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삼성전자가 하드웨어 폼팩터 진화의 키워드로 폴더블 스마트폰을 낙점, 내년 가시적인 승부를 보겠다고 선언했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이 역성장에 돌입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갤럭시 브랜드의 변신으로 위기를 정면돌파 하겠다는 의지다. 고동진 삼성전자 사장은 8일 삼성 개발자 회의가 열린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내년 상반기 무조건 폴더블 스마트폰을 출시할 것"이라면서 "최소 100만대를 생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고동진 사장이 발언하고 있다. 출처=갈무리

흔들리는 신화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며 삼성전자의 갤럭시 신화도 상당한 타격을 받고 있다. 삼성전자 연간 영업이익을 보면 지난해 기준 IM부문 비중은 22% 선에 머물며 반도체에 완전히 밀리고 있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의 판세 변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시장조사업체 IDC가 올해 3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을 집계한 결과 삼성전자는 7220만대의 출하량을 기록해 점유율 20.3%로 1위를 지켰으며 화웨이는 5200만대 점유율 14.6%로 2위, 애플은 3690만대 점유율 13.2%로 3위에 이름을 올렸다.

삼성전자의 우위가 이어지고 있으나 화웨이가 공급량 기준 전년 대비 32.9% 증가한 지점이 중요하다. 시장 점유율은 전년과 비교해 다소 떨어졌지만 폭발적인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는 평가다. 중국 제조사들의 반격에 갤럭시 신화 지분이 흔들리고 있다는 추정이 가능한 대목이다. 나아가 중저가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반격도 매서워지고 있다. 샤오미는 3분기 9.7%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4위에 이름을 올렸으며, 인도는 물론 유럽 등 글로벌 시장에 판로를 크게 확대하고 있다.

중국, 중저가 제조사들의 대약진이 벌어지는 와중에 애플의 체질개선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애플은 점유율 2위에서 3위로 내려앉은 후 좀처럼 반등을 하지 못하고 있으나, 오히려 아이폰 매출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애플은 3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3분기 4688만9000대의 아이폰을 출하했다고 발표했으며 이는 전년 동기와 비슷한 수준이다. 그러나 평균판매가격이 늘어나며 실적 증진에 동력이 됐다는 평가다. 애플의 아이폰 평균판매가격은 793달러에 이르며, 이는 전년 동기와 비교해 무려 28% 늘어난 수치다. 덕분에 아이폰 판매량이 늘어나지 않았어도 3분기 아이폰 매출은 371억8500만달러를 기록, 전년 동기 대비 29% 수직상승했다.

삼성전자 입장에서 보면 프리미엄 시장 경쟁에서는 애플이 마진을 올리며 승승장구하는 한편 소프트웨어, 콘텐츠 등으로 보폭을 넓히고 있다. 중저가 시장은 수익성이 낮다는 리스크를 가지고 다양한 중국 제조사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당연히 어려운 싸움이 이어질 수 밖에 없다.

당장 주요 거점 지역에서의 경고등이 들어오고 있다. 중국에서는 존재감이 사라졌고 인도에서는 샤오미에 덜미를 잡혔다. 올해 3분기 인도 스마트폰 시장은 샤오미가 승기를 잡는 분위기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25일 인도 스마트폰 시장에서 3분기 기준 샤오미가 27%의 점유율로 1위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23%로 2위에 그쳤다. 격차가 4%이기 때문에 샤오미 강세가 우세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매뉴 카뮬라 샤오미 인디아 부사장은 23일 홍콩에서 열린 퀄컴 4G 5G 서밋에 등장해 “샤오미는 인도 스마트폰 시장에서 강력한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샤오미의 강세는 계속될 것”이라고 자신한 바 있다.

현지 회사들의 도전에도 직면했다. 니케이아시안리뷰에 따르면 베트남 최대 부동산 개발업체인 빈그룹은 올해부터 스마트폰 생산에 돌입할 계획이며, 최근 1억3100만달러의 자본을 들여 별도의 스마트폰 자회사를 설립했다. 가전제품업체 아산소는 올해 분기별로 60만대의 스마트폰 출하 계획을 세웠고, 전체 매출 중 1%에 불과한 스마트폰 비중을 2020년 30%로 올리겠다고 발표했다. 베트남의 보안 소프트웨어 업체인 우라브도 2015년 출시한 보혼을 중심으로 세부 전략을 가다듬고 있다는 설명이다.

