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연방 정부의 부채 증가로 미국의 경제 확장세가 약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출처= 블룸버그 TV 캡처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미국 경제에서 인플레이션의 첫 신호가 보인다고 말했다.

그린스펀 전 의장은 14일(현지시간)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고용 시장이 경색되면서 물가 상승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면서 "평균 임금은 올라가고 있지만 생산성은 향상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의 현재 고용시장이 자신이 본 것 중 가장 타이트한 상황이라면서도 “그러나 생산성이 향상되지 않는 것이 국내총생산(GDP) 성장에 커다란 영향을 주고 있다"며 “이것이 미국을 오염시킨 포퓰리즘의 궁극적인 근원”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3분기 고용 비용은 경제 전문가들이 예상한 것보다 더 빠르게 증가했으며 이는 물가가 더욱 오를 수 있다는 증거라는 것이다.

그린스펀 전 의장은 "백악관이 미국 성장에 자신감을 나타내고 있지만, 생산성 성장이 낮은 것은 경제가 생산성 성장 없이 물가만 끌어올리는 평형 체계로 접어든다는 것을 뜻한다"고 경고했다.

연준이 주시하는 인플레이션 지표인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 지수는 2012년 이후 대부분 연준 목표치인 2%를 밑돌다가 올해 9월까지 12개월 동안 그 수준으로 올라왔다.

미국 노동부가 14일 발표한 10월 소비자 물가지수(CPI)는 전월 대비 0.3%(계절조정치) 상승했다. 이는 지난 1월 0.5% 상승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10월 소비자 물가는 전년 대비 2.5% 상승했다. 에너지 가격의 상승이 주 원인으로 작용했다. 상승폭은 애널리스트들의 예상치와 같았지만 상승폭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점에서 인플레이션 신호로 받아들이는 전문가가 많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소비자물가지수의 이 같은 상승세가 다음달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고 보도했다. 다만, 최근 국제유가가 급락세를 보이는 만큼 향후 인플레이션은 둔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린스펀 전 의장은 또 정부의 부채 증가로 미국의 경제 확장세가 약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감세는 실제로 경기 부양 효과가 있었고 우리는 여전히 그것의 일부를 느끼고 있지만, 그것이 실제 적자를 상쇄할 만큼 충분하지는 않다”고 지적하고 “다른 곳에서 수입을 찾지 않고는 더 이상 세금을 깎아서는 안 된다. 추가 감세가 이루어진다면 큰 문제에 봉착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는 지난 해 12월 1조 5000억 달러 규모의 세제개편안을 통과시켰다. 이러한 감세정책과 재정지출 확대에 힘입어 미국 경제성장률은 2분기에 4.2%를 기록하며 4년 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그러나 그 반대급부로 연방 재정적자는 6년 만에 최고 수준인 7790억 달러(882조원)로 늘었고, 전문가들은 총 21조 3000억 달러(2경 4000조원)에 달하는 연방정부의 천문학적 누적 부채가 통제 불가능해질 것을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그린스펀 전 의장은 지난 10월에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압박을 받는 제롬 파월 의장에 대해 '무시하면 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0월, 자신의 취임 이후 최대 치적의 하나로 내세워 왔던 뉴욕 증시가 폭락하자, "연준이 미쳤다" "연준이 실수하고 있다" "연준이 가장 큰 위협이다"는 등의 노골적 발언을 쏟아내며 연준의 점진적 금리 인상 기조를 거듭 비난해 왔다.

1987년부터 2006년까지 도널드 레이건, 조지 H.W. 부시, 빌 클린턴, 조지 W. 부시 행정부를 거치며 18년 넘게 연준을 이끌었던 그린스펀 전 의장은 CNBC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 뿐 아니라 역대 모든 대통령이 연준의 정책에 대해 논평해 왔다”면서 “연준이 할 수 있는 최선은 귀마개를 끼고 듣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나는 18년 동안 연준에 있으면서 금리를 내리라는 메모와 요청을 무수히 받았다”며 “나는 정치권에 있는 누군가가 금리가 너무 낮아 금리를 올릴 필요가 있다고 말하는 것을 단 한 차례도 들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린스펀 전 의장은 파월 의장이 ‘1등급 의장’이라며 "그는 본인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다. 충분히 뛰어나기 때문에 연준의 방향성에 대해 걱정하지 않는다"고 신뢰를 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