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평균 출퇴근 시간이 1시간 30분을 훌쩍 넘는 한국의 수도권 지역 통근자들은, 아침 일찍 집을 나서고 밤에는 늦게 돌아올 수밖에 없어 만성적인 수면부족을 호소한다.

지옥철로 바뀐 지하철에서는 앉을 자리도 없어서, 이들은 종종 점심식사를 포기하고 낮잠을 선택하기도 한다.

책상에 엎드리거나 의자에 기대 자는 것이 여의치 않은 사람들을 위해서, 영화관을 점심시간에는 잠을 자거나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도 등장했다.

11시 30분부터 1시까지 90분간 조용한 클래식 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남들의 눈치를 보지 않고 낮잠을 즐길 수 있는 것이다.

안마의자에 앉아서 마사지를 받으며 잠을 잘 수 있는 수면카페도 곳곳에 생겨났다.

하루 평균 수면시간이 6.8시간에 불과하다고 조사된 미국인들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

뉴욕 맨해튼에 등장한 24시간 낮잠 공간인 ‘냅욕(Nap York)’은 쪽잠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최소 30분부터 3시간까지 잠을 잘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

30분간 눈을 붙이는 데 필요한 비용은 15달러로 저렴하지는 않지만, 물가 비싼 맨해튼 한복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나쁘지 않은 수준이다.

3시간의 긴 잠을 위해서는 50달러를 지불해야 하며 이후 1시간당 7달러가 추가된다.

냅욕에는 샤워실과 마사지 공간, 옥상정원 등이 마련되어 있어 휴식을 취하고 개운하게 회사로 돌아갈 수 있다.

회사 내에 휴식공간이 부족하거나 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 쉬기를 원하는 직장인들을 위해 회원제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월 35달러를 지불하면 주 1회 30분간의 낮잠을 즐길 수 있으며 가장 비싼 골드회원의 경우 월 250달러를 내면 주 5회 90분간의 낮잠을 즐길 수 있다.

냅욕 측은 낮잠 공간이지 호텔 시설이 아니기 때문에 장시간의 수면을 청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밝힌다. 하지만 일본에서 인기를 끌었던 캡슐호텔과 매우 유사하게 만들어졌고 서비스도 제공된다.

냅욕에서 머무르는 사람들은 개인 캐비닛에 소지품을 보관할 수 있고 2층으로 된 앉아있을 수 있는 높이의 작은 공간에서 잠을 청할 수 있다. 수면 후에 샤워를 할 수 있는 공용 샤워실과 화장실이 있으며 옥상에 설치된 해먹에서 휴식을 취할 수도 있다.

냅욕에 따르면 낮잠공간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비행기 시간을 기다리는 여행객들이다.

저녁 늦은 비행기나 새벽 일찍 비행기로 인해서 하룻밤을 호텔에 지내기에는 시간이 짧거나 너무 비싸다고 생각하는 여행객들이 잠시 눈을 붙이고 샤워하는 공간으로 활용한다는 것이다.

낮잠 공간이 생기는 이유는, 바쁜 현대인들이 업무가 늘어나면서 저녁 시간의 수면이 부족한 것도 있지만 수면장애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많은 것도 있다. 수면에 관련된 산업은 미국에서 먼저 발달했고 한국에서도 확대되고 있다.

수면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먼저 시작된 미국에선 수면건강 관련 시장의 규모가 2017년 기준으로 최소 300억달러에서 400억달러(한화 33조6000억~44조80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되고 있다.

잠을 잘 자기 위한 방법과 해결책 등을 고민하기 위한 수면 관련 연구기관만 2800여곳이며, 이들의 연간 매출액은 70억달러인데 5년 내에 100억달러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불면증에 시달리는 미국인의 숫자는 700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된다. 수면의 질에 큰 영향을 미치는 수면 무호흡으로 고통받는 사람들도 4300만명이나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의사의 처방이 필요한 수면제 등의 약품 시장은 특허가 만료되고 복제약이 허용되면서, 기업의 입장에서 가치는 낮아지고 있다. 하지만 약국에서 처방전 없이도 쉽게 살 수 있는 수면보조 약품들은 5억7600만달러 규모이며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코골이나 수면무호흡을 치료하기 위한 인공호흡기처럼 생긴 기도양압기 시장도 43억달러 규모나 되며 매년 7.2%씩 성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