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혜빈 기자] 많은 직장인이 모여 있는 서울 광화문 일대, 점심시간이면 어느 식당이든 북새통을 이룬다. ‘빨리 빨리’를 위치는 식당 직원들과 그 앞에서 길게 줄 선 손님들의 조합은 낯선 것이 아니다. 점심을 ‘후딱’ 해치우고 복귀하려는 손님들과 한 명이라도 더 ‘소화’하려는 식당들 사이에서, 천천히 음식의 ‘정도’를 걷는 식당이 있다.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서울지방경찰청 뒤쪽에 자리 잡고 있는, 언뜻 길거리 분위기와는 어울리지 않는 듯 조용한 일본 교토 가정식 전문점 우물우물을 찾았다.

▲ 우물우물 간판. 출처=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1. 음식 종류

일본 가정식

 

2. 위치

▲ 우물우물 위치. 3호선 경복궁역 6번과 7번 출구 사잇길로 직진하면 된다. 출처=갈무리

주소 :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3길 36

영업시간 : 매일 11:30~21:00/ 쉬는 시간 14:00~18:00

메뉴

식사 메뉴

규동 7500원, 등심 돈까스 1만1500원, 지라시동 정식 1만5000원, 우나기동 정식 2만5000원, 소유라멘 8500원, 새우 아스파라거스 파스타 1만2500원, 함바그 정식 1만6000원, 스키야키(2인분)+새우튀김+술 세트 4만원·5만5000원·6만원

사이드 메뉴

특제 고로케 3개 5000원·4개 7000원·5개 9000원, 새우튀김 3개 6000원, 다시 계란말이 9000원, 가라아게 7000원

 

3. 상호

▲ 우물우물 내부. 출처=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성북동에서 처음 문을 열었던 우물우물의 터에는 원래 우물이 있었다. 본래 가정집이었던 건물을 개조해서 새롭게 설계해서 만들어진 건물이었기 때문에, 우물을 그대로 보존해두었던 것. 이 건물을 설계한 이도 우물우물의 이상훈 대표(47)다. 즉 그는 건축설계사이면서 일본 가정식 식당의 오너이기도 하다. “어떻게 이렇게 바쁜 직업들을 동시에 수행하는지” 묻자 너털웃음을 지으며 그는 겸손하게 “잘하지 못한다”고 말을 아꼈다.

‘우물우물’을 영어로는 ‘Wellwell’이라고 쓰는데, 단순히 우물을 두 번 반복한 어감이 마음에 들고, 영단어 ‘Well’에 담긴 또 다른 뜻 ‘좋게, 잘’도 마음에 들어서 이렇게 상호명이 지어졌다고 한다.

 

4. 경영철학

이 대표는 어린 시절, 반찬가게와 정육점을 운영하는 부모님 밑에서 자랐는데 이 덕분에 늘 신선한 식재료로 갓 지은 밥을 먹었다고 한다. 성인이 된 후에도 ‘새로 한 밥’이 당연한 것으로 여겼던 그는 자연스럽게 그리고 당연하게도 갓 지은, 정성이 담긴 밥상이 가장 맛있는 것이라는 기준을 갖게 됐다. 그가 식당을 연 후에도 손님들에게 내놓는 음식들은 당연히 그의 까다로운 기준을 만족시켜야 했다. ‘가장 맛있는 식재료로, 그 맛을 잘 살리는 조리법으로, 갓 만들어낸 음식을 당당히 내놓는 것’이 이 대표의 경영철학이다.

 

5. 주메뉴

▲ 우물우물 칠판. 출처=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우물우물에는 메뉴판이 있지만 좀 더 정확한 메뉴를 보고 싶다면 가게 한가운데에 걸린 칠판을 봐야 한다. 주력 메뉴인 지라시동 정식, 함바그 정식 등은 변함없지만, 메뉴가 매주 조금씩 바뀐다. 신선한 제철 재료를 사용하기 때문에 재료 수급 상황에 따라 메뉴가 달라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매주 새롭게 칠판에다 메뉴를 써둔다.

▲ 지라시동 정식. 출처=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이곳에서 가장 인기 있는 지라시동 정식은 대표적인 일본 교토 가정식이다. 이 대표는 “아내가 일본 교토 사람이다. 셰프와 아내, 내가 합심해 메뉴를 개발해냈다”고 밝혔다. 다른 쌀보다 탄수화물 함량이 높은 쌀을 사용해 단맛이 높은 밥 위에 연어와 참치, 아보카도, 표고버섯과 노란 지단을 촘촘히 올렸다. 손님에게 내기 직전에 셰프가 직접 밥 위에 다시물을 두르는데, 밥에 적절히 배어든 그 맛이 감칠맛을 머금고 있다. 각 재료들을 큼지막하게 썰어 올려두어 어떻게 숟가락질을 하든 하나씩은 ‘걸리게’ 된다. 부드럽고 달콤한 아보카도와 기름기 머금은 연어, 짜지 않게 졸여진 표고버섯, 시원하고 맛깔난 참치들이 ‘황금 조합’이다. 해산물이 지닌 특징을 아보카도와 버섯이 잘 받쳐주고 서로 보완해주고 있어 만족스러운 한끼 밥상이 된다.

