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글로벌 낸드플래시 시장이 심상치않다. 시장조사업체 디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달 128Gb MLC 제품의 가격이 지난달 4.74달러를 기록해 10월 대비 6.51% 떨어졌다고 밝혔다. 64Gb MLC도 전달보다 5.8% 하락한 3.25달러를 기록했으며 SLC는 32Gb급이 13.2달러로 추락했다.

낸드플래시 업계의 미묘한 변화도 눈길을 끈다. 글로벌 SSD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낸드플래시 제조업체들의 점유율이 하락하는 반면 메모리 모듈 제조업체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큰 틀에서 낸드플래시 업체의 리스크로 평가된다. D램의 급격한 하락도 시작된 가운데 글로벌 낸드플래시 시장의 업황 악화가 메모리 반도체 수퍼 사이클 종료를 알리는 전조곡이라는 말도 나온다.

낸드플래시 업계의 상황이 불투명해지고 있으나, 최근 SK하이닉스는 오히려 공세 일변도로 나가고 있다. 이미 낸드플래시 인프라에 막대한 투자를 단행한 상태에서 M15 라인 준공에 나서며 본격적인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M15의 건축면적은 축구장 8개 크기인 6만㎡(1만8000평, 길이 339m, 폭 172m, 높이 71m)이며, 복층으로 구성된 클린룸에서 낸드플래시를 생산하게 된다. 핵심 생산 제품은 SK 하이닉스가 72단 3D낸드플래시다. 시장조사업체 디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 2분기 기준 낸드플래시 점유율은 삼성이 36.4%로 1위를 기록했고, 도시바가 19.3%로 2위, WDC(14.5%) 3위로 집계됐다. 마이크론(11.9%)과 SK하이닉스(10.6%)가 4·5위 각축전을 벌이는 상황이다. 하이닉스가 약 20조원의 거금을 순차적으로 투자한다고 승부수를 띄운 만큼, 낸스플래시 시장에서의 점유율 변화가 기대된다.

90단 낸드플래시 한계 돌파도 빠르게 이뤄졌다. SK하이닉스는 지난달 말 세계 최초로 CTF(Charge Trap Flash)와 PUC(Peri Under Cell)를 결합한 4D 낸드(4D 낸드) 구조의 96단 512Gbit(기가비트) TLC(Triple Level Cell) 낸드플래시 개발에 성공했다고 4일 밝혔다. 연내 초도 생산이 목적이라는 설명이다.

기존 일부 업체가 플로팅 게이트(Floating Gate) 셀(Cell) 구조에 PUC를 결합한 방식과 달리 3D 낸드에 채용 중인 CTF 셀 구조와 PUC 기술을 결합한 대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CTF 기반에서는 최초로 PUC를 도입했다는 의미가 있다.

▲ SK하이닉스가 개발한 96단 512Gbit TLC 4D 낸드플래시와 이를 기반으로 개발 중인 솔루션 제품들(BGA SSD, UFS, M.2 2230 SSD, M.2 2280 SSD). 출처=SK하이닉스

72단 512Gbit 3D 낸드와 비교해 칩(Chip) 사이즈는 30% 이상 줄었고, 웨이퍼(Wafer)당 비트(bit) 생산은 1.5배 증가했다. 한 칩 내부에 플레인(Plane)을 4개 배치해 동시 처리 가능한 데이터(Data Bandwidth)를 업계 최고 수준인 64KByte(킬로바이트)로 2배 늘렸다는 설명이다. 쓰기와 읽기 성능은 기존 72단 제품보다 각각 30%, 25% 향상됐다.

기존 3D 낸드 대비 4D 낸드의 장점인 작은 칩 사이즈를 활용해 스마트폰용 모바일 패키지에 탑재 가능하도록 개발됐다는 평가다. 다중 게이트 절연막 구조와 새로운 설계 기술을 도입했으며 I/O(정보입출구)당 데이터 전송속도를 1200Mbps까지 높였다. 동작전압은 1.2V(볼트)로 낮춰 전력 효율을 기존 72단 대비 150% 개선했다.

SK하이닉스의 낸드플래시 진격전이 빨라지는 가운데, 이는 시장의 악화되는 상황을 무시한 처사라는 오해도 나온다. 그러나 새 공정 비율을 늘리면 원가 절감 효과가 크기 때문에 오히려 수익성에서는 유리하다는 것이 정설이다.

이순학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낸드플래시 고정 가격이 하락하고 있으며 오랜 기간 비슷한 분위기가 연출될 것"이라면서 "SK하이닉스는 시설 투자를 바탕으로 3D 낸드 생산 비중을 늘려 원가 절감 효과를 키울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아직 4D 낸드플래시가 주력이 될 시기는 아니지만, SK하이닉스가 빠르게 94단 낸드플래시 양산으로 진격할 경우 이러한 원가 절감에 따른 수익성 강화 기조는 더 커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