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고영훈 기자] 14일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의 회계처리 변경 고의성 여부에 대해 최종 결론이 예정돼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영업이익이 하락한 셀트리온 등으로 인해 제약바이오 업종에 대한 시장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 이에 시장전문가들은 제약바이오 업종의 선별적 투자가 필요한 시기라고 조언했다. 또 올해만큼은 아니지만 내년 상반기 업황 전망이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는 의견을 냈다.

15일 금융투자업계와 한국거래소 등에 따르면 KRX헬스케어지수의 최근 1개월 수익률은 –15.95%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날 한국거래소는 KRX헬스케어지수를 구성하는 코스피·코스닥 75개 제약·바이오 종목 중 67개가 하락했다고 밝혔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주가 추이. 출처=네이버증권

삼성바이오로직스는 13일 전 거래일 대비 2만8000원(9.81%) 상승한 31만3500원으로 거래를 마감했다. 전날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증선위 결정에 대한 불확실성이 더해지면서 외국인과 기관의 대량 매도에 22.4% 폭락했다. 셀트리온 주가는 전날 폭락에 이어 전 거래일보다 1500원(0.74%) 하락한 20만5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9.21포인트 하락한 2071.23에 장을 마쳤다.

셀트리온의 주가가 계속 하락하고 있는 가운데 셀트리온의 올 3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73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4.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 컨센서스(증권사 평균 전망치)는 약 1300억원으로 이번 영업이익이 이를 큰 폭으로 하회했다는 점이 투자심리를 얼어붙게 만들었다. 셀트리온의 영업이익 감소는 트룩시마의 공급 단가 인하와 1공장 증설에 따른 가동률 하락영향 등이 원인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역시 올해 3분기 작년 동기보다 49% 감소한 105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14일 증선위가 고의로 결론 짓고 검찰에 고발하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주식은 거래가 정지되고 상장폐지 심사 대상이 될 수 있다.

주가를 떠받치던 바이오주에 이어 반도체주 역시 불안한 모습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이날 전 거래일보다 1.55% 하락한 4만4500원, 3.49% 하락한 7만1900원을 기록했다.

업황 악화에 증권사 목표주가 하향

한국 헬스케어 부문의 주요 수출 품목은 바이오시밀러, 보톡스 관련 제품, 임플란트 등이다. 보톡스 관련 제품의 수출은 중국 블랙마켓에 대한 규제로 구조적인 수출 성장 둔화가 나타나고 있다.

증권업계는 셀트리온의 목표주가를 하향조정했다. 총 9개 증권사가 셀트리온의 목표 주가를 하향했으며 기존 30만~35만원선에서 22만~33만원선으로 조정됐다.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주가 추이. 출처=NH투자증권

서미화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셀트리온에 대해 트룩시마 공급단가 인하에 따른 매출 감소 영향으로 매출 원가가 증가했고, 1공장 증설에 따른 가동율 하락 때문에 영업익이 감소했다"며 "판관비는 전년대비 0.9% 소폭 상승했는데, 시장 조기진입을 위한 트룩시마, 허쥬마 특허 소송비용 증가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며 목표주가를 29만원으로 하향했다. 셀트리온의 공매도 비중이 높다는 것도 개인투자자들에겐 부담으로 작용한다.

시장 전문가들은 바이오주에 대해 선별적 투자가 필요한 시기라고 조언했다.

구완성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바이오시밀러 시장의 경쟁심화, 가격 인하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고, 실제 셀트리온 그룹의 실적 전망치는 계속 낮아지고 있다"며 "내년 상반기부터 주요 업체의 임상결과가 발표되기 때문에, 기존에 단순 기대감만으로 주가가 올랐다면 이제는 결과에 대한 냉정한 검증을 받는 시기가 왔다"고 진단했다.

내년 1분기는 올해 상반기와 같은 제약바이오 대세 상승은 어려울 것이란 진단도 더해졌다.

구 연구원은 "제약업종 중에선 대웅제약이, 바이오업종 중에선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성장성이 가장 두드러진다"며 "그러나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경우 11월 증선위 재감리 심의 결과가 불확실성으로 남아있다"고 말했다.

NH투자증권은 한미약품은 내년에도 추가적인 파이프라인 기술수출과 마일스톤 유입으로 주목받는 업체가 될 것이라며 실적 턴어라운드가 가시화되는 동아에스티, 미국 3상 결과 발표를 앞두고 있는 바이로메드 등도 관심 종목으로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증선위 결과에 따라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코스피200지수 편출 가능성도 존재한다.

