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정부와 여당이 협력이익공유제 도입을 추진하는 가운데, 이와 관련된 논란도 커지고 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협력이익공유제 도입 그 자체가 아니라 과정에 있다.

협력이익공유제는 성과 공유제의 확장판으로 볼 수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공동 개발을 통해 판매 성과를 나누는 것이 골자이며 일종의 상생을 추구하는 것이 그 핵심이다. 정부는 원가절감에 방점이 찍힌 성과 공유제의 기능이 한정적이기 때문에 연내 상생협력법을 고쳐 세제 지원 등 인센티브 부여 근거를 마련할 계획이다.

협력사업형과 마진보상형, 인센티브형 등 세 가지 유형으로 정해지며 정부는 인센티브 공유제도에 참여한 기업을 대상으로 법인세 인하 등 다양한 우대 정책을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협력이익공유제를 둘러싸고 여야의 공방도 치열해지고 있다.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협력이익공유제를 두고 “경제원리를 완전히 벗어난 것”이라고 비판했으며 김성태 원내대표도 “국가주의적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은 MBC 라디오 <심안보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협력이익공유제는 대기업에 강제하는 것이 아니라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것”이라면서 “시장원리를 무시한다고 보는 것은 잘 모르고 하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협력이익공유제는 일견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을 위해 필요한 정책일 수 있지만, 정부가 시장원리에 과도하게 개입한 측면도 크다. 대기업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실질적인 세제혜택을 주는 등 유인효과도 있으나 상생이라는 목표를 위해 필요 이상 권력의 강력한 개입을 용인한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 아무리 목표가 좋아도 이를 달성할 수 있는 수단이 상식적이지 못하면, 목표가 가진 순수한 의도가 퇴색될 수도 있는 법이다.

협력이익공유제 논쟁을 다른 각도에서 살펴볼 필요도 있다.

현재 재계에서는 협력이익공유제를 두고 불만이 크다. 무엇보다 대기업의 혁신 추구를 가로막을 수 있고, 주주들의 이익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 특히 후자의 경우 시장경제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파급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더욱 신중해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눈여겨볼 대목은 재계의 ‘목소리’다. 협력이익공유제와 관련된 현안을 점검하기 위해 각 대기업 관계자들의 의견을 취합한 결과 모두 불만의 목소리를 내면서도 이를 공식적인 멘트로 삼지는 말아달라는 입장을 보였다. 속된 말로 ‘미운 털 박히기 싫다’는 뜻이다. 몇몇 교수들만이 협력이익공유제의 그림자를 지적하는 데 그쳤을 뿐이다.

재계 대표 단체들도 마찬가지다.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영자총협회, 전국경제인연합회는 협력이익공유제와 관련된 논평을 일절 내지 않고 있다. 중소기업을 대표하는 중소기업중앙회가 유일하게 논평을 냈으나 ‘환영의 입장’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협력이익공유제가 무조건 나쁘다고, 무조건 좋다고 말할 수 없다. 다만 정부와 여당의 방침에 조금이라도 미심쩍은 부분이 있다면 함께 논의하고 토론해야 더 나은 가능성을 타진할 수 있는 법이다. 그런데 지금 재계는 ‘분명 할 말이 많음에도’ 어색한 침묵을 지키고 있다. 이런 상황을 정상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협력이익공유제 논란을 지켜보며 우리 사회의 ‘강압적 권력의 내재화’를 체감했다면, 너무 멀리 간 해석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