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간선거 이후 무역 전쟁 시동을 다시 걸고 있다.    출처= MarletWatch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간선거 이후 무역 전쟁에 대한 태도가 더 독해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전쟁 입장이 중간선거 이후에는 다소 완화적으로 선회할 것이라는 기대가 커 미국과 중국간의 무역협상도 해결책을 찾을 것으로 기대했었다. 하지만 중간선거가 사실상 민주당의 절반의 승리로 굳혀진 이후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전쟁에 대한 입장이 더 강경해지고 있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 12일(현지시간) 한국, 일본, 유럽연합(EU) 등에서 수입하는 자동차에 최대 25% 관세를 물릴지를 결정하기 위한 조사 보고서를 백악관에 제출했고, 상무부, 법무부, 재무부 등이 중국의 ‘기술 절도’에 맞설 새로운 전투 계획을 짜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최근 보도했다.

민주당 하원 탈환·공화당 상원 수성이라는 중간선거 결과가 무역전쟁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 두 가지 상반되는 해석이 대립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공화당이 상원에서 다수당 지위를 강화했기 때문에 대중(對中) 압박을 더 강화할 수 있는 정치적 명분을 확보했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8년 만에 하원을 탈환한 민주당이 트럼프 대통령의 주요 정책에 대한 반대와 견제를 할 수 있는 정치적 기반을 확보했기 때문에 무역전쟁의 동력이 약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그러나 비록 중간 선거에서 민주당이 하원 다수를 차지했지만 민주당의 중국에 대한 시선 역시 곱지만은 않았기 때문에 중간 선거 결과가 대중 무역전쟁을 완화시킬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미·중 무역전쟁의 향방은?

미국 내 대표적 중국경제 전문가 중 한 명으로 꼽히는 브루킹스연구소(Brookings Institution)의 데이비드 달러 선임연구원은 “미·중 무역전쟁은 양국이 진지하게 협상하고 있지 않은 상태여서 단기간 내에 어떤 해결책이 나오지는 않을 것”이라며 미·중 무역전쟁이 장기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과 중국은 이미 수 천억 달러 규모의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한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은 더 나아가 중국과의 무역 마찰이 해결되지 않을 경우 지난해 중국의 대(對)미 수출 총액에 해당하는 5000억 달러 전액에 관세를 부과하겠다며 중국을 압박하고 있다.

게다가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 기업의 지식재산권 침해를 막기 위해 수출 제한과 기소 등 광범위한 대책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미국 정부가 미국 반도체 업체 마이크론의 기술을 빼낸 혐의로 중국 푸젠진화 반도체(JHICC)를 기소하고, 이 회사에 대한 수출 금지 조치를 내린 것과 유사한 제재가 이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를 넘어 지식재산권 영역으로까지 대중(對中) 무역 전선을 넓히겠다는 의도를 분명히 한 것이다.

▲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 기업의 지식재산권 침해를 막기 위해 수출 제한과 기소 등 광범위한 대책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출처= The Patriot

민주당 역시 중국의 불공정한 무역행태에 대해서는 공화당 못지 않은 불만을 갖고 있고, 통상정책은 전통적으로 의회의 영역이 아닌, 행정부의 영역으로 간주해온 점을 고려하면 중간선거 결과가 미국의 대중 무역전쟁에 큰 영향을 미칠 것 같지는 않다.

결국 미중 무역전쟁은 이달 말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릴 G20(주요 20개국) 정상회담과,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간 정상회담이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월가에서는 미중 무역전쟁을 둘러싼 복잡한 셈법과 트럼프의 대선전략을 고려하면 한 차례 정상회담으로 극적인 타결이나 양국간 갈등이 단번에 해소될 것으로 기대하지는 않고 있지만, 강대강으로 충돌해온 무역전쟁에 큰 변화를 가져올 분수령은 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래리 커들로 미국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도 불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대화가 잘 진행되더라도 합의까지는 길고 어려운 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라며 “이번 미중 정상회담은 끝이라기 보다는 시작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중국의 양제츠(杨洁篪) 정치국원이 8일(한국시간) 미국 백악관을 방문해 존 볼턴 트럼프 대통령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을 만나 미중 무역전쟁을 끝내기 위한 방안을 논의함으로써 양국 정산회담에서 모종의 타협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기대를 높였다.

