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이성규 기자] 게임산업은 대표적인 수출 효자다. 여타 문화콘텐츠 대비 언어 장벽이 낮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지난 2016년 국내 게임산업 수출액은 32억7734만달러를 기록했다. 직전년도보다 2.0% 증가한 수치다. 전체 콘텐츠 산업 수출액(67억4000만달러) 대비로는 절반을 차지한다. 한류열풍이 불면서 국내 드라마, 영화, 음악 등의 수출 기대가 높았던 것과는 다른 결과다.

 

게임산업 자체 성장도 중요하지만 게임으로부터 파생되는 산업도 무시할 수 없다. 삼정KPMG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글로벌 e스포츠시장 규모는 2018년 9억600만달러에서 2021년 16억5000만달러 규모로 가파른 성장이 예상된다.

올해 글로벌 e스포츠 시청자 수는 2억2000여만명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2021년에는 3억1600만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e스포츠시장 규모는 북미가 가장 크지만 국내 열기도 만만치 않다. 2017년 국내 경기 현장을 찾은 e스포츠 관람객은 전년 대비 27% 증가한 21만1900명을 기록했다.

e스포츠의 국제적 위상도 높아지고 있다. 2018년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에 e스포츠가 시범 경기로 채택됐으며 2022년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정식 종목으로 등록될 예정이다.

e스포츠는 스타크래프트가 개척했다. 최근에는 리그오브레전드, 배틀그라운드, 오버워치 등이 이 시장을 이끌고 있다. 중요한 것은 일반 유저들이 이용하는 게임 이용시간 순위가 e스포츠 주요 게임 위주로 상위권에 랭크돼 있다는 것이다.

게임 자체의 완성도와 흥미도 중요하지만 e스포츠 시장 확대로 유저들이 더욱 늘어나는 것도 무시할 수 없는 셈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프로게이머의 플레이를 보고 따라 하는 일종의 팬덤(Fandom)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게임산업 규모 확대보다 e스포츠 시장 성장 전망이 더 높은 이유다.

 

최근 스트리밍 방송 서비스가 활성화되고 있다. 그 중심에도 단연 게임이 자리 잡고 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스트리밍 플랫폼(트위치, 유튜브) 역할이 컸다. 전통 스포츠와는 달리 e스포츠는 TV네트워크만을 통해 방송되지 않는다. 개인방송, OTT(Over-The-Top) 서비스로 미디어의 패러다임이 전환되는 시점과 e스포츠가 만나면서 큰 성장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e스포츠와 방송채널의 확대는 게임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키기 충분했다. 유저들은 다양한 장르의 게임을 간접적으로 접하는 계기도 됐다. 스트리머라는 새로운 직업도 탄생했다. 유튜브 팔로워 190만명을 보유한 인기 BJ ‘대도서관’은 초반 게임 캐릭터에 감정이입을 하면서 인기를 끌었다. 시청자들에게 게임 정보제공 등의 역할도 톡톡히 했다.

 

지속되는 규제, M&A로 돌파… 게임산업 트렌드 주시해야

게임은 법과 제도에 의해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산업이다. 강제적·선택적 셧다운제, 결제한도 규제, 웹보드 게임 규제 등이 시행되고 있다. 규제가 국내 게임산업 성장에 제동을 거는 것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국내 게임산업은 분명 성장하고 있다. ‘규제’라는 이름에 함몰돼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이보다 중요한 것은 게임산업 트렌드다. 게임사들이 우수한 게임 개발을 통해 IP 등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게임유저들이 어디서 어떻게 모이는지 알고 이를 공략할 필요가 있다.

대표적인 예가 아마존의 지난 2014년 글로벌 1위 게임 스트리밍 업체인 트위치 인수(9억7000만달러)다. 전자상거래 업체로 알려진 아마존은 클라우드 제공과 함께 게임으로부터 발생하는 이익창출도 향유하고 있다.

결국 게임사의 외형확장을 위한 인수합병(M&A)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글로벌 게임산업의 M&A는 지난 2013년에서 2017년까지 평균 67건이 발생했다.

2017년에는 75건이 이뤄졌으며 총 거래규모는 35억달러다. 상대적으로 2015년과 2016년에 딜(Deal)이 많았다. 대형 M&A(텐센트의 슈퍼셀 인수, 액티비전 블리자드의 킹디지털 인수 등)가 집중된 영향이다. 중요한 것은 글로벌 게임사들이 시장 트렌드를 파악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했다는 점이다.

삼정KPMG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 M&A 동향을 보면 기존 게임 완성도를 높이고 이용자 경험을 극대화하려는 경향이 높다”며 “클라우드 게이밍 서비스도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 3월 배틀그라운드로 유명한 블루홀의 자회사 펍지는 미국 온라인 게임 서비스 개발 업체인 매드글로리를 인수했다. 매드글로리는 게임 플레이를 위한 매치메이킹 엔진, 토너먼트 플랫폼 등 온라인 게임 서비스를 전문적으로 개발하는 업체다.

