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이성규 기자] 신작 게임 출시를 앞두고 유저들은 오매불망 기다린다. 각종 추측과 소문도 난무한다. 경험 후보다 경험 전에 그 기대가 단연 크기 때문이다. 반면, 이러한 기대는 우려를 낳기도 한다. 하드웨어의 성능이 게임 실행을 뒷받침해줄지 의문이다. 각종 게임 커뮤니티 게시판에 사양에 대한 문의가 올라오는 이유다.

이러한 걱정은 게임 그래픽과 시스템의 고도화에 따른 결과다. 원활하게 게임을 즐기기 위해서는 유저들도 투자에 따른 비용을 감수해야 한다.

 

신작 혹은 기존에 출시된 게임이 자신이 보유한 컴퓨터에서 실행이 가능한지 여부는 ‘Can You Run It’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 게임 실행이 되지 않는다면 그 이유를 명확히 알려준다. 예를 들면 낮은 용량 혹은 메모리, 그래픽 카드 등 구체적이다.

게임 실행을 위해서는 부족한 부분을 채워야 한다. 즉, 게임의 발전은 하드웨어 수요를 이끄는 한 축이라 할 수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2018년 게임이용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PC방에서 게임을 하는 이유로 ‘친구·동료와 어울리기 위해’가 32.1%로 1위를 차지했다. 2위는 ‘PC사양(성능)이 좋아서’로 30.7%로 나타났다. 같이 게임을 하는 재미도 있지만 유저들의 PC사양에 대한 고민이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PC와 콘솔을 넘어 모바일 게임 시대가 열렸다는 얘기가 나온다. 그러나 각 기기별로 게임을 하는 이유를 보면 모바일 게임 시장 전망을 낙관하기만은 어렵다.

 

모바일 게임을 하는 이유는 ‘시간을 때우기 위해’가 응답률 37.9%로 가장 높았다. ‘단순 재미 때문에’는 19.2%에 불과했다. 반면, 콘솔 게임을 하는 이유는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가 26.8%로 1위를 차지했다.

모바일 게임은 기기의 특성상 이동시간을 활용할 수 있다. 모바일 게임이 PC와 콘솔의 영역을 침해했다고 보기 어려운 이유다. 모바일 기기의 하드웨어 성능은 PC·콘솔에 비해 낮다. 게임을 보는 수준이 높아진 유저들을 만족시키기 어렵다.

결국 모바일 게임의 발전은 기술의 발전이 충족돼야 한다. 단순히 기존 게임을 모바일 기기에 ‘이식’하는 수준을 넘어서야 한다는 뜻이다.

 

 

게임과 기술,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사실 기술의 발전은 퀄리티가 높은 게임 출시의 바탕이 된다. 그러나 기술력 부족으로 이미 시중에 배포된 게임의 원활한 구동이 어려운 경우도 있다. 대표적인 예가 VR(가상현실)과 AR(증강현실)이다.

일각에서는 VR과 AR의 미래 전망을 찬양하며 시대의 급격한 변화를 예고하기도 했다. 게임 분야에서의 활용도는 더욱 긍정적이었다. 가상공간에서의 활동을 기반으로 하는 게임 특성상 신기술을 테스트하기 좋은 것도 없기 때문이다. 예상과 달리 현재 VR과 AR 등 신기술이 활성화됐다고 평가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VR·AR 분야를 선도하고 있는 글로벌 기업과 연구그룹들은 차세대 컴퓨팅 플랫폼 구현을 위해 PC·콘솔·스마트폰 기반의 헤드마운트디스플레이(HMD) 기술에 집중적으로 연구 개발 투자를 진행 중이다.

 

사용자 몰입감을 높이기 위한 핵심기술요인은 시야각과 해상도, 재생빈도로 구분된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에 따르면 VR HDM의 시야각은 90도(구글)에서 최대 210도(스타브리즈)까지 기술개발이 이뤄졌다. 평균 시야각은 110도(오큘러스 리프트, PS VR, HTC 바이브, HMD 오디세이 등 평균)다. AR HMD 시야각은 14.7도(구글)에서 35도(마이크로소프트) ODG 60도, 메타 90도 등 제품별로 편차가 크다.

