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최근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의 갑질 파문으로 온 사회가 떠들썩한 가운데, 대한민국 IT업계에 양진호 회장과 비견될 수 있는 갑질과 폭행이 자행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스타트업과 중소기업, 대기업을 막론하고 갑질과 직장 내 괴롭힘이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철희 의원실은 1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위디스크 양진호 회장 폭행사태로 본 IT 노동자 직장 갑질 폭행 피해 사례 보고회를 열었다. 이철희 의원은 “지난 국정감사 당시에 IT 노동자들의 실태조사를 발표하며 개인적으로 충격을 받았다”면서 “국회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볼 것”이라고 말했다.

김환민 한국정보통신산업 노동조합 직장갑질TF 팀장은 다양한 사례를 통해 IT 직장에서 자행되는 갑질을 지적했다. 회사가 직원을 해고하기 위해 법무팀을 동원, 업무 방해죄로 고소하겠다고 겁박하는 한편 IT 업계 블랙리스트를 거론하며 직원을 압박하는 사례도 나왔다. 프리랜서에 대한 폭언은 물론 신입직원을 성추행하거나 폭언하는 가산디지털단지 소재 D 회사의 사례도 공유됐다. 대기업 계열사인 E사는 소위 직원 왕따를 자행했고 농협정보시스템의 살인적 야근과 해고에 대한 사례도 등장했다.

모 게임사에서 페미니즘을 지지했다는 이유로 압박에 시달린 직원의 사례. 하이마트에서 직원을 폭행한 가해자가 현장에 복귀한 사례, 에스티유니타스의 갑질 사례도 공유됐다. 에스티유니타스는 채식주의자에게 육식을 강제했다는 의혹도 나왔다. 이 외에도 노조를 언급하면 징계를 받는 사례, 스타트업에 근무하며 노예처럼 일을 했던 사례, 퇴사 시 개인용 PC를 포맷했으나 이를 특수전자기록 손괴죄로 고소한 회사의 사례도 공유됐다. 수당이나 상여금을 주지 않으려는 꼼수라는 주장이다.

국회의원에게만 죄송...공단기 신화의 추악한 이면

구체적인 사례도 나왔다. 롯데하이마트 폭행 피해자인 양도수 씨는 농협정보시스템에 근무하며 2017년 2월 하이마트 쇼핑몰 IT 관리자로 근무하던 중 하이마트 소속인 백 모 팀장과 허 모 매니저에게 구타를 당했다고 밝혔다. 양진호 회장이 전 직원을 폭행한 것처럼 수십명의 동료들이 지켜보는 과정에서 폭행이 벌어졌다는 주장이다.

이후 폭행 가해자로 지목된 이들의 압박에 양 씨는 강제로 사직을 당했으나 온라인에서 문제를 제기, 백 팀장 등에게 사과를 받았으며 이들은 지방으로 좌천됐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올해 2월 백 팀장 등이 갑자기 복귀했다. 양 씨는 “중징계를 받았다던 백 팀장 등이 어떻게 이렇게 쉽게 복귀할 수 있었는지 의문”이라면서 “온라인에서 이슈가 있었을 때 허 모 매니저는 연락도 없이 내가 살고있는 집 근처를 배회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양 씨는 “농협정보시스템에서 살인적인 노동에 시달리기도 했다. 이후 논란이 벌어진 후에도 농협정보시스템은 사과 한 마디도 없다. 살인적인 노동에 대해서는 실태조사를 한 국회의원에게 했다. 피해자인 저에게는 아무런 말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농협정보시스템이 내 근무시간과 서명을 조작하기도 했는데 왜 노동부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가”라면서 “농협정보시스템과 해고 무효 소송을 거치며 8년 동안 어려웠다. 노동부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인터넷 강의 업체로 유명한 에스티유니타스에서 웹디자이너로 근무하다 사망한 고 장민순 씨의 언니 장향미 씨도 나섰다. 고 장민순 씨는 영단기와 공단기 등으로 유명한 에스티유니타스에서 근무하던 중 살인적인 노동에 시달리다 지난 1월3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에스티유니타스는 수평적 조직문화를 바탕으로 성공신화를 쓴 곳으로 언론을 통해 잘 알려진 곳이다.

