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삼성전자가 7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미래를 만나는 곳(Where Now Meets Next)이라는 주제로 제5회 삼성 개발자 콘퍼런스(SDC)를 연 가운데, 폴더블 스마트폰 전략 일부를 전격 공개했다. 기대했던 시제품 공개가 아닌 폴더블 디스플레이 시연에 그쳤지만, 삼성전자의 미래 스마트폰 전략을 확인할 수 있는 장면이라는 평가다.

기조연설에 나선 고동진 사장은 "삼성전자는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 발전을 주도하고 있다"며 "모바일의 판을 바꿀 것이며, 전 세계 개발자들과 함께 새로운 플랫폼을 기반으로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 고동진 사장이 발언하고 있다. 출처=갈무리

7.4인치 인폴딩 방식

콘퍼런스에서 무대에 오른 삼성전자 미국법인의 저스틴 데니슨 상무는 연설과 함께 재킷 안쪽에서 폴더블 디스플레이를 꺼냈다. 안으로 접히는 인폴딩 방식이며 펼치면 7.4인치다. 데니슨 상무가 양복 재킷 안쪽에서 폴더블 디스플레이를 꺼낸 것은, 그 만큼 단말기가 작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데니슨 상무는 이 제품을 인피니트 플렉스 디스플레이로 불렀다.

폴더블 스마트폰이 아니라 폴더블 디스플레이가 공개됐기 때문에 실제 구동 기능은 시연되지 않았다. 다만 접으면 외부 디스플레이에 일반 화면을 이어서 볼 수 있고 펼쳤을 때 자연스러운 사용자 경험이 완성되는 것은 확인된다. 화면은 세로로 접히며 큰 디스플레이에서는 인터넷 브라우징, 멀티미디어, 메시지 등 3개의 앱을 동시에 가동할 수 있다.

데니슨 상무는 “인피니트 플렉스 디스플레이를 개발하기 위해 커버 글래스를 대신할 새로운 소재를 개발하고 새로운 형태의 접착제도 찾았다”면서 “접었을 당시에도 슬림한 두께를 유지하기 위해 아몰레드 디스플레이 두께 자체도 크게 줄였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몇 달 후 폴더블 스마트폰을 대량생산할 방침이다. 세계적인 ICT 박람회나, 혹은 별도의 언팩을 통해 폴더블 스마트폰 출시 전략을 공개한다는 방침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단순한 폴더블을 넘어 새로운 하드웨어 폼팩터 가능성도 제기됐다. 실제로 데니슨 상무는 “폴더블이 끝이 아니다”라며 “롤러블 등 다양한 시도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단순 폴더블이 아닌, 롤러블 스마트폰을 준비하고 있다는 주장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미국의 IT매체 <폰아레나>는 올해 1월 삼성전자가 새로운 롤러블 디스플레이 특허를 신청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대부분의 롤러블 디스플레이 기술 특허가 작은 회전모터를 사용하지만 삼성전자의 기술은 본체에 자석장치가 붙어 있다. 폰아레나는 “삼성전자가 이 기술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면서도 “단순하게 정보를 저장하거나 재생하는 장치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삼성전자가 폴더블 스마트폰 전략을 일부 공개하며, 미래 하드웨어 폼팩터를 둘러싼 경쟁도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특히 화웨이와의 신경전이 불가피하다. 화웨이는 올해 11월을 폴더블 스마트폰 디데이로 못 박았다.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 BOE와 협력해 올해 11월 폴더블 스마트폰을 공개할 가능성이 높다. 일본 매체 <닛케이아시안리뷰>는 화웨이의 폴더블 스마트폰이 내년 초 등장할 가능성에 주목하며 가격과 기술 고도화 여부는 확인할 수 없지만 최대 3만대 분량의 폴더블 스마트폰이 등장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 공개된 삼성전자 폴더블 디스플레이가 펼쳐진 장면. 출처=갈무리
▲ 공개된 삼성전자 폴더블 디스플레이가 접힌 장면. 출처=갈무리

왜 접는가?

