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암호화폐 시장이 혼탁함의 극치를 달리고 있다. 소위 먹튀, 폰지 사기가 횡행하며 투자자들의 지갑을 터는 행위가 여전한 가운데 최근에는 일부 암호화폐의 갑질 이슈까지 논란이 되고 있다. 문제가 시급한데도 정부가 아예 손을 놓고 범죄를 부추기고 있다는 극단적인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마이닝 거래소를 표방한 퓨어빗 사태가 단적인 사례다. 퓨어빗은 지난 5일 거래소 가입 사전가입 이벤트를 열어 수익의 90%를 매일 배당하는 한편, 자체 발행한 암호화폐 퓨어코인의 90% 이상을 소각해 자산 가치를 보장한다는 방침을 공개했다. 그러나 퓨어빗은 9일 일방적으로 공식 채팅방을 폐쇄하며 투자자들의 뒷통수를 쳤다. 사전 가입에 응모해 피해를 본 투자자들의 금액만 적게는 30억원, 많게는 1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현재 퓨어빗 운영자들은 잠적한 상태다. 일부 자금을 업비트 계좌로 옮겼으나 이는 다행히 동결된 것으로 확인됐다. 퓨어빗은 이 과정에서 '죄송합니다'라는 말만 남겨 사실상 투자자들을 조롱하는 행태까지 보여줬다.

최근에는 소위 헤미넴으로 불리는 사람이 강남 유명 클럽에서 1억원의 현금을 뿌리는 한편 고가의 양주 세트를 구매한 사실이 알려져 눈길을 끌기도 했다. 그가 어떻게 막대한 부를 모았는지 많은 관심이 집중되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암호화폐 공개(ICO)를 통해 자금을 모았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 국내 암호화폐 시장이 혼탁해지고 있다. 출처=픽사베이

현재 국내 암호화폐 시장은 지난해 대한민국을 강타했던 투기열풍의 연장선에 갇혀있는 분위기다. 정부는 암호화폐를 투기성 자본으로 인식하고 강력한 제재에 나서고 있으나 사실상 세밀한 정책 방향성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무법의 상황'이 필요이상 지속되며 암호화폐 시장 전체가 혼탁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ICO로 몰리던 자금은 싱가포르 등 외국으로 유출되고 있으며 이 마저도 최근에는 '씨'가 말랐다는 평가다. 업비트와 빗썸, 코빗, 코인원 등 대형 거래소들이 실명계좌 채택을 중심으로 몸 풀기에 들어가고 있으나 신규가입은 여전히 불가능하고 중소형 거래소들은 이른바 벌집계좌를 운영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암호화폐 거래소가 자체적으로 ICO를 단행해 사실상 시세 조작에 나서고 있다는 흉흉한 소문이 돌기도 한다. 한 때 업계를 뜨겁게 달궜던 빗썸의 팝콘코인 사례다. 여기에 일부 거래소들이 ICO를 매개로 과도한 리베이트를 요구하거나 상장폐지 압박을 가하고 있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이 과정에서 암호화폐 펀드라는 새로운 가능성을 타진하려던 거래소 지닉스는 결국 문을 닫기도 했다.

정부가 지금이라도 암호화폐 제도화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김현 대한변협 회장은 8일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 세계가 암호화폐와 관련된 법령을 입법하고 블록체인 산업을 제도권에 편입시키고 있다"면서 "블록체인 및 암호화폐 관련 행위를 적법한 것으로 허용하되 피해자 발생이 우려되는 등 규제가 필요한 부분은 규제를 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