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방문하는 여행정보 온라인 커뮤니티가 유난히 시끄럽다 했더니, 뉴욕 방문계획을 세워놓았던 몇 명이 갑작스럽게 예약했던 숙소가 사라졌다면서 예약이 취소됐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한다.

3달 전에 예약을 해놓고 맨해튼에 있는 숙소에서 묵을 생각에 한껏 들떠 있었는데, 대안을 마련해주지도 않고 일방적으로 예약을 취소하고 예약금을 돌려주면서 할 일은 다 했다는 태도라는 것이다.

자세히 읽어보니 한국인들이 아파트에 여러 개의 침대를 놓고 마치 호스텔처럼 만들어서 운영하다가 단속이 나오자 폐쇄했다는 것이다.

몇 달 전에 미리 돈을 보내고 여행갈 꿈에 빠져 있던 여행객들에게는 딱한 일이지만 뉴욕에서는 일반 아파트를 에어비앤비 식으로 운영하는 것은 불법이다.

유럽 등지를 여행하면서 한인민박에서 한국 음식도 먹고 다른 여행자들과 정보도 나눴던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뉴욕의 한인 민박도 비슷하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일반 주택이 거의 없고 아파트 가격도 천정부지로 높은 맨해튼에서, 한인민박들은 대부분 자기 소유가 아닌 임대한 아파트를 커튼이나 칸막이로 가려서 불법으로 방을 만들고 임대를 해오고 있다.

에어비앤비와 다를 바 없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 있지만, 뉴욕에서는 아파트 건물에서 30일 이하의 단기 임대를 주는 것은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아파트 건물이 아닌 개인 단독 주택의 경우에는 불법이 아니지만 맨해튼에서 개인 단독 주택은 아주 드물다.

또 아파트 건물이라고 하더라도 주인이 함께 거주하면서 남는 방 1개를 임대하는 것은 불법으로 간주되지 않는다.

그러나 한국인 여행객들이 불만을 토로했던 숙소 등은 주인이 함께 거주하지 않고 아파트 전체를 임대주는 곳이기 때문에 불법에 해당된다.

에어비앤비 등의 단기 임대를 막는 이유는 단기 임대가 장기 임대에 비해서 높은 수익을 얻기 때문이다. 이것이 허용되면 많은 집주인들이 호텔처럼 임대만 하게 되고 뉴욕의 사람들은 머물 곳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뉴욕에서 방 1개 아파트의 월세는 3000달러 정도다. 이를 2개의 방으로 쪼개서 임대해주고 하룻밤에 100달러씩 받으면 월 임대료만 6000달러가 되니 장기 임대를 꺼리는 것이다.

뉴욕 외에도 미국에서는 샌프란시스코, 뉴올리언즈가 단기 에어비앤비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스페인의 바르셀로나, 캐나다의 브리티시 콜럼비아 등이 단기 임대를 제한하고 있다.

뉴욕시는 최근 주민들이 여러 차례 불법 단기 임대가 횡행한다고 신고했던 맨해튼 미드타운의 고급 콘도아파트를 단속해서, 수십채의 아파트가 관광객들에게 임대로 운영된 것을 적발하고 30여건의 규정 위반을 발견했다.

이 콘도의 경우 아파트의 관리를 맡고 있는 회사의 CEO이면서 아파트 관리위원회의 회장이 건물 내에 여러 채의 아파트를 소유하면서 이를 불법 단기 임대로 운영해오다가 적발된 것이다.

같은 건물에 아파트를 소유한 주민들이 하루가 다르게 매번 다른 사람이 머무르고, 여행객들이 낮밤을 가리지 않고 소음을 내서 불만신고가 눈덩이처럼 늘어나면서 발생한 일이다.

해당 단속에 걸리지 않았던 불법 민박들도 이 소식에 그 다음날 방을 만들기 위해 임시로 세워놓았던 가벽들과 손님용 매트리스 등을 쓰레기장에 버리며 부랴부랴 사업을 중단하기도 했다.

뉴욕시는 불법 단기 임대에 대해서 최근 강하게 단속하고 있다. 1월에는 4층짜리 저층 아파트 전체를 에어비앤비로 임대를 해오던 집주인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또 4월에는 불법 에어비앤비를 운영하던 부부가 100만달러의 벌금을 부과받았으며 7월에는 첼시의 아파트, 9월에는 맨해튼과 브루클린, 퀸즈의 아파트들도 모두 불법 영업으로 철퇴를 맞았다.

현재 뉴욕에서는 불법 영업으로 집을 임대할 경우 건당 최고 7500달러까지 벌금이 부과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