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견다희 기자] 종합식품기업 신세계푸드는 지난 1995년 신세계백화점에서 독립법인으로 분사했다. CJ제일제당, 대상, 오뚜기 등 업계를 선도하는 다른 기업들보다 비교적 짧은 역사다. 최근 빠른 성장세를 보이는 가정간편식(HMR)시장 진출도 지난 2016년으로 후발주자에 속한다. 그러나 신세계푸드는 진출 첫해 1조원의 매출을 돌파하고 3년 만에 메가 브랜드로 안착하며 강한 브랜드 파워를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CJ제일제당, 대상, 오뚜기 등과 달리 신세계푸드는 신세계그룹이라는 거대 유통채널과 인프라가 성장에 주효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신세계푸드는 지난해 매출액 1조2075억원, 영업이익 298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보다 각각 13%, 39.5% 늘어났다. 경기불황과 업계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두 자릿수 성장을 달성한 것이다. 

▲ 신세계푸드는 지난해 매출 액 1조2075억원, 영업이익 298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보다 각각 13%, 39.5% 늘어났다. 출처=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신세계푸드의 매출을 견인한 주역은 바로 ‘간편식’이다. 간편식 제조부문 매출액은 지난 2015년 330억원에서 2016년 750억원이었다. 반면 지난해 간편식 제조부문 매출은 1450억원으로 전체 매출액의 10%를 넘어섰다. 해마다 전년보다 2배 수준으로 매출액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신세계푸드의 역발상, 철저한 시장조사, 외식사업과의 시너지는 간편식 시장 안착을 하는 데 주효했다. 

▲ 역발상을 통해 탄생한 올반 짬뽕군만두와 명란구만두는 월 10만원 이상이 판매되면서 대성공을 거뒀다. 출처= 신세계푸드

물만두 대신 군만두, ‘역발상’ 통했다

올반 불고기, 올반 떡갈비, 올반 냉동만두 등 냉동식품으로 간편식 시장에 뛰어든 신세계푸드는 출시 4개월 만에 1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지난해에는 제품 수를 200종으로 늘려 약 4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대부분의 매출이 올반에서 나오고 있다.

CJ제일제당, 대상, 오뚜기 등 오랜 역사와 강력한 브랜드 파워를 가진 업체들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상황에서 신세계푸드가 선택한 시장 안착 전략은 바로 ‘역발상’이었다.

역발상의 대표는 바로 ‘만두’다. 신세계푸드는 보편적인 물만두와 왕만두가 아닌 군만두 시장을 겨냥했다. 지난 2015년 쪄서 먹는 물만두와 왕만두 소비는 각각 5%, 14% 감소했다. 반면 군만두는 4% 성장하면서 만두시장의 성장을 견인하고 있는 것에 주목했다. 또 불황 여파로 스트레스를 날려주고 입맛을 돋워주는 매운 맛을 선호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는 데 주목했다.

신세계푸드는 군만두와 매운맛이라는 두 가지를 접목하면 큰 인기를 끌 수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국내 소비자들이 보편적으로 좋아하는 매운 맛의 대명사 짬뽕 육즙을 넣은 ‘올반 육즙 가득 짬뽕군만두’와 ‘명란군만두’가 탄생한 배경이다. 제품 출시도 냉동만두의 비수기이자 다른 경쟁업체들이 냉면, 삼계탕 등 여름철 제품에 집중하는 5월로 잡는 등 마케팅에도 역발상을 적용했다.

그 결과 올반 짬뽕군만두는 출시와 동시에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면서 매월 10만봉 이상이 판매됐고 명란군만두도 출시 3개월 만에 80만봉을 기록했다. 그야말로 대성공이었다.

신세계푸드 관계자는 “신세계푸드는 트렌디한 제품 개발에 중점을 두고 있다”면서 “제품 개발이나 판매 방법 등에 역발상을 시도한 것이 올반 가정간편식 시장 안착에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철저한 시장조사

‘올반LAB’은 신세계푸드의 프리미엄 가정간편식 ‘올반’을 탄생시킨 산파 역할을 했다. 신세계푸드는 지난 2016년 10월 연구개발 부서를 올반LAB으로 변경했다. 올반을 주력 브랜드로 키우려는 신세계푸드의 전략이다.

올반LAB은 상품개발팀, 메뉴개발팀, 베이커리개발팀, 식음생산팀, 올반LAB지원팀, 포장개발팀, 미래연구팀 품질관리팀 등 모두 8개 팀으로 구성돼있다. 올반LAB은 셰프 50명을 포함한 150명의 연구원이 ‘올반미식회’를 통해 스타 제품을 탄생시키고 있다.

상품기획, 영업담당자가 시장조사와 리서치를 통해 제품 콘셉트를 올반LAB 연구담당자에게 제안한다. 담당자들이 시제품을 만들고 본 생산과정에서 완벽한 맛의 구현이 가능한지 테스트를 거친다. 이때 반드시 거쳐야 하는 단계가 올반미식회다. 사원부터 경영진까지 직급에 관계없이 30여명의 직원이 참여해 시제품에 대해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고 실제 제품에 반영하고 있다.

신세계푸드 관계자는 “올반이 지속 성장할 수 있도록 올반미식회와 같이 회사 내외부의 의견을 적극 수렴하는 열린 소통을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 올반LAB은 올반미식회를 통해 사원부터 경영진까지 직급에 관계없이 참여해 시제품에 대해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고 실제 제품에 반영하고 있다. 이 같이 열린 소통을 통해 신세계푸드의 스타제품들이 탄생하고 있다. 출처= 신세계푸드

오프라인 매장·유통 공룡 신세계와 시너지

신세계푸드가 운영하는 외식사업도 간편식과 시너지를 내고 있다. 간편식 브랜드 자체가 외식레스토랑과 통합을 거쳐 탄생한 만큼 ‘테스트 베드’로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올반 출시 이전에 먼저 한식뷔페에서 메뉴로 선보여 소비자들에게 맛에 대해 철저히 검증을 받는다. 호평을 받은 메뉴를 제품화해 성공 확률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일부 올반 매장은 소비자 접점 확대를 위해 올반키친샵을 운영하고 있다. 올반 영등포점, 센트럴시티점, 부산센텀점, 대구점 등 주요 매장과 신세계 사이먼 프리미엄 아울렛 시흥점에서 올반 가정간편식을 시식하고 구입할 수 있다. 20대에서 40대 여성들이 주로 찾는 장소에서 올반의 맛과 품질을 알리고 판매까지 연결하기 위함이다.

이마트, 신세계백화점 등 국내 최대 유통공룡인 신세계그룹의 유통 채널과 인프라도 든든한 매출 판로가 돼주고 있다. 온라인을 통해 가정간편식을 구입하는 1인 가구와 맞벌이 부부가 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 옥션, G마켓 11번가 등 오픈마켓에도 올반 가정간편식을 입점시키면서 유통채널을 확대하고 있다.

신세계푸드 관계자는 “올반 등 신세계푸드가 선보인 HMR은 그간 냉장·냉동 제품이 주를 이뤘다”면서 “내년에는 장기간 보존과 보관의 편리성을 높이기 위해 상온 가정간편식으로 제품군을 확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