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한현주 기자] 맥주 사업 부진이 롯데칠성음료 실적에 발목을 잡고 있다. 수입·수제맥주가 늘면서 국산 맥주 소비가 상대적으로 줄고 있는 탓이다. 다수 브랜드의 완전경쟁체제도 부담이다. 인구성장률은 둔화되고 음주문화도 변하면서 주류시장 경쟁은 더욱 격화되는 모습이다.

11일 신용평가 업계에 따르면 한국기업평가는 하이트진로와 롯데칠성음료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각각 ‘A’, ‘AA+’로 유지했다. 하이트진로의 등급전망은 ‘안정적’인 반면, 롯데칠성음료는 ‘부정적’ 꼬리표가 달렸다.

한기평은 <주류산업, 경쟁의 현주소와 미래> 보고서를 통해 “하이트 진로와 롯데칠성음료의 맥주 사업 실적에 따른 영업 현금흐름 변화 수준과 차입 부담 수준 등을 감안해 두 회사의 신용등급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주류업계의 저성장은 인구성장률 하락과 음주문화 변화 등 구조적 문제가 그 배경에 자리 잡고 있다. 국산 맥주 소비는 수입 맥주 공급과잉과 수제 맥주 증가로 줄고 있다. 소주도 경쟁이 심화됐다. 지방 소주 업체들이 수도권으로 진출하고, 상위 업체는 지역 시장으로 확대했기 때문이다.

▲ 출처=한국기업평가

소주시장보다는 맥주시장이 더 큰 타격을 받았다. 관세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맥주 수입액은 2억6309만달러(약 2807억원)로 전년대비 45% 증가했다. 수입 맥주 비중은 2017년 15%까지 상승했다.

과거 맥주시장은 오비맥주와 하이트맥주가 양분했다. 이후 롯데칠성음료가 뛰어들고 수입업체와 수제 업체 성장으로 다수 브랜드가 경쟁하는 완전경쟁 시장으로 변했다. 수입업체와 수제 맥주의 신규 진입으로 부정적 사업 환경은 이어질 전망이다.

맥주와 소주사업 간 희비는 음주문화 변화, 소주 도수 인하, 소주시장 진입 제한적 등과 맥을 같이한다. 소주의 알코올 도수는 1년에 0.2~0.3도씩 낮아져 16~17.5도 시대를 맞았다. 젊은층의 공략으로 소주 시장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닐슨 리테일 인덱스에 따르면 올 상반기 소주 시장 규모는 전년 동기 대비 1.7% 성장했다. 특히 PET 시장이 11.3% 성장하며 전체 소주 시장의 성장을 견인했다. 가장 눈에 띄는 브랜드는 하이트 진로의 ‘참이슬’이다.

하이트진로의 6월 말 연결기준 맥주 매출액은 2017년 3536억원에서 올해 3581억원으로 1.35% 감소했다. 2014년부터 맥주 부문에서 영업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 반면 소주 매출액은 지난해 5197억원에서 올해 5229억원으로 0.61% 증가했다.

▲ 소주 매출액 .출처=한국기업평가

롯데칠성음료의 주류부문은 맥주 사업에 진출한 2014년 이후부터 수익성이 하락했다. 지난해 2공장 증축으로 고정비가 확대됐다. ‘피츠’출시로 판촉비 부담도 증가했다. 롯데칠성음료의 6월 말 연결 기준 지난해 주류부문 수익은 4억3000만원에서 올해 3억6000만원으로 17.2% 감소했다.

수입 맥주 성장과 소규모 맥주 업체 진입 등 부정적인 수급환경 전망을 반영하더라도 하이트 진로는 수익성은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설비 조정을 통해 채산성이 우수한 소주의 비중을 높였기 때문이다. 최근 구조조정으로 고정비 비용 축소와 맥주 공장 설비도 다각화했다,

반면, 롯데칠성음료는 맥주 2공장 증설 이후 가동률 계선을 위한 맥주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2013년 말 연결 기준 순차입금은 4617억원에서 올해 6월 말 1조3416억원으로 8798억원 증가했다. 2014년 이후 맥주 공장 신설 투자와 국내외 관계사의 지분에 투자했다.

▲ 출처=한국기업평가

한기평은 맥주사업의 부정적 전망이 롯데칠성음료 신용도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한기평은 “롯데칠성음료가 2020년 맥주 시장 점유율 17%를 목표로 판촉을 확대하고 있으나, 수입 맥주에 우호적인 수요와 규제 환경을 고려하면 당분간 손익분기점 도달은 어려울 전망”라고 설명했다.

한기평은 하이트진로의 상향 변동 요인으로는 ▲하이트진로홀딩스 연결기준 EBITDA 마진 15% 이상 ▲순차입금/EBITDA 5.0배 이하를 제시했다. 하향 변동 요인으로는 ▲하이트진로홀딩스 연결기 중 EBITDA 마진 10% 미만 ▲순차입금/EBITDA 7.0배 초과를 제시했다.

롯데칠성음료의 상향 변동 요인으로는 ▲롯데지주의 신용도가 개선되는 경우 ▲순차입금/EBITDA 2배 이하 ▲부채비율 100% 이하를 제시했다. 하향 변동 요인으로는 ▲롯데지주의 신용도가 저하될 경우을 제시했다.

염재호 한국기업평가 연구원은 “맥주 산업은 수입 맥주의 성장과 이에 따른 국산 맥주 선호도 하락, 롯데칠성음료의 진입, 소규모 맥주 제조업체 진입 등으로 부정적 수급 요인이 확대됐다"며 “향후 주류시장 경쟁은 더욱 심화할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