이중호 KB증권 연구원은 "만약 증선위 결과 발표에 따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거래가 정지되고, 상장폐지실질심사에 들어가게 될 경우 매매정지가 장기화되고 그 기간 중 관리종목 사유가 발생하면 15매매일 경과 후 제외될 것"이라며 "과거 대우조선해양이 거래정지 기간 중 관리종목이 되면서 코스피200지수에서 편출됐던 사례가 존재하므로 이런 부분이 반복될지에 대한 고민이 깊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제약·바이오 섹터 전망 나쁘지 않아

내년 1분기 제약·바이오 섹터에 대한 전망은 나쁘지 않다. 연말 3건의 국산 바이오시밀러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에 대한 기대감은 반등 요인으로 꼽을 수 있으며 셀트리온, 삼성바이오로직스 중심으로 반등을 예상해 볼 수 있다.

구완성 연구원은 "국내 업체의 연구·개발(R&D) 펀더멘털은 과거와 달라졌다"며 "2015년 이전까지 매년 국산 신약 허가 건수는 1.0~1.5건에 불과했으나, 2015년부터 2건의 신약 허가가 나오고 있으며, 한미약품의 대규모 기술 수출 이후 최근까지 유한양행, 동아에스티, JW중외제약, 한올바이오파마 등 다양한 업체에서 글로벌 기술수출 성과가 나오고 있다"고 진단했다.

신규 기업 공개, 유상증자 등 자금조달을 통해 대규모 글로벌 임상 투자가 가능한 환경이 조성된 점도 산업의 중요한 변화라고 전망했다.

여전히 바이오시밀러 산업은 국내 바이오산업 중 가장 고성장이 기대되는 분야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프로스트앤설리반(Frost&Sullivan)의 분석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40억달러에 불과한 바이오시밀러 시장은 연평균 성장률(CAGR(2016~2026)) 34.9%를 보이며 고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최근 휴미라의 오리지널 개발사인 애브비(Abbvie)사가 유럽시장에서 휴미라의 가격을 10~80%까지 인하하겠다고 밝히면서 향후 바이오시밀러 시장은 급속한 가격하락으로 인해 수익 실현이 불투명해 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선민정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하지만 이를 바이오시밀러 전체 시장으로 확대 해석하는 것은 다소 무리"라며 "휴미라의 사례는 애브비사가 처한 그 회사만의 독특한 상황에 따른 것"이라고 진단했다.

2015년 3월 한미약품이 일라이릴리로 약 7000억원 규모의 기술이전을 단행하면서 제약바이오 섹터의 본격적인 랠리가 시작됐다. 대다수 종목들의 주가가 상승하면서 지난해 1월 코스피 의약품 비중은 2.3%로 약 2배 가까이 확대됐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제약·바이오 섹터의 랠리가 재현되면서, 바이오시밀러 관련 종목들이 다소 과도한 수급의 논리로 주가가 큰 폭으로 상승하면서 다시 섹터 비중은 확대됐다. 현재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각각 30조원 25조원의 시총을 형성하며 코스피 3위와 4위에 랭크돼 있다.

선 연구원은 "제약·바이오 섹터는 더욱 그 비중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그 이유는 아직 대기업 바이오 자회사들이 상장되지 않았고, 이들의 상장이 기대되기 때문"이라고 판단했다.

SK의 100% 자회사인 SK바이오팜의 경우 올해 말 뇌전증 치료제 신약인 세노바메이트의 신약 허가 신청(NDA) 신청서를 미 FDA에 제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내년에 국내 증시 상장이 기대된다.

NH투자증권 대웅제약·한미약품 하나금투 메디톡스 추천

최근 신약개발 바이오텍의 상장도 타 섹터 대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기업규모도 신라젠이나 코오롱티슈진처럼 임상 3상을 진행하는 기업의 경우 조 단위의 기업가치로 상장되기도 한다.

이에 하나금융투자는 R&D 펀더멘털이 견고한 한미약품, 내년 상반기 중국 정식 시판허가가 예상되는 메디톡스 등을 추천업종으로 제시했다. NH투자증권은 영업이익 성장률이 기대되는 대웅제약과 R&D 모멘텀이 기대되는 한미약품 등을 유망 종목으로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