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승현 기자] 국제유가가 8일(현지시각) 공급 초과 우려가 계속됨에 따라 하락해, 본격적인 약세장에 진입했다.

이날 선물시장인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11월 인도분은 전거래일에 비해 1.6%(1.0달러) 하락한 배럴당 60.67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지난달 3일에(76.24달러) 비해 약 21% 급락해, 본격적으로 약세장에 진입한 것으로 보인다.

영국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 12월 인도분은 1.80%(1.31달러) 내린 배럴당 70.76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시장 참가자들은 미국 이란 제재 예외 조치의 여파와 주요국의 산유량 증가 가능성을 주시했다. 미국이 중국과 인도, 한국 등 주요 이란산 원유 수입국에 대한 제한적 예외조치를 허용한 이후 유가 하락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이란산 원유 공급 위축 위험이 줄어든 가운데, 초과 공급 상황에 대한 우려가 강화됐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은 미국의 지난주 산유량이 하루 평균 1160만 배럴을 기록하면서 사상 최고치로 늘었다고 밝혔다. EIA는 또 최근에는 내년 하루 평균 산유량이 1210만 배럴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는 등 주요 산유국의 생산이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의 생산량도 지난 6월 이후 증가세다.

반면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국제에너지기구(EIA) 등 주요 기관들은 최근 잇달아 내년 원유 소비 증가 폭이 기존 전망보다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원유 시장 수급 상황이 초과 공급 상태로 전환될 가능성이 점차 커지고 있는 셈이다. 미국의 원유 재고도 지난주까지 7주 연속 증가했다.

이에 OPEC과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이 유가 하락을 방어하기 위해 재차 감산에 나설 것이란 소식도 나오고 있다. 중국의 원유 수입 증가 등 유가 반등 요인도 나왔지만, 영향은 제한됐다. 중국의 10월 원유 수입 규모는 하루 평균 961만 배럴로 사상 최고치로 늘었다.

전문가들은 공급 우위 우려가 쉽게 해소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앤드류 리포 리포 오일 어소시에이츠 대표는 "이란 제재 예외조치로 원유 공급이 당초 예상보다 늘어날 것"이라면서 "이란 원유 수출 감소 규모는 하루 평균 100만~120만 배럴일 것으로 예상된다. OPEC과 다른 산유국은 이보다 더 많은 양을 증산했다"고 말했다.

타마 에스너 나스닥 코퍼레이트 솔루션 에너지 담당 이사는 "미국, 러시아, 사우디 산유량이 계속 기록을 세우고 있다"면서 "이 점이 시장을 약세장으로 반전시켰다"고 진단했다. 그는 다만 "시장이 펀더멘털 불확실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어 공급이 초과 상태인지, 부족 상태인지 정확히 알기 어렵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