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13일 '한국 신용전망 컨퍼런스'에서 KCC의 등급 하향조정을 검토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출처=무디스.

[이코노믹리뷰=김진후 기자] 신용평가회사 무디스가 건축자재업체 KCC의 신용등급 하향조정을 검토 중인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실적 전망을 바탕으로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등 5개 기업의 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변경했다.

무디스와 한국신용평가는 13일 서울 여의도에서 ‘2019년 한국 신용전망 컨퍼런스’를 개최하고 KCC의 현재 신용등급인 'Baa2'를 하향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무디스는 이날 총 5개 회사의 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변경했다. 해당 업체는 Baa1 등급에 머물고 있는 현대글로비스·현대모비스·현대자동차·기아자동차와 A3 등급인 SK텔레콤이다.

이밖에 삼성전자·KT·LG화학 3개사는 Aa3 ‘안정적’ 등급을 부여받았고, 코레일·한전 등 4개사는 Aa2 ‘안정적’ 등급이 책정됐다.

KCC의 등급이 하향 조정된 이유로 미국의 첨단기술소재 공급업체인 ‘모멘티브’ 인수가 꼽히고 있다. KCC는 반도체 재료업체 원익큐앤씨, 사모펀드(PEF) 운용사 SJL파트너스와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지난 9월 13일 3조4000억원 규모로 ‘모멘티브 퍼포먼스 메터리얼즈’의 지주사 MPM 홀딩스 인수했다.

무디스는 인수 직후인 지난 9월 등급 검토를 예고하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해당 보고서는 “재무와 비즈니스 프로필에 미치는 변화를 감안할 때 신용등급이 한 단계 이상 하락할 수 있다”면서 등급 하락을 암시했다.

무디스는 이번 인수로 KCC의 규모와 지리적 다양성은 개선될 것으로 예측한 반면, 경쟁이 치열한 실리콘 사업에 지속해서 노출되면 안정성 있는 기존의 건축자재·도료 사업과 비교해 위험도가 높아질 것으로 예측했다. 당초 무디스는 거래의 진행과 완료, 자금 조달과 레버리지, 컨소시움의 세부 합의 사항, KCC의 자산분할 계획에 초점을 맞추고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한국기업평가는 KCC의 '모멘티브' 인수 완료 후 주요 재무지표가 악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출처=한국기업평가.

한국기업평가 역시 지난 9월 21일 ‘MPM 인수로 재무부담이 확대될 것’이란 내용의 보고서를 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번 인수로 실리콘 부문의 비중과 제품 믹스가 확대되는 점은 사업경쟁력에 긍정적이지만 신용도에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닐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대규모 인수대금 납부로 생긴 재무부담 확대가 KCC의 신용도에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기업평가는 이번 인수가 성공한다면 합산 매출액은 약 6.2조원으로 확대되고 합산 EBITDA(세전·이자지급전이익)가 약 0.9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당시 매출 비중 6% 정도인 실리콘 분야가 기존 도료·건자재 부문과 함께 주력 사업으로 부상하면서 사업다각화에 호영향을 끼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이미 우수한 사업안정성을 갖고 있는 KCC가 인수로 누릴 수 있는 안정성 개선 효과는 크지 않을 것으로 결론지었다.

한기평은 3조원 이상의 인수규모 역시 재무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면서, 인수를 위한 차입금 2조1000억원이 KCC의 재무부담으로 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모멘티브의 EBITDA 3313억원과 지분투자금 5770억원, SPC 차입금 2조1000억원을 고려하면, EBITDA 대비 순차입금을 환산한 차입금 커버리지 지표가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모멘티브’는 75년의 역사를 가진 세계 3대 실리콘·석영 세라믹 기업으로, 2017년 기준 매출액 23억달러, 영업이익 0.9억달러, 자산규모 27억달러를 기록한 기업이다. KCC가 인수한 실리콘(기능성첨가제와 유기실리콘) 사업부의 매출은 21억달러(2017년 평균 환율 기준 2조4074억원)로 전체 매출의 91%에 해당한다. 이는 KCC의 2017년 실리콘 매출액인 2794억원의 8.6배 규모다.

▲ 한국기업평가는 KCC가 차입금 상환을 위해 비영업용 보유주식 매각 계획을 세운 것으로 파악했다. 출처=한국기업평가.

반면 한기평은 지난 10월 16일 KCC의 회사채 등급을 AA에 책정하고, 향후 ‘안정적’일 것으로 전망했다. 기업어음 역시 A1 등급으로 판단했다. 이날 공시된 내용에 따르면 9월의 전망과 마찬가지로 인수 완료 후 실제 부담할 레버리지 상당액이 KCC에 귀속될 거란 관점을 유지했다. 이에 따라 연결차입금 증가, 커버리지와 레버리지 지표 등 주요 재무지표가 악화될 것으로 예측했다.

한기평은 KCC가 비영업용자산 매각으로 차입금 상환 계획을 세운것을 주목했다. 2018년 6월 말 기준 KCC가 보유한 투자주식가액은 삼성물산 2조원, 현대중공원 5000억원 등 총 2조8000억원 규모다. 한기평은 매각 대상·시기 등이 아직 미정이지만 재무부담 확대에 대응하기 위해 보유 비영업용 자산의 매각을 적극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 이에 따라 인수 이후 차입금이 유의미하게 축소되고, 순차입금/EBITDA가 3.5배, 차입금의존도가 27.5% 이하라면 등급 하방 압력이 상당히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