해상도는 VR과 AR 대부분 HD(720p) 또는 full HD(1080p=2K) 수준의 해상도를 양안 디스플레이를 통해 제공 중이다. 사용자 몰입감 극대화를 위해서는 고해상도(4K, 8K) 구현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 배터리와 데이터 처리량을 위한 하드웨어에 대한 선제적 기술개발이 요구된다.

VR과 AR분야의 디스플레이 패널은 기존 액정 기반 디스플레이(LCD)에서 얇은 두께로도 높은 해상도를 제공할 수 있는 OLED 기반 디스플레이로 전환되는 추세다.

재생빈도는 높을수록 사용자의 가상멀미를 최소화한다. 현재 VR 기기 중 LCD 기반 제품의 재생빈도는 65㎐, OLED 기반 제품은 86㎐ 수준까지 개발됐다.

시야각, 해상도, 재생빈도 등은 사용자를 위해 개선돼야 하는 문제다. 중요한 것은 게임을 중심으로 이러한 움직임을 보인다는 것이다. 특히 VR 분야에서는 게임 비중이 가장 높고 성장도 가파르다. AR 부문에서는 게임이 차지하는 비중은 낮지만 빠른 속도로 그 규모가 확대되고 있다. 4차 산업의 중심을 게임이 담당하고 있다 해도 과언은 아니다.

국내서는 삼성전자와 LG전자를 중심으로 VR과 AR에 적용될 수 있는 OLED 디스플레이 기술을 기반으로 해상도, 재생빈도 관련 기술을 선도 중이다. 이 분야에서 국내 기업은 90% 이상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서는 기존보다 넓은 동작 온도 범위를 갖고 정밀한 서브픽셀 구현이 가능한 백색 OLED 기술을 개발했다. LG디스플레이는 구글과 협업을 통해 세계 최초로 120㎐ 수준의 재생빈도와 1800만 화소의 초고해상도를 갖는 OLED 기반 VR 디스플레이를 개발했다.

트래킹 기술은 센서와 비전 트래킹 소프트웨어(SW)에 대한 연구개발이 주를 이루며, 이를 구성하는 센서 하드웨어(HW)의 90% 이상을 해외 수입에 의존한다. 여타 렌더링 기술, 인터랙션과 사용자 인터페이스 기술은 꾸준한 연구개발이 진행되고 있으나 선진국 수준에는 미치지 못한다. VR·AR 기술수준은 미국(0년), 유럽(0.8년), 일본(1년), 한국(1.6년), 중국(2.0년) 순이다. 한국은 미국 대비 20%포인트의 기술격차가 존재한다.

 

클라우드+5G에 투자하는 이유

VR이나 AR이 예상보다 시장 확대가 더딘 이유는 통신의 문제도 있다. 4G 시대의 중심은 ‘일방통행’인 동영상이다. 게임과 같은 인터랙티브 요소가 가미된 콘텐츠를 적극 활용하기 위해서는 5G가 필수다. 통신 속도가 빨라지면 VR과 AR을 비롯한 홀로그램 구현이 쉬워진다. 먼 거리에 있는 사람도 가상의 공간에서 만날 수 있게 된다.

 

최근 PC, 모바일, 콘솔 등 특정 플랫폼에 묶이지 않고 다양한 기기에서 동일한 게임을 즐길 수 있는 ‘크로스 플레이’가 주목을 받고 있다. 과거에는 플랫폼 간 하드웨어 성능차이로 크로스 플레이 구현이 어려웠다. 통신 기술 등이 발달하면서 가능한 환경이 조성됐다.

콘솔 게임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소니는 최근 크로스플레이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높은 콧대가 주저앉은 이유는 기술의 발전이 새로운 게임플레이 환경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크로스플레이가 더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클라우드와 5G의 역할이 중요하다. 현재는 PC·콘솔·스마트폰 등 각각의 기기에 게임을 설치하고 구동하지만 5G가 등장하면 클라우드 서버에서 게임을 돌릴 수 있게 된다. 기기에 직접적인 부담을 덜고 유저의 관리 중요성도 낮아진다.

