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황진중 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기준 위반을 감리한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가 ‘고의 분식회계’ 결론을 내고 대표이사 해임권고, 과징금 80억원 부과와 함께 위반 내용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삼성바이오로직스에는 상장적격심사 사유가 발생해 거래가 최대 35일까지 정지된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14일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기준 위반 재감리 심의 후 2015년 회계처리 당시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지배력 변경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회계 원칙에 맞지 않게 기준을 자의적으로 해석‧적용하면서 이를 고의로 위반했다고 결론 내렸다.

금융감독원은 앞서 삼성바이오가 합작계약에 따라 2012년부터 계속 미국계 글로벌 제약사 바이오젠(Biogen)과 바이오에피스를 공동지배하고 있었으며, 2012년부터 2014년까지 삼성바이오가 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연결회계)로 처리한 것은 위법하다고 지적했다.

증선위는 신제품 추가, 판권매각 등 바이오젠이 보유한 동의권 등을 감안해 계약상 약정에 의해 지배력을 공유하는 것에 해당하며, 바이오젠이 가진 콜옵션은 지배력 결정 시 고려해야 하는 실질적인 권리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즉, 삼성바이오는 바이오젠과 함께 바이오에피스를 설립한 2012년부터 이 기업에 대해 관계회사(지분법회계)로 처리했어야 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바이오가 기존에 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로 회계에서 인식하다가 2015년 돌연 지분법으로 기준을 바꿀 이유가 없다는 금감원의 지적이 인정됐다고 할 수 있다.

국제회계기준(IFRS)가 2011년에 국내에 최초로 도입된 점과 삼성바이오와 바이오에피스가 각각 2011년, 2012년에 설립된 점, 지배력과 관련한 새로운 회계기준서가 2013년에 시행된 점 등으로 삼성바이오의 2012년과 2013년 회계기준 위반은 과실로 결론 났다.

삼성바이오의 2014년 회계는 임상실험 등 제품 개발 성과가 나타난 상황에서 바이오젠 콜옵션 보유 여부를 처음으로 공시하는 것이 고려돼 중과실로 결정됐다.

증선위는 “2012년에서 2014년 올바른 회계처리로 지분법으로 판단하는 경우, 삼성바이오가 2015년에 에피스 주식을 지분법으로 처리하면서 대규모 평가 차액을 인식한 것은 잘못이므로 취소돼야 한다”고 밝혔다.

증선위는 또 “삼성바이오가 콜옵션 부채를 2014년 회계에서 인식했어야 함을 2015년에 처리했으나, 콜옵션의 공정가치평가가 불가능하다는 논리를 사전에 마련한 상태에서 이에 맞춰 외부평가기관에 평가불능 의견을 유도했으며 이를 근거로 과거 재무제표를 의도적으로 수정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면서 “삼성바이오가 바이오에피스 투자 주식을 취득원가로 인식하면서 콜옵션 부채만을 공정가치로 인식하면 재무제표상 자본잠식이 될 것을 우려해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지배력 변경을 포함한 다소 비정상적인 대안들을 적극 모색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결론에 따라 증선위는 삼성바이오에 대해 대표이사 해임 권고, 과징금 80억원 부과, 검찰 고발 조치를 하기로 결정했다. 삼성바이오를 감사한 삼정회계법인에 대해서는 중과실 위반으로 과징금 1억7000만원과 삼성바이오에 대한 감사업무 5년 제한, 회계사 4명에 대한 직무정지가 건의됐다. 안진회계법인은 과세에 의한 위반으로 삼성바이오에 대한 감사 업무 3년 제한이 결정됐다.

과징금 부과와 공인회계사 직무정지는 자본시장법과 공인회계사법에 따라 금융위가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

증선위 조치에 따라 삼성바이오 주식은 15일부터 유가증권시장에서 거래가 당분간 정지되며, 거래소의 상장실질심사 대상이 된다. 증선위가 회계처리기준을 위반한 기업을 검찰에 고발할 것을 의결하면 위반 금액이 자기자본 대비 2.5% 이상일 때 한국거래소가 즉시 상장실질 심사를 시작해야 한다. 삼성바이오의 자기자본은 3조8000억원 가량이다. 고의 분식으로 늘어난 자본금은 2조원을 웃돈다.

한국거래소는 15일 이내에 심의대상에 해당하는지 검토한후 대상일 시 20일 안에 상장폐지 여부를 가려야 한다. 이에 따라 삼성바이오 주식은 최대 35일까지 거래가 정지될 수 있다. 업계는 삼성바이오는 코스피 기준 시가총액 7위 기업인 만큼 기업가치에 큰 문제가 없어 상장적격성 심의 대상에 포함되지 않을 가능성이 커, 주식거래는 최대 15일 정지되고 재개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삼성바이오는 이날 “증선위의 결정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면서 “삼성바이오의 회계처리가 기준을 위반하지 않았다는 점에 대해 확신을 가지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 기업은 2016년 한국공인회계사회 위탁감리와 금감원이 참석한 질의회신 연석회의 등으로부터 공식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판단을 받았었다.

삼성바이오 관계자는 “다수의 회계전문가들로부터 회계처리가 적법하다는 의견도 받았다”면서 “증선위가 내린 이날 결정에 대해 행정소송을 제기해 회계처리 적법성을 입증하기 위해 노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날 증선위의 결정은 금감원이 지난해 4월 삼성바이오 특별감리에 들어가면서 시작된 분식회계 논란에 대해 1년 7개월만에 내려진 첫 번째 결론이다. 이후 검찰 수사와 삼성바이오의 행정소송에 따라 최종적으로 어떤 결론이 나올지 관심이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