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지털헬스케어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기업인 DHP의 최윤섭 대표가 '2018 디지털헬스케어 써밋'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출처=DHP

[이코노믹리뷰=황진중 기자] 디지털 헬스케어와 관련, 의료법·의료기기법·개인정보보호법 등 규제 개선이 필요하다는 말이 많지만 업계 한편에서는 규제 개선보다 진흥 정책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디지털 헬스케어 발전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원격의료제한을 제외하면, 현행법상에서도 여러 분야에서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은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성장 가능성 인정받은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 어디?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인 휴먼스케이프는 환자들이 커뮤니티 활동을 하면서 지적, 정서적 교류를 통해 질병을 극복하는 데 도움을 얻을 수 있도록 블록체인 기반 환자 네트워크를 구축 중이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질병군에 대한 환자 데이터가 생산·수집되면 데이터 생산자인 환자에게 가상통화를 제공한다.

휴먼스케이프는 제약사나 연구기관 등 외부 산업군과 환자를 연결해 생산된 데이터를 R&D와 신약 개발 등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환자들이 생활습관과 증상을 꾸준히 관리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을 목표로 뒀다. 이 기업은 100만명의 월 평균 사용자 수를 보유한 모바일 앱 서비스 ‘굿닥’ 등을 운영하는 헬스케어 기업 ‘케어랩스’와 사모펀드로부터 올해 10월 35억원 규모의 시리즈 A 투자를 유치했다.

장민후 휴먼스케이프 대표는 “이번 전략 투자를 통해 헬스케어 분야의 선배 기업이자 코스닥 상장사인 케어랩스와 사업 협력을 강화해 블록체인-헬스케어 분야를 선도하는 스타트업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밝혔다.

▲ 국내 헬스케어 비즈니스 유형과 가치 창출. 출처=과학기술정책연구원, 이코노믹리뷰 추가 정리

유전체 분석 전문기업인 마크로젠에서 스핀오프(회사분할)해 2016년 11월 설립된 스타트업 쓰리빌리언(3billion)은 AI에 기반을 두고 희귀질환 유전자를 진단하는 방법을 개발하고 있다. 7000여종의 희귀질환 중 치료제가 개발된 질환은 5%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쓰리빌리언이 구축할 유전체 데이터 플랫폼은 신약 타깃 발굴, 신약 후보 물질 도출 등 희귀질환 치료제 개발을 효율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쓰리빌리언은 헬스케어 스타트업 전문 액셀러레이터 디지털헬스케어파트너스(DHP)에 시드 투자를 유치했고, 올해 7월 30억원 규모의 시리즈 A 투자를 받았다. 금창원 쓰리빌리언 대표는 “AI 희귀질환 검사 엔진을 고도화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더 많은 숫자의 희귀질환 환자 게놈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이다”면서 “이번 투자를 바탕으로 국내외 협력 병원, 환자 단체 등 과 임상 연구 규모를 확대해 희귀질환 검사 시장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산업은 민간에 맡기고 정부는 든든하게 받쳐줘야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과 관련, 규제 개선이 가장 중요한 이슈로 부각되지만 실제로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산업 진흥 정책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송승재 한국디지털헬스산업협회 회장은 “헬스케어 관련 규제 하면 데이터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데이터는 환자가 헬스케어 서비스를 받기 위해 정부가 가이드하고 있는 개인정보관리체계 하에서 이용 약관, 개인정보 취급방침 등에 대해 동의를 하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서 “EU의 강화된 개인정보보호법과도 상충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시간과 비용이 더 들어가지만, 법을 준수하면서 서비스를 만들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한국은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이 없다. 해외로 나가야 한다”는 말이 돈다. 관련 시장을 형성할 수 있을 정도로 비용을 지출할 수 있는 기관인 건강보험공단이 소극적인 반응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건강보험으로 지출된 진료비는 69조6271억원으로 2013년 50조7426억원, 2016년 64조6623억원에 이어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그러나 보건복지부와 건보공단 등은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 육성에 적극 나서지 못하고 R&D와 시범사업에 주력하는 상황이다.

▲ 건강보험 진료비 지급 추이.(단위 조원) 출처=건강보험심사평가원

송승재 회장은 “디지털 헬스는 질환 예방과 건강증진, 예후 관리 등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수단이다”면서 “민간 보험사들은 보험사고율을 줄이기 위해 건강증진형 보험으로 디지털 헬스케어를 도입하고 준비 중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디지털 헬스를 활용해 중증 질환자가 재택환경에서 예후를 관리하거나 만성질환자가 건강관리를 하는 경우, 그렇지 않은 환자보다 좋은 결과를 얻는다는 근거가 여럿 있다”면서 “이를 통해 의료 서비스의 사각지대를 해소할 수 있어 국민 건강에 기여를 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건보재정을 줄이고, 창업과 일자리 창출과 같은 산업 효과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건보공단의 적극적이지 않은 태도와 더불어 민간에서 할 사업을 자꾸 정부가 뺏어간다는 말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바우처나 정부 예산을 받을 수 있는 보조 사업들이 있었다”면서 “정부가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 등이 필요하다고 판단은 하고 있어 R&D는 지속하고 있지만, 결과가 나오면 기업들을 독려하는 것이 아니라 산하기관에 사업을 넘긴다”고 지적했다.

디지털 헬스케어 육성과 관련, 실질적인 지원 정책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인력충원’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송 회장은 “식약처는 빠르게 대응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전문성을 높이고 시장의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더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식약처의 업무 효율을 높이는 것은 결국 검증된 최신 의료기기를 빠르게 시장에 선보여 국민 건강증진, 질환예방, 의료 사각지대 해소 등의 혜택을 볼 수 있고, 이는 경제 효과로도 나타날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