▲ 함바그 정식. 출처=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함바그 정식을 먹기 위해 나이프로 한가운데를 찌르면 핑크색 육즙이 ‘쑥’ 흘러나온다. 적당히 육즙이 있어야 촉촉하고 맛있는 함바그 스테이크라는 것은 다 아는 상식이다. 우물우물에서 직접 만든 그레이비 소스와 함께 함바그 위에 눈처럼 올려진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 치즈, 옆에 함께 플레이팅된 어린 양배추가 색다른 조화를 이뤄낸다. 치즈의 짭쪼름하면서도 느끼한 맛이 함바그의 기름진 맛을 한층 돋우고, 자칫 느끼하다는 생각이 들 때쯤 아삭하고 살짝 쓴 맛을 지닌 어린 양배추가 그 느낌을 잡아준다. 함바그를 잘못 요리하면 고기에서 냄새가 나거나 딱딱하게 태우기 쉬운데, 이 집 함바그는 제대로 잘 만든 가정식이라는 생각이 절로 들게 한다.

▲ 새우 아스파라거스 파스타. 출처=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새우 아스파라거스 파스타는 큼지막하고 간이 잘 밴 새우와 아스파라거스가 들어간 오일 파스타다. 이 대표는 이 요리를 “퓨전”이라고 소개하면서 “실제로 일본에서 간장이나 오일을 베이스로 해서, 자기가 원하는 재료를 넣는 자체적인 방식으로 파스타를 만들어 먹는다”고 경향을 설명했다. 그 때문인지 새우 아스파라거스 파스타에는 이외에도 특별한 재료들이 많이 보인다. 말린 토마토인 썬드라이 토마토, 마늘, 송이버섯과 함께 파스타 위에는 차조기가 뿌려져 있다. 이탈리아, 일본, 한국식이 모두 섞인 퓨전인 셈이다. 오일 파스타가 지닌 담백하고 깔끔한 장점이 잘 살아 있는 메뉴인데, 각 재료들이 맛의 강도가 비슷해서 서로 잘 어우러진다. 정갈하면서도 신선한 맛이 특징인 색다른 오일 파스타다.

 

 

6. 맛의 비결

우물우물의 한가운데 칠판에는 크고 정갈하게 “주문을 받은 후 바로 조리를 시작합니다. 기다려주시면 정성스럽게 준비하겠습니다”라고 써 있다. 테이블 회전율을 높여 최대한 많은 메뉴를 판매하는 것이 요식업의 기본일 텐데도, 음식을 미리 만들어 두거나 자극적인 맛을 위해 편법을 쓰지 않겠다는 것이다. 모든 음식은 주문 즉시 만들어 따뜻한 김이 모락모락 나는 상태에서 서빙된다.

이 집에서 쓰는 모든 소스는 손수 만든 것이며, 재료 하나하나도 셰프들의 손길을 거쳐 손질된 것이다. 예를 들어 샐러드 위에 올라가는 방울토마토는 껍질이 벗겨져 있는데, 이는 살짝 데쳐서 양념을 한 것이다. “방울토마토 껍질의 식감을 싫어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이렇게 작은 것에까지 공을 들였다.

맵거나 짠 기성 음식점에 입맛이 길들여진 사람들에게 우물우물의 음식은 약간 싱겁고 밍밍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밍밍함’이 사실은 재료 본연의 맛임을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 집의 음식을 마음 편하게 즐길 수 있다. 재료가 가진 맛을 최대로 끌어내는 방식으로 요리해 가장 맛있는 순간에 맛볼 수 있게 하는 것이 맛의 비결이다.

 

 

7. 특별한 서비스

올해 7월에 현재 자리로 이전한 우물우물은 손님들이 저녁 시간을 즐겁게 보내도록 준비하고 있다. 고기와 채소 등을 넣고 자작하게 졸인 스키야키 요리는 쌀쌀해지는 날씨에 잘 어울리는 메뉴다. 스키야키 세트를 새롭게 개발하고 생맥주 증정 이벤트도 하는 등 저녁 손님들을 위한 서비스들을 마련했다.

건축설계사인 오너의 영향으로 식당 내부에는 곳곳에 건축 관련 원서들이 놓여 있다. 비록 글을 읽지는 못한다 하더라도, 음식을 기다리면서 책을 훑어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혹여 손님들의 물잔이 비어 있지는 않은지, 끊임없이 주시하며 먼저 챙겨주는 싹싹한 직원들의 서비스도 기분 좋게 하는 요소다.

 

*식재료는 어디서 구입하는지

이 대표가 직접 장을 보지는 않고, 배달 업체에서 신선한 것을 매일 배달 받는다. 좋은 요리는 좋은 식재료가 기본이기에 신선도에 신경을 쓰고, 최상급 재료들을 골라 챙긴다. 함바그 위에 갈아 올리는 치즈는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Parmigiano-Reggiano)라는 이탈리아의 최고급 치즈이고, 정식에 함께 나오는 밥은 조선향미라는 쌀로 지은 것이다. 조선향미는 다른 쌀에 비해 단백질이 적고 탄수화물의 비율이 높아 달고 맛이 좋은 것이 특징이다.

 

8. 고객이 전하는 ‘우물우물’

50대 중년 여성들이 모여 있는 테이블이 눈에 띄었다. 이들은 “처음 여기서 밥을 먹고 놀랐다. 가족들의 식사를 매일 챙기는 가정주부들은 밥 맛을 잘 아는데, 너무 맛있어서 어디 쌀이고 어떻게 조리했는지를 물었다”라고 음식 맛을 인정했다.

이곳의 단골임을 밝힌 한 손님은 “근처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데, 다른 식당과는 다르게 이곳의 음식을 먹으면 하루종일 배가 거북하지 않고 편하다. 광화문 일대에서 믿음이 가는 몇 안 되는 식당이다”라고 소감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