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한국은행

[이코노믹리뷰=이성규 기자] 미중 무역분쟁 심화 우려가 확대되는 가운데 가계와 기업의 소비·투자 심리 위축이 세계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더 클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미국이 보호무역 기조를 강화하는 가운데 적자규모가 가장 큰 중국에 대규모 관세부과 등 통상압력을 가하고 있다. 중국도 이에 대응해 무역규제 조치를 발표하면서 양국 간 무역갈등이 심화되는 모습이다.

한국은행은 8일 발표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를 통해 “미국과 중국은 세계 교역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동시에 우리나라 주요 교역국”이라며 “미중 무역갈등은 무역·불확실성 경로 등을 통해 우리 경제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진단했다.

우선 양국 간 교역이 위축되면 중국과 미국의 중간재 수요 감소 등을 통해 우리 수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우리나라 총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4.8%다. 이중 대부분은 중간재로 78.9%에 달한다. 중국 수입중간재가 수출용으로 사용되는 비중은 28.7%로 미국(16.2%) 보다 높아 중국의 대미 수출 감소 영향이 더 크게 작용한다.

최근까지 우리나라의 대중 수출이 반도체 등을 중심으로 높은 증가세를 보였다. 현재까지 시행된 미중 무역규제 조치가 우리 수출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내년 중에는 미국의 2000억달러 규모 중국 수입품에 대한 관세가 10%에서 25%로 상향 조정된다. 우리 수출에 대한 부정적 영향이 확대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미국의 대중 관세부과 대상품목을 고려하면 우리나라 전자부품과 화학제품 등의 업종에서 수출 감소가 예상된다.

미중 무역갈등이 장기화되면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진다. 가계와 기업이 소비·투자에 대한 의사결정을 지연하는 등 불확실성 경로가 작동할 수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10월 세계경제 전망 보고서를 통해 글로벌 무역갈등에 따른 경제주체의 심리 악화가 양국의 상호 관세부과 조치보다 세계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더 큰 것으로 추정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미국의 대중 통상정책이 자국 내 특정 산업보호, 외국인투자 유도 등 다양한 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며 “양국간 분쟁이 단기 내 해소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경제의 높은 무역 의존도를 감안할 때, 글로벌 통상여건 변화를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