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전 세계에서 가장 잘 나가고,바쁜 지휘자로 파보 예르비(56)를 꼽습니다.

현재 맡은 직만 해도 도이치 캄머필하모닉 예술감독, NHK 심포니 상임 지휘자,

신시내티 심포니 명예 음악감독…

12월 한국 공연을 앞두고 인터뷰한 내용 중 그의 부자관계가 흥미로웠습니다.

그의 부친 역시 명 지휘자이고, 동생 또한 현대 음악 지휘자로 활동합니다.

같은 세계에 있다 보니 당연히 있었을 아버지의 그늘과 영향이 궁금했습니다.

전문적 조언을 해온 아버지에게 최고의 헌사를 합니다.

‘아버지는 지휘를 가르쳐주셨지만,결국 내가 배운건 인생이었죠’

유럽에서도 변방 출신인 그가 콧대 높은 유럽의 단원들을 움직이며

최고의 자리에 오른 것은 아버지에게 배운 것이 다였다고 말합니다.

이에 부친 또한 멍군합니다.그가 뉴욕에서 베토벤의 '에로이카'를 지휘했을 때 부친 왈

'오늘밤 네 연주가 최고였다. 지금껏 모은 수많은 '에로이카' 음반은 다 버릴 거야'.

어떻습니까? 다 알 수는 없습니다만, 그들의 부자관계가 멋있어 보입니다.

나도 한 아버지이기도 하고, 아직도 아버지의 아들이기도 한 입장에서 많이 부러웠습니다.

지원이나 조언은 하되, 칭찬은 최상으로 하는 관계.

무엇보다 무겁지 않은 유쾌한 부자관계가 좋아보였습니다.

지난주 부친과 고모님의 손녀 딸 결혼식에 참석했습니다.

결혼식후 볕이 좋은 근처 고가를 찾아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팔십대 중반의 연세에 이 번잡한 결혼식에 참석을 하신 이유부터 말씀했습니다.

그날 결혼한 아이의 할아버지이자 아버지의 손위 매형이 돌아가시기 전에

부친 손을 잡고, 남은 아들과 가족을 잘 부탁하셨다합니다.

그 이후 잘 살피고, 못 살피고를 떠나 평생 마음에 있었다구요.

세상 떠나기 전에 부친께 마지막 부탁을 남기신 분은 그분 외에도

부친의 사촌형과 바로 친 동생도 있었다합니다. 왜였을까요?

당시로서는 시골서 그나마 대학을 졸업하고, 교육계에 있어서..다른 뭐가 더 있었겠지요.

그런 사연이 있어서,아님 신앙심이나 우리 전통적인 남자 역할 영향이었을까요?

부친께서는 이제껏 원 가족에게는 소홀하고, 주변이 우선이었습니다.

그게 지금은 가벼운(?) 부메랑이 되어 가족들로부터 항변을 듣기도 합니다.

지난 한주 음악가 집안의 부드럽고, 쌍방향의 부자관계를 엄청 부러워하며,

부친의 일방 통행과 엄함을 아쉬워했는데, 얘기를 듣고, 죄송도 하고, 위안도 되었습니다.

핵심은 ‘나는 누군가로부터 마지막 부탁을 받을 만한 삶을 살고 있는가?‘였습니다.

마음속으로 부친과 일종의 화해를 느꼈습니다.

그렇지만 60년간 아버지와 살았는데 이제사 알게 되는게 있는

무거운 부자관계로 나는 살고 싶지 않습니다.

나는 아들과 가볍게, 친구처럼 지내고 싶습니다. 넘 늦었을까요? 다 큰 아들이라..

옷장에서 오늘 꺼내 입은 바지가 품이 좀 넓었나 봅니다. 아들이 말합니다.

‘아버지 바지 핫바지’

에구! 멋진 아버지로 가는 길이 쉽지 않아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