최근 IT업계에서 부상하고 있는 클라우드 게이밍 서비스는 스트리밍 방식을 통해 언제 어디서든 플레이할 수 있는 환경을 말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PC와 XBOX를 앞세워 이 시장에 진출했다. 아마존은 세계 거대 상장 게임사의 90%가 자사의 클라우드를 사용한다고 밝혀 그 입지를 과시했다.

아마존은 클라우드 서비스인 아마존웹서비스와 무료 게임 엔진 럼버야드를 통해 최적의 온라인 게임 서비스 환경을 구축하려 노력 중이다.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인 트위치 인수도 같은 맥락이다. 지난 3월에는 다양한 플랫폼에서 게임스트리밍 서비스를 구현할 수 있는 클라우드 개발 플랫폼 ‘게임온’을 선보였다. 클라우드 관련 사업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2014년부터 차세대 게임 클라우드 플랫폼인 ‘델로리안(DeLorean)’을 개발하며 관련 게이밍 서비스 시장 진출을 준비해 왔다.

 

AI로 한 단계 도약하는 게임 산업

지난 2016년 알파고(AlphaGo)와 이세돌의 바둑대결은 세간의 관심을 모았다. AI가 인간을 이기면서 그 기술력과 상업성이 재조명을 받았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비디오 게임에서 AI 활용은 비디오 게임의 역사만큼이나 오래됐다. 1978년 출시된 ‘스페이스인베이더’는 처음으로 이용자의 플레이와 상관없이 적의 움직임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도록 설계돼 최초로 AI를 적용한 게임으로 평가받고 있다.

게임은 이용자의 경험이 중요하다. 다양한 이용자의 성향을 예측한 AI 시나리오를 작성하기가 힘든 이유다. 그러나 2014년 이후 단순한 패턴 스크립트가 아닌 스스로 인지해 학습하는 딥러닝(Deep Learning)이 등장하고 빅데이터(Big Data) 기술 발전으로 AI 기술도 개선되고 있다. 테크레이더에 따르면 AI 기술 발전은 시각효과 발전, 현실성 증가, 맞춤형 플레이를 변화시킬 전망이다.

AI 기술 발전은 알게 모르게 유저들 사이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샌드박스 게임인 ‘마인크래프트’와 턴제 카드수집 게임인 ‘하스스톤’은 몬테카를로 트리서치(Monte Carlo Tree Search, MCTS)가 적용됐다. MCTS는 2007년 개발된 AI 기법으로 특정 명령에 따른 모든 대안을 찾기보다 게임 시뮬레이션을 통해 스스로 최적의 행동을 결정하는 알고리즘이다.

이밖에도 일렉트로닉아츠(EA)는 지난해 AI, 딥러닝, VR, AR과 같은 분야의 기술 진흥을 목표로 하는 특수사업부 씨드(Search for Extraordical Experience Division, SEED)를 신설했다. 씨드는 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가 어떤 모습일지 살펴보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EA의 최근 프로젝트 중 하나는 ‘배틀필드1’ 에이전트가 멀티플레이를 할 수 있도록 자율학습을 훈련시키는 것이다. 초기 테스트에서는 사람이 AI 에이전트보다 우월한 성적을 거뒀으나 이후 몇몇 참가자들은 AI 에이전트를 사람과 구분하지 못할 정도로 발전했다.

앞서 언급한 모든 신기술은 출범 시기로 본다면 새로운 기술이라 할 수 없다. 기술의 상업화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우리에게 ‘신’(新) 기술로 비춰지는 것이다. 그 중심에는 분명 게임이 있다. 기술이 먼저인지, 게임이 먼저인지 명확하게 선을 그을 수 없다. 그러나 게임을 통한 해당 기술의 성공 혹은 대중화는 여타 시장에서 활용이 가능한지 여부를 판가름할 수 있는 기준이 될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