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의 10개 유통계열사가 참여하는 할인 축제 롯데 블랙 페스타. 출처= 롯데쇼핑

[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11월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막론하고 국내 유통업계에 이전과 다른 활기가 나타나고 있다. 온라인 유통업체들의 할인 기획전에서 시작된 11월의 열기는 유통 전 영역으로 확산됐고 이제는 가히 연말연시 시즌 유통가 행사들의 규모와 큰 차이가 없을 정도가 됐다. 여기에 소비자들의 호응이 이어짐에 따라 유통·서비스 업체들은 아예 12월 연말에 시작될 마케팅을 한 달 가량 당겨서 전개하기 시작했다.

백화점 등 대형 오프라인 쇼핑몰들은 아예 크리스마스 장식을 11월부터 설치하며 12월의 들뜬 분위기를 일찍 내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 6일 서울 소공동 본점 코스모너지 광장에 23m 높이의 ‘시그니처 트리’를 설치했다. 그런가 하면 현대백화점은 서울 강남구 무역센터점 정문에 13m 높이 크리스마스 트리를 설치했다. 신세계의 복합쇼핑몰 스타필드는 코엑스점에 약 1만4000권의 책으로 만든 ‘별마당 북트리’를 선보였고 고양점에는 레고브릭 600만개로 만든 ‘레고 산타마을’을 만들고 5m 높이 레고트리를 세웠다.

▲ 이마트의 연중 최대규모 할인행사 블랙이오. 출처= 이마트

대형마트들은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를 표방하며 통상 12월 연말에 집중됐던 연중 최대규모 할인행사를 11월에 열어 온라인에서 확산된 쇼핑 열기를 이어가고 있다. 이마트는 11월 창립 25주년을 맞아 오는 28일까지 열리는 이마트의 블랙프라이데이 ‘블랙이오’를 시작했다. 이마트는 이번 행사에서 총 2000개 품목 3000억원 규모 물량의 할인 판매상품들을 마련했다.

롯데 유통사업 부문은 롯데백화점·롯데마트·롯데하이마트·롯데홈쇼핑 등 10개 주요 유통계열사들을 모두 참여시킨 행사 ‘롯데 블랙 페스타’를 15일부터 시작한다. 롯데는 이번 행사에서 약 1조원 규모, 약 500만개에 이르는 할인 판매 품목들을 마련했다. 신세계와 롯데의 모든 할인행사들은 모두 역대 최대 규모를 표방한다.

GS리테일은 관계사인 주유소 GS칼텍스, 홈쇼핑 GSSHOP, 편의점 GS25, GS수퍼마켓, 헬스&뷰티스토어 랄라블라와 협업해 통합 멤버십 GS&POINT를 활용한 ‘GS&POINT 황금세대 패밀리 어워즈’ 프로모션을 시작한다. GS리테일에서 GS&POINT를 사용 혹은 적립하거나 GS&POINT 홈페이지, 모바일앱에 로그인만 해도 이벤트에 참여할 수 있다. 황금거북이, 원앙세트, 네잎클로버 그리고 50돈 황금 카드 등 금 관련 경품들이 마련돼있다.

일련의 분위기에 패션·뷰티 업계도 통상 12월에 시작되는 시즌 이벤트와 상품들을 내놓고 있다. 패션잡화 브랜드 MCM은 ‘눈으로 즐기는 크리스마스’라는 주제로 서울 롯데백화점 본점에 팝업 매장을 열어 크리스마스·연말 파티 패션 아이템 판매를 시작했다. 아모레퍼시픽은 베스트셀러 상품들로 구성된 ‘보태니컬 그리팅 홀리데이 컬렉션’을 로레알 입생로랑뷰티는 홀리데이 컬렉션 ‘골드 어트랙션’ 한정판을 선보였다.

▲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에 설치된 크리스마스트리. 출처= 현대백화점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예년의 경우 11월에 백화점에서 열리는 행사들은 규모가 작거나 12월을 기다리는 의미의 ‘명목상’ 행사였지만 최근에는 그 경향이 완전히 바뀌고 있다”면서 “온라인 쇼핑 업체에서 시작된 할인 기획전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에 오프라인 유통업체들도 11월에 여러 가지 큰 의미를 부여한 대규모 할인 행사들을 열고 있다”고 말했다.

유통업계가 이처럼 11월에 세일 행사를 집중하는 것은 중국의 ‘광군제’ 그리고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 등 글로벌 쇼핑 이벤트에 영향을 받은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 시기 해외직구로 쇼핑을 할 고객들을 내수로 돌리기 위해 대규모 할인전을 의도적으로 11월에 시작하는 것이다. 이렇게 연말 직전 소비심리를 올려두면 11월 ‘진짜’ 블랙프라이데이 이후로 곧 다가오는 연말연시까지 지금의 분위기가 이어질 수 있다는 계산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연말을 맞아 각 유통업체들은 시장 선점을 위해 11월 온라인 마켓에서 달아오른 소비열기를 이어가는 다양한 마케팅으로 조금 이른 연말 준비에 돌입했다”면서 “일련의 변화들은 정부가 코리아 세일 페스타로 하지 못한 소비 증대 효과를 일으키며 유통업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놓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