고동진 사장은 CNBC 인터뷰에서 폴더블 스마트폰을 두고 자체 설문조사를 통해 폴더블 스마트폰의 시장성을 확인했으며 "지금 폴더블 스마트폰을 제공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폴더블 스마트폰 카드를 빼 들었으나, 행보 자체는 상당히 신중해 보인다. 우선 명목상이지만 세계 최초 폴더블 스마트폰 공개라는 타이틀이 무산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중국 디스플레이 전문 스타트업 로욜(Royole)이 지난달 31일 세계 최초로 접을 수 있는 스마트폰 플렉스파이(FlexPai)를 공개했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스마트폰 업체라고 보기는 어렵고, 사실상 디스플레이 업체로 봐야 한다. 다만 로욜의 제품은 혹평 투성이다. 공개된 스펙을 보면 프리미엄 스마트폰이지만 사용자 환경은 엉망인데다 자체 개발한 운영체제만 지원된다. 심지어 두께는 7.6mm며 폴더블, 즉 접으면 15.2mm가 된다. 폴더블 스마트폰이 아니라 휴대성을 간과한 태블릿에 가깝다. 인폴딩이 아닌 아웃폴딩이라 내구성에도 문제가 있다는 평가다.

세계 최초 타이틀을 욕심내지 않으며 차분히 폴더블 행보를 거듭하는 장면은 폴더블 디스플레이 시제품만 공개한 것에서도 드러난다. 삼성전자가 SDC에서 폴더블 디스플레이만 공개한 것도, 많은 개발자들의 상상력을 자극해 강력한 생태계를 조성하려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업계의 관심은 삼성전자가 폴더블 스마트폰을 출시하는 ‘이유’다. 갤럭시 시리즈가 특이성을 상실하며 쇠퇴일로를 걷는 상황에서 단순히 국면 전환용으로만 폴더블 스마트폰을 준비하는 것은 아니다. 여기서 핵심 킬러 사용자 경험과 철학이 나와 줘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폴더블 스마트폰을 접어서 어떤 혜택을 줄 수 있는가’라는 질문의 답이다.

삼성전자가 원UI를 공개한 대목이 중요하다. 아이콘을 간결히 정리하고 가독성과 접근성을 강화한 원UI는 폴더블 스마트폰과 기존 스마트폰의 연결고리가 될 전망이다. 스마트폰의 상단을 보는 구간으로 정하고 하단을 터치 구간으로 정해 화면이 커지는 폴더블 스마트폰의 조작 인터페이스 사용자 경험을 잡아냈다는 평가다.

원UI가 기존 스마트폰에서 폴더블 스마트폰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를 제공하며 폴더블로 가능한 대형 디스플레이 사용자 경험의 강점을 보여준다면 작은 크기에 인터넷 브라우징, 멀티미디어, 메시지 등 3개의 애플리케이션을 동시에 사용하거나 외부의 디스플레이로 보여주는 기존 스마트폰 화면 등은 단말기 폼팩터와 실제 구동 사용자 환경을 연결하는 의미도 있다는 평가다.

폴더블 스마트폰의 가치를 휴대성에 둔 상태에서 큰 화면으로 다양한 조작이 가능하며, 엣지 디스플레이처럼 굳이 스마트폰을 펼치지 않아도 지속적인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는 것을 폴더블 스마트폰의 1차 전략으로 삼았다는 말이 나온다.

한편 삼성전자는 빅스비 개발 통합 도구인 '빅스비 개발자 스튜디오'도 출시, 빅스비 생태계에 대한 야심도 숨기지 않았다. 알렉사 스킬의 개념과 비슷한 빅스비 캡슐이라는 개념도 등장했으며 삼성전자 제품에 인공지능 빅스비 연동이 빨라질 것으로 기대된다.

빅스비 언어도 기존 한국어, 중국어, 영어에서 프랑스어, 독일어, 이탈리아어, 스페인어로 확대된다는 설명이다. 스마트싱스 생태계 강화를 위해 '스마트싱스 개발자 워크스페이스'와 '워크 위드 스마트싱스' 인증 프로그램도 공개됐으며 많은 기대가 쏠렸던 갤럭시홈은 별도의 설명없이 현장에 전시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