장 씨는 “회사는 동생에게 근로기준법을 무시하고 월 69시간 연장근로와 29시간의 야간근로시간을 전제로 포괄임금계약을 맺었으며 동생은 2년8개월의 근무기간 동안 근무일 기준 12시간 이상 연장근로한 주가 무려 46주”라고 말했다. 그는 “회사의 실적압박과 성과지상주의, 이 과정에서 비인간적인 대우가 빈번했다”면서 “직장상사는 동생에게 최소 4명분의 일을 떠넘겼으며 끊임없는 질책, 나아가 업무를 다 채우지 못하면 반성문을 쓰게 만들었다”고 폭로했다.

장 씨는 “지난해 12월 동생이 너무 힘들어했고, 이야기를 들은 후 너무 화가 나 강남노동지청에 신고했으나 달라진 것은 없었다”면서 “회사의 책임을 반드시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최진홍 기자

지나치게 한국기업 된 오라클, 업계의 ‘관행’

현재 장기파업을 진행하고 있는 안종철 한국오라클노조위원장도 입을 열었다. 그는 한국 지사장의 실적을 맞추기 위해 불법적인 매출 밀어내기가 자행되고 있으며, 그 책임은 온전히 실무자가 진다고 강조했다. 이 과정에서 한국오라클의 회계부정은 더욱 혼탁해진다는 주장이다.

한국오라클의 매출 밀어내기는 최근 언론을 통해 알려진 바 있다. 안 위원장은 “한국오라클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서야 하지만 정반대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면서 “오히려 내부 제보자 색출에 혈안이 됐다”고 말했다.

한국오라클노조의 파업 원동력인 임금 문제도 거론됐다. 안 위원장은 “10년 이상 임금동결이며, 인사 담당자와 친분이 있는 직원의 연봉만 오르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면서 “이 문제가 불거지면 회사는 직원에게 모든 책임을 떠 넘기는 행태만 반복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오라클노조의 파업이 이어지던 중, 노조원 고 배유신 씨가 8월20일 시신으로 발견됐다. 안 위원장은 “사인이 회사의 괴롭힘인지, 또 다른 이유인지는 모른다”면서 “경찰의 정확한 수사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안 위원장은 마지막으로 “사내에서 상급자가 하급자에 키스하는 등 성추행이 자행되고 있으나 가해자는 여전히 근무하고 피해자만 퇴사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면서 “거래처 기업 고위임원 자녀들을 대상으로 하는 귀족인턴도 자행되고 있다. 적폐중의 적폐”라고 말했다.

스타트업에 근무하면서 고강도의 노동에 시달렸던 사례도 나왔다. 디자이너 김현우 씨는 “대표가 약속한 미래만 믿고 내가 성장하고 있다고 생각했다”면서 “친구와의 연락이 통제당해도 내가 회사의 주인이라고 생각해 버텼다”고 말했다.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버텼지만 지나친 업무강요 등은 버티기 어려웠으며, 업무 외 다른 일로 대표에게 폭행을 당했다는 말도 나왔다. 김 씨는 “대표는 자기가 때리기도 했으며, 직원들끼리 폭행을 사주하기도 했다”면서 “스타트업은 사이비 종교단체처럼 변했고, 대표는 여전히 자기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김 씨는 “대표는 지속적으로 소송으로 괴롭히고 있다”면서 “작은 스타트업이라고 좌시하면 곤란하다고 생각한다.

예병학 11번가 노조위원장은 “IT업계 전반에 회사의 모럴해저드를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이 문제”라면서 “스타트업과 IT업계는 불합리함에 직면할 경우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 않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깨야할 부분”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