정(침해예방청구권, 신용회복청구권, 부당이득반환청구권 등)과 범죄유형(침해죄, 허위표시의 죄, 사위행위의 죄, 비밀누설죄 등)이 명시돼있지 않다. 개인 권리보호에 소홀함이 있는 실정이다. 국가기관 재량권이 커 부실권리와 부작용이 날 소지도 많다. 북한진출을 원하는 우리 기업이 특허권분쟁 때 안아야할 위험부담이어서 대비책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