이들은 미중 무역전쟁을 해소하는 것이 두 나라 안보갈등을 해소하는 도움이 된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대타협을 위한 방안을 폭넓게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부 장관도 지난 9일 류허 중국 경제부총리와 전화 통화를 하고 무역 문제에 대해 논의했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류 부총리가 이달 말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사전 정지 작업을 위해 미국을 방문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도했다.

WSJ는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의 정상회담 전에 공식적인 제안을 내놓기를 꺼려한다"면서 "양측이 (이달 정상회담을 통해) 무역전쟁을 완전히 끝내기보다 '정전'에 합의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고 전했다.

그러나 관세 보복의 중단이 무역전쟁의 종식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궁극적 목표는 중국의 관세 인하와 불공정 관행의 개선을 통한 무역적자 해소를 넘어 ‘중국제조 2025’를 포함한 산업 정책의 폐기에 있기 때문이다.

대중 강경파를 대표하는 피터 나바로 무역제조업정책국장은, 중국에 대한 압박을 반대하는 골드만삭스를 포함한 월가 금융기관을 '등록되지 않은 중국의 로비스트'라고 맹비난했다. 이 비난의 핵심 표적은 중국과 타협을 지속적으로 추구해온 골드만삭스 출신 므누신 재무장관이다. 따라서 중국이 미국의 대중 강경파가 요구해온 산업정책 폐기를 확실하게 이행하지 않는 한 무역전쟁의 불씨는 계속 꺼지지 않을 것이다.

▲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 EU에 대해 불만을 드러내며 자동차에 25%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는 경고를 수차례 내놓은 바 있다.    출처= WorldAtlas

다시 고개 드는 자동차 수입관세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12일(현지시간) 미국 상무부가 국가안보를 이유로 수입산 자동차에 관세를 부과할지 여부를 담은 보고서 초안을 백악관에 제출했다고 보도했다. 백악관은 자동차 관세 부과 계획과 관련해 상무부가 제출한 조사 결과 보고서를 회람하고 조만간 통상팀 고위 관리들과 만나 관세 부과 계획을 논의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상무부는 지난 5월 23일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무역확장법 232조에 근거해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승합차, 경트럭, 자동차 부품 등을 대상으로 조사를 개시했다. 무역확장법 232조는 미국의 통상 안보를 해친다는 판정을 받은 품목에 수입량을 제한하거나 고율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법이다. 올해 초 부과된 철강·알루미늄 관세도 이 법에 근거한 것이다.

상무부는 조사 개시 이후 270일(2019년 2월 16일) 이내 수입 자동차·부품의 국가안보 위협 여부에 대한 조사 결과를 대통령에게 보고하도록 하고 있어, 올해를 넘겨 보고서가 제출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보고서 제출 시점이 앞당겨지자 수입 자동차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도 조만간 가시화할 수 있어 미국에 자동차를 수출하는 관련국들을 바짝 긴장시키고 있다.

상무부가 이번 초안에서 수입차에 대한 관세 부과를 확정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수입차 관세를 무역 협상을 위한 지렛대로 활용할 것은 분명하다. 미 온라인매체 악시오스(Axios)는 "트럼프 대통령이 캐나다가 새로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체결에 동의한 것이 자동차 관세 위협 때문이며, EU와 일본과의 무역 협상에서도 비슷한 전법을 구사할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은 캐나다, 멕시코와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대체하는 새 협정에 합의하면서 양국에 대해 각각 연간 260만 대까지는 관세를 면제해주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 EU에 대해 불만을 드러내며 자동차에 25%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는 경고를 수차례 내놓은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간선거 직후인 지난 7일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일본 자동차 수출이 불공정하다고 비판했다.

한국도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한국은 지난 9월 한미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국의 대미 수출 자동차에 대한 고율 관세를 면제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블룸버그는 "한국도 백악관으로부터 자동차 관세에서 예외 적용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답변을 아직 받지 못한 상태"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