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최태원 SK 회장의 동남아 夢(몽)이 탄력을 받고 있다. 동남아 진출 교두보인 베트남 민관과의 협력 강화를 통해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SK그룹에 따르면 최 회장은 지난 8일 베트남 하노이시(市) 총리 공관에서 응웬 쑤언 푹(Nguyen Xuan Phuc) 총리와 만났다. 베트남 국영기업 민영화 참여와 환경문제 해결 방안 등에 대해 폭넓게 의견을 나눴다는 설명이다. 응웬 총리는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만나 현지 투자와 관련된 논의를 하는 등 한국 기업과의 협력에 관심이 많다. 이 부회장은 응웬 총리와 만나 "베트남에 대한 장기투자를 계속하고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 최태원 회장과 응웬 쑤언 푹 베트남 총리가 만나고 있다. 출처=SK

최 회장과 응웬 총리의 만남은 지난해 11월에도 있었다. 최 회장은 당시 싱가포르와 베트남을 연이어 방문해 현지 정관계와 재계, 학계, 벤처사업가, 투자전문가 등 다양한 그룹의 인사들과 에너지·정보통신(ICT) 등 분야의 상호 협력방안을 논의한 후 23일 베트남 하노이시 총리 공관에서 응웬 쑤언 푹 총리를 만나 1시간 30분 가량 면담한 바 있다.

최 회장은 이 자리에서 SK의 베트남 사업 현황 등을 설명하고  “베트남의 미래 성장전략과 연계해 베트남과 SK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협력 기반을 만들어 나가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응웬 총리도 화답했다. 그는 “베트남의 중장기 발전을 위해 민간기업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어 국영기업의 민영화를 계속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면서  “SK가 국영기업 민영화에 관심을 갖고 참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답했다.

최 회장은 당시 사흘간 베트남에 머물며 민간기업 대표와 대학총장 등 경제, 사회분야 전문가들과도 접촉해 현지 시장과 산업 수요를 파악했다. 그 과정에서 베트남 최대 소비재 기업인 마산(Masan)그룹 응웬 당 꽝(Nguyen Dang Quang) 회장과 ICT기업인 FPT그룹의 쯔엉 자 빙(Truong Gia Binh) 회장을 연이어 만나 중장기 사업 협력방안을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응웬 낌 썬(Nguyen Kim Son) 하노이 국립대 총장을 만난 자리에서는 베트남 거시 경제 전망과 베트남 시장 진출에 필요한 조언 등을 경청했다는 후문이다.

지난 9월에는 마산그룹 지주회사 지분 9.5%를 4억7000만달러에 매입하는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마산그룹은 지난해 약 16억6000만달러의 매출을 기록한 현지 대표 기업이다. 식음료, 축산, 광물, 금융업 등 베트남 경제와 함께 고성장 중인 산업을 중심으로 사업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종합 식음료 분야 1위기업으로서 각종 소스, 라면, 커피 등 대부분의 영역에서 시장 1, 2위의 위치를 점하고 있으며 사료사업에서도 베트남 최초 축산 밸류체인을 구축할 정도로 의욕적이다. 첨단산업인 반도체, 특수강에 쓰이는 원료인 텅스텐과 형석 등 광물 분야에서도 두각을 보이고 있다. 베트남 민영 1위 은행을 보유하는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마산그룹은 투명한 경영환경과 지배구조도 가지고 있다. 싱가포르의 GIC, 글로벌 선도 PE(사모펀드)인 KKR 등도 현재 마산그룹 지주사의 주요 주주로 참여하는 이유다.

최 회장은 8일 응웬 총리를 만나 마산그룹 투자를 논하며 "공기업 민영화 참여 등 다른 분야에서도 협력이 가속화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SK그룹이 베트남 맹그로브 숲 복원사업 지원 등을 통해 베트남 맞춤형 사회적가치 창출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맹그로브는 열대 우림보다 최대 5배 많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지구온난화 대응에 가장 효과적인 식물로 알려져 있다. 베트남 맹그로브 숲은 현재 전체 면적인 44만ha 중 30%만 남아있어 보호 및 복원사업이 필요한 상황이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5월부터 짜빈성 롱칸지역의 맹그로브 숲 조성, 호치민 기술대의 맹그로브 복원 연구지원 등을 진행 중이다.

최 회장은 “베트남 경제가 발전함에 따라 환경문제가 심화될 수 있다”며 “미리 국가 차원에서 환경 분야에 선제적으로 투자하면 독보적인 환경문제 해결 역량을 갖출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응웬 총리는 이에 "매년 만나는 해외기업 총수는 최태원 회장 뿐일 정도로 SK에 대한 관심이 남다르다”면서 “중앙정부 차원에서 ICT, 에너지, 반도체 등 첨단기술 분야의 독보적 역량을 보유한 SK와의 민관협력에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베트남이 추진하고 있는 공기업 민영화 추진 로드맵도 화두였다는 설명이다. 응웬 총리는 민영화 관련 투자, 환경 등 사회문제 해결 및 기술발전 등 분야에 SK가 적극적으로 참여해 줄 것을 요청했다.  최 회장은 응웬 찌 중(Nguyen Chi Dung) 베트남 기획투자부 장관을 따로 만나 총리 면담 내용을 공유하고 후속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한편 최 회장은 한국고등교육재단과 베트남 하노이국립대학이 9일부터 이틀간 하노이국립대학에서 공동 개최하는 제1회 ‘하노이 포럼’에 참석했으며 오는 17일부터 이틀간 중국 난징에서 열리는 ‘제3회 난징 포럼’에도 참석하는 등 광폭행보를 이어갈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