갤럭시 스스로의 한계도 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7 발화에 의한 단종을 겪은 후 갤럭시S8을 통해 인피니티 디스플레이, 극단적인 베젤리스 하드웨어 폼팩터를 중심으로 반등에 성공했으나 이후 갤럭시노트8, 갤럭시S9, 최근의 갤럭시노트9은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두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갤럭시노트9의 경우 국내 출시 53일만에 100만대 출고를 기록했으며 이는 갤럭시S9보다 빠르지만 전작인 갤럭시노트8과 비교하면 다소 느리다. 갤럭시노트8은 출시 48일만에 100만대 출고 돌파를 이룬 바 있다.

▲ 이재용 부회장이 인도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출처=삼성

지역 거점 살리며 큰 그림 그린다
삼성전자도 위기를 의식하고 있다. 라인업 출시에 있어 대대적인 변화를 예고했다. 고동진 사장은 지난 9월 CNBC 인터뷰를 통해 새로운 중저가 전략을 공개했다.  사장은 "갤럭시S와 갤럭시노트와 같은 프리미엄 스마트폰보다 중저가 스마트폰에 먼저 신기술을 탑재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부분의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프리미엄 라인업에 신기술을 도입한 후 후속 중저가 라인업에 스며들도록 만드는 전략을 구사한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팽창하는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을 정조준, 최신 기술을 갤럭시A 등에 먼저 탑재하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 갤럭시A7이 출시됐다. 출처=삼성전자

최근 출시된 갤럭시A7이 단적인 사례다. 후면에 총 3개의 카메라를 탑재해 다양한 앵글의 사진을 담을 수 있어 사진 촬영의 즐거움을 한 차원 높였다는 것이 삼성전자의 설명이다. 트리플 카메라는 프리미엄 라인업에 아직 도입되지 않은 신기술이다.

지역 거점 강화와 현지 협력에도 집중하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 7월9일 인도 노이다 공장 준공식에 참여하며 본격적인 인도 스마트폰 시장 공략을 알렸다. 이 부회장은 최근 베트남도 방문해 현지와의 협력 가능성을 타진하기도 했다.

▲ 폴더블 디스플레이가 공개되고 있다. 출처=갈무리

폴더블 스마트폰은 갤럭시 신화의 내년 부활을 알릴 가장 확실한 시그널이다. 7일 개발자 회의를 통해 폴더블 디스플레이를 전격 공개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미국법인의 저스틴 데니슨 상무는 연설과 함께 재킷 안쪽에서 폴더블 디스플레이를 꺼냈다. 안으로 접히는 인폴딩 방식이며 펼치면 7.4인치다. 데니슨 상무가 양복 재킷 안쪽에서 폴더블 디스플레이를 꺼낸 것은, 그 만큼 단말기가 작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데니슨 상무는 이 제품을 인피니트 플렉스 디스플레이로 불렀다.

폴더블 스마트폰이 아니라 폴더블 디스플레이가 공개됐기 때문에 실제 구동 기능은 시연되지 않았다. 다만 접으면 외부 디스플레이에 일반 화면을 이어서 볼 수 있고 펼쳤을 때 자연스러운 사용자 경험이 완성되는 것은 확인된다. 화면은 세로로 접히며 큰 디스플레이에서는 인터넷 브라우징, 멀티미디어, 메시지 등 3개의 앱을 동시에 가동할 수 있다. 접었을 당시 화면은 4.58인치, 펼치면 7.3인치다. 화면비는 전자가 21:9며 후자는 4.2:3이다.

▲ 인피니티 0가 보인다. 출처=갈무리

삼성전자가 원UI를 공개한 대목도 중요하다. 아이콘을 간결히 정리하고 가독성과 접근성을 강화한 원UI는 폴더블 스마트폰과 기존 스마트폰의 연결고리가 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폴더블 스마트폰을 별도의 브랜드로 삼아 내년 공격적인 시장 출시에 나설 전망이다. 5G 상용화와 적절하게 맞물리면 강력한 시너지가 예상된다. 고 사장은 "내년 폴더블 스마트폰은 한국과 미국 등 일부 나라에서만 출시할 것"이라면서 "5G와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등이 결합해 또 한 번 스마트폰이 발전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폴더블 전략을 통해 하드웨어 폼팩터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실험에 나서는 한편, 새로운 디스플레이 청사진도 일부 공개했다. 뉴 인피니티, 인피티니 U, 인피니티 V, 인피니티 O가 눈길을 끈다. 뉴 인피니티를 제외하고 모두 노치 디자인이며 갤럭시S10, 혹은 갤럭시S11에는 인피니티 O가 탑재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