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 경매는 10월 진행건수 1만1220건에 낙찰건수 3905건을 기록했다. 출처=지지옥션.

[이코노믹리뷰=김진후 기자] 10월 법원 경매 진행건수가 2년 5개월 만에 최다 진행건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법원경매 전문업체 지지옥션이 발표한 ‘지지월간동향보고서’에 따르면 10월 전국 법원 경매는 전월대비 2878건 증가한 1만1220건이 진행됐고, 그 가운데 3905건이 낙찰됐다.

10월 진행건수 1만1220건은 2016년 5월 진행건수 1만2153건 이후 최고치다. 8341건으로 역대 세 번째 최저치를 기록한 9월과 반전된 분위기다. 10월 전국 경매 낙찰가율은 전월대비 0.5%포인트 상승한 72.0%를 기록했고, 평균응찰자수는 전월대비 0.4명 감소한 3.3명이다.

지지옥션은 진행건수가 늘어난 주요 원인으로, 경매 시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주거시설과 토지 경매 진행건수 증가를 꼽았다. 전국 주거시설 경매건수는 9월보다 1351건 증가한 4796건이 진행됐고, 토지는 전월대비 1130건 증가한 4271건을 기록했다. 주거시설 진행건수 4796건은 2015년 6월 기록인 5047건 이후 3년 4개월 만이다. 토지 또한 2017년 5월 진행건수 4589건을 기록한 이후 1년 5개월만이다.

총 낙찰가 역시 올해 1월을 제외하고 세 번째로 높게 집계됐다. 10월 총 낙찰가는 9761억원으로, 8월 8600억원보다 약 1100억원 늘었고, 1월 1조65억원, 5월 9887억원보다 적었다.

▲ 10월 경매 진행건수는 2년5개월 만에 최고치에 이르렀고, 총 낙찰가 역시 1년 내 세 번째로 높았다. 출처=지지옥션.

서지우 지지옥션 연구원은 “10월 경매 진행건수의 증가에서 주목할 만 한 점은 신건이 증가한 점”이라면서 “특히 지난 9월 주거시설의 신건은 941건 증가한 반면, 10월 들어 2599건이 증가했다”고 말했다. 서지우 연구원은 “10월 경매 시장 낙찰률은 34.8%로 유찰된 물건이 많아 향후 경매 진행건수는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통상 경매 기일부터 경매가 진행될 때까지 7~8개월이 걸리는 것을 감안하면 이미 3~4월에 채무 불량으로 나온 물건이 많다는 의미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신건이 많아진 것은 부동산 경기와 함께 한동안 둔화한 실물 경기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실물 경기가 튼튼하지 않다보니 채무 불이행에서 경매로 많이 넘어오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경매 물건은 경제 상황과는 별개로 볼 부분도 있다고 지적했다. 박원갑 위원은 “먼저 매각부터 한 뒤 경매에 나오는 물건이 대부분”이라면서 “본인의 채무관계의 이해득실에 따라 경매가 나은 경우도 있고, 경기가 좋더라도 채무가 좋지 않아 나오는 경우도 있다”면서 일반화를 경계했다.

김영곤 강남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 역시 경기 둔화로 경매건수가 늘어날 가능성을 지목하면서도 “갑자기 늘어났다는 건 실물경기 하방 압력이 강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김영곤 교수는 경매시장의 향방을 두고 “신규분양, 대출규제 등 다른 제약을 피해나갈 수 있는 시장이 경매다보니 수요가 늘어날 것이다”라면서 “또한 많은 사람들의 예상대로 내년 주택 가격이 떨어지면 경매 시장에 유입되는 물건도 늘어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낙찰율과 낙찰가 수준을 경기를 읽을 수 있는 하나의 지표로 제시했다.

수도권 주거시설 물건 늘어 930건

지역별로도 수도권 주거시설 경매건수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 그 가운데 큰 폭으로 증가한 경기도 주거시설은 전월대비 253건 늘어나 930건을 기록했고, 안산(33건), 안성(40건), 용인(24건), 평택(24건)에서 진행건수가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전월 유찰된 물건 탓에 진행건수가 큰 폭으로 증가한 지역은 경기도 광주, 남양주, 화성 등이다. 유찰물건을 제외한 진행건수, 즉 새로운 물건이 크게 증가한 지역은 고양(31건), 남양주(33건), 안산(43건), 용인(56건) 등이다.

인천 주거시설 진행건수는 전월대비 173건 증가한 562건이었다. 이밖에 9월 대비 164건 증가한 충북 주거시설은 9월에 유찰된 75건의 공공임대아파트 외에도 50여건의 공공임대아파트가 새롭게 경매에 나와 충북 주거시설 진행건수 증가의 주요 원인이 됐다.

토지 경매는 지방도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 특히 강원(116건), 충북(112건), 충남(127건), 전남(193건), 경남(135건), 제주(102건) 지역에서 100건 이상 증가했다.

▲ 아이파크삼성동 아파트는 서울지역에서 가장 높은 낙찰가인 약 83억원을 기록했다. 출처=지지옥션.

서울 354건...아이파크삼성동 낙찰가 83억7508만원

지지옥션은 서울 지역의 주거시설 경매는 연립·다세대 물건이 늘어났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했다. 10월 서울 주거시설 경매는 9월보다 140건 증가한 354건이 진행됐고, 낙찰은 159건, 낙찰가율은 전월대비 3.5%포인트 하락한 99.9%를 기록했다. 평균응찰자수는 전월대비 3.4명 감소한 4.8명이었다.

서울 아파트 경매는 9월과 비교해 31건 늘어난 83건이 진행됐고, 서울 연립·다세대 주택은 전월보다 102건 증가한 235건이 진행돼 서울 주거시설 경매 진행건수가 증가한 주요 원인으로 꼽혔다.

낙찰 사례 가운데 법원 경매 사상 공동주택 중 가장 높은 감정가를 기록한 서울 강남구 삼성동 소재 269.4㎡ 아이파크삼성동 펜트하우스가 감정가 99억원의 85%인 83억7508만원에 낙찰돼 10월 서울 최고낙찰가를 기록했다. 최다응찰자를 기록한 물건은 서울 양천구 신월동 소재 43.2㎡ 신월시영 아파트로 41명의 응찰자가 몰려 감정가의 148%인 3억387만원에 낙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