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강수지 기자] 최근 ‘니코틴 살인 사건’의 범인으로부터 아파트를 산 A씨의 사연이 관심을 받고 있다. 등기부등본을 떼어 본 뒤 구입한 아파트인데도 불구하고 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A씨에게 아파트를 판매한 B씨는 지난 2016년 남편에게 니코틴 원액을 주입해 살해한 살인자다. B씨는 남편이 죽자 상속받은 아파트를 A씨에게 팔았고 나중에 범행 사실이 드러나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이에 남편의 또 다른 상속자인 조카 C씨는 아파트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따라서 A씨는 C씨에게 아파트를 넘겨줘야 한다.

 

공신력 없는 등기부등본, 소유권 알 수 없어

이 같은 이유는 등기부등본 자체가 공신력(공적으로 부여하는 신용)이 없기 때문이다. 등기부등본만으로는 실제 소유권이 넘어갔는지 알 수가 없다.

The-K손해보험 관계자는 “부동산의 권리관계는 매우 복잡해 매매 당시에는 파악할 수 없었던 권리상의 하자가 추후에 발견되기도 한다”며 “국내 부동산등기법에서는 등기의 공신력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예상치 못한 손실이 발생할 우려는 물론 피해를 입었을 때 보호를 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보통 부동산을 거래하기 전 등기부등본을 살펴본 뒤 결정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대부분 등기부등본이 공신력을 갖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즉 이번 사건과 같은 피해자는 A씨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부동산 권리보험, 부동산 거래 관련 손해 보장

부동산 거래와 관련해 이 같은 상황을 예방할 수 있는 보험 상품이 있다.

권리보험의 종류 중 ‘부동산 권리보험’이 이를 위한 보험이다. 부동산 권리보험은 부동산 거래와 관련해 발생한 손실 등을 보상해주는 보험 상품이다.

손해보험사 관계자는 “권원보험으로 많이 알려져 불리고 있으나 이는 일본식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9일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현재 손해보험협회에 등록된 손해보험사 중 부동산 권리보험을 판매하는 곳은 KB손해보험,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해보험, 한화손해보험, MG손해보험, 농협손해보험, The-K손해보험으로 총 8개사다.

먼저 부동산 권리보험의 종류를 살펴보면 ‘부동산 전세권용 권리보험’, ‘부동산 저당권용 권리보험’, ‘부동산 소유권용 권리보험’ 등 총 3가지가 있다. 이 중 부동산 전세권용 권리보험과 부동산 저당권용 권리보험은 BtoB 보험 상품으로 은행 등 금융기관을 위한 상품이다. 부동산 소유권용 권리보험은 BtoC 보험 상품으로 유일하게 소비자를 위한 보험 상품이다.

문제는 The-K손해보험을 제외한 각 보험사들은 모두 BtoB 보험 상품만을 판매하고 있다는 것이다.

즉 소비자를 위한 BtoC 보험 상품을 판매하는 곳은 The-K손해보험 한 곳뿐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모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 가입 실적은 논할 수 없을 정도로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The-K손해보험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등기부등본의 비공신력을 알지 못할 뿐더러 회사 입장에서도 고객에게 딱히 다가갈 방법이 없다”며 “부동산을 거래하는 이들에게만 해당되는 상품이라 미리 알고 적극적으로 다가갈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외국에서 살다 온 소비자들 혹은 광고를 보고 찾아오는 고객 정도가 가끔 있다”고 덧붙였다.

 

The-K손해보험, 유일한 소비자 상품 판매

The-K손해보험에서 판매 중인 ‘내 집 마련 부동산 권리보험(소유권용)’은 부동산 거래의 안전을 위해 만들어진 상품이다. 부동산 매입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손실을 보장하고 부동산 이전 등기 때 필수적으로 발생하는 등기수수료로 ‘권리보험’, ‘이전등기’, ‘권리조사’, ‘법무사 과실’까지 보장하는 장점이 있다.

예를 들어 부동산 매매가가 3억원이라면 일반인의 경우 15만3800원의 보험료와 45만5000원의 등기수수료를 통해 The-K손해보험의 부동산 권리보험을 가입할 수 있다.

이 상품은 TM(텔레마케팅) 채널 혹은 온라인을 통해 가입할 수 있다.

▲ 출처=보험개발원, 각 사

부동산 거래 손실 대비, 기관은 늘고 소비자는 전무

현재 소비자를 위한 The-K손해보험의 부동산 권리보험 실적은 매우 저조한 가운데 금융기관을 위한 BtoB 상품의 부동산 권리보험은 판매 상황이 훨씬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개발원과 각 보험회사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KB손해보험은 197억7198만1000원의 수입보험료를 거둬들이며 부동산 권리보험 판매 실적 1위를 차지했다. 2위는 삼성화재로 25억3875만7000원, 3위는 16억7607만1000원으로 현대해상, 4위는 15억1651만5000원으로 DB손해보험으로 나타났다.

그 다음으로는 한화손해보험 9억7142만3000원, MG손해보험 5억3604만6000원, 농협손해보험 5억2090만6000원, The-K손해보험 1억7507만원이 뒤를 이었다.

올해 상반기 이들 보험사의 부동산 권리보험 전체 수입보험료는 277억676만9000원이다. 지난해 상반기 160억9257만6000원, 하반기 213억8030만3000원에 비해 꾸준히 오르고 있다.

손해보험사 관계자는 “계열사로 은행이 있는 경우 부동산 권리보험을 판매하는 데 조건이 더 유리하기 때문에 판매 실적에 있어 차이가 큰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금융기관은 부동산 거래와 관련해 손실을 막으려는 대비가 늘고 있으나 소비자 차원에서는 이 같은 예방 차원이 거의 전무해 아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