이는 배틀그라운드를 즐기는 유저들을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PC와 모바일, 콘솔까지 매치메이킹이 중시되는 장르가 확대되고 있어 이번 인수에 대한 기대가 크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 1월 클라우드 서비스를 통해 다양한 분석을 제공하는 플레이팹을 인수했다. MS의 클라우드서비스인 애저와 연계해 서버 인프라와 게임 개발 지원 서비스를 제공할 것으로 관측된다. EA는 지난 5월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 업체인 게임플라이를 인수했다. 게임 플랫폼 간 경계가 허물어지는 ‘크로스플레이’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게임, 애프터서비스(AS)의 부각

게임이 개발된 이후 유저 한 명에게 추가로 서비스하기 위한 한계비용은 제로(0)에 가깝다. 게임사들이 더 큰 시장에서 활약하려는 이유다. 유저가 늘수록 수익은 기하급수적으로 늘기 때문이다.

구글플레이, 앱스토어, 스팀과 같은 게임 유통 플랫폼이 늘면서 게임의 글로벌화를 촉진했다. 과거에는 해외 진출 시 각 국가의 배급사를 찾아야 했지만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게임 유저가 많아지면서 평가도 정교해졌다. 실제로 게임 평점과 매출 간의 상관관계는 연관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트위치와 유튜브의 성장도 이에 힘을 보탠 것으로 풀이된다.

과거에는 게임에 대한 정보가 부족했다. 특정 게임에 관심이 있는 유저라면 선택은 ‘구매’밖에 없었다. 마음에 드는 게임을 구입했다면 만족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실망을 감출 수 없다. 최근 유저들은 게임을 구매하기 전 스트리머들의 리뷰와 게임평가 매체의 점수 등을 꼼꼼히 살핀다. ‘선택’을 받을 수 있는 게임은 기본적으로 훌륭해야 한다는 것이다.

게임 출시 후 반응이 좋아 구매가 늘더라도 지속적인 업데이트 계획이나 콘텐츠가 충분하지 않으면 유저들의 관심은 급격히 식는다. 반면, 출시 초기 실망스럽더라도 이후 개선을 한다면 유저들은 다시 몰려든다.

그 대표적인 예가 ‘데스티니 가디언즈’다. 이 게임은 데스티니의 후속작으로 많은 관심을 받았지만 1편과 다름없는 콘텐츠, 실망스러운 스토리 전개 등으로 질타를 받았다. 그러나 ‘포세이큰’을 업데이트하면서 유저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고 현재는 순항하는 모습이다.

 

‘관리’의 게임 시대, 기술·시장 불확실성 정면돌파해야

현재 글로벌 게임산업은 큰 변화를 앞두고 있다. 게임사는 물론 유저들도 달라지고 있다. 국내 게임의 수출환경이 나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이전과 다른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으면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

크로스플레이와 e스포츠 시장의 판을 키우는 게임업 외 타 업계를 감안하면 게임사가 고려해야 하는 점은 더욱 많아졌다. 우수한 게임을 만드는 것은 기본이며 다양한 플랫폼에 얽혀있는 이해관계자들의 실타래를 차근차근 풀어나가야 한다. 게임 산업의 새로운 지형도에 맞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모색해 혁신 성장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AI·VR·AR 기술에 투자하고 게임에 접목하는 데 긍정적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단연 비용문제와 효용성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실패하면 막대한 피해도 감수해야 한다. 그러나 신성장동력을 확보한다는 점에서 멈출 수는 없는 일이다.

게임 관리의 개념은 IP 확보부터 신기술 적용, 스트리밍과 e스포츠산업을 총망라한다. 국내 게임업계는 펄어비스가 ‘검은사막’, 엔씨소프트가 ‘리니지’를 통해 IP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게임산업 트렌드가 PC에서 모바일, 클라우드로 확대되고 있지만 우수한 IP를 기반으로 한 최고 퀄리티의 게임은 플랫폼에 관계없이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다.

 

M&A로 콘텐츠 자체를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해당 게임사의 운영 역량을 흡수하는 데도 힘써야 한다. 많은 게임을 출시해 많은 유저들을 확보하는 시대는 지났다. 관리를 통해 장수할 수 있는 게임이 많은 유저들로부터 사랑을 받는다.

한 게임사 개발자는 “국내 게임업계도 산업 변화에 이전부터 많은 관심을 두고 있다”며 “변화하면서 수익도 확보해야 하는 환경이 업무 강도를 높이는 이유”라고 말했다. 그는 “다양한 라인업을 보유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게임의 질(質)을 높여야 국내 게임의 글로벌 인지도를 올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