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워크(WeWork)가 입점한 종로타워 모습. 출처=위워크

[이코노믹리뷰=정경진 기자]   서울 프라임급 빌딩의 주요 임차인으로 자리 잡고 있는 공유오피스 업체인 ‘위워크(WeWork)’가 갑질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됐다.

8일 건설 및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위워크가 일부 오피스와 임대계약을 체결하면서 계약기간동안 임대인이 해당 빌딩에 다른 임차인과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면 위워크 본사와 우선적인 협의를 해야 한다는 내용의 포괄규정을 적용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위워크가 임차인으로 입점해있는 빌딩에 타 임차인이 입점을 하려고 한다면 먼저 위워크가 해당 임차인의 입점을 허가해야지 입점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물론 오피스 임대차 시장에서 키테넌트(Key Tenant·핵심점포)가 임대차 계약 시 특약사항 등으로 같은 업종의 경쟁사가 입주하지 못하도록 하는 식의 계약은 존재해왔다. 한 개의 오피스 빌딩 내에 같은 업종의 경쟁업체가 입주할 경우 매출상의 불이익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하나의 건물의 독차지 하다시피 사용하는 고급호텔의 경우 호텔 저층부에 유해시설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임대에 간섭하는 조항이 종종 임대차계약서에 들어간다. 호텔의 경우 브랜드 가치가 높아 만약 성인 오락실이나 안마 등의 시설이 같은 건물에 임차할 경우 이미지 손상이 상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량 임차인 지위 이용...임차인이 임차인을 규제하는 ‘갑질’

이 같은 경우가 아닌 상황에서 위워크의 ‘임차인 입점 전 위워크(WeWork) 우선 협의’ 조항은 주요 임차인이란 지위를 이용해 임대인에 대한 일종의 경영간섭이라는 주장이다. 위워크는 임차 제한 업종으로 동종업(공유오피스) 뿐만이 아닌 F&B(Food and Beveragy) 관련 업종도 포괄적으로 제한했다.

국내 한 부동산투자자문업체 이사는 “경쟁사가 입점하지 못하도록 하는 요구는 오피스 임대차 계약에서 경제적은 측면과 정서적인 측면에서 존재해 왔지만 위워크처럼 동종업종이 아닌 업체에 대해서도 임차를 규제하는 경우는 처음 접했다”면서 “최근 오피스 시장에서 위워크의 몸값이 높아지게 된 탓에 위워크가 임대인의 영역까지 침범하는 월권 행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이 같은 행위는 공정거래법 상 문제가 될 여지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공정거래법 제 23조 4항 ‘자기의 거래상의 지위를 부당하게 이용하여 상대방과 거래하는 행위’에 해당할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조태진 법무법인 서로 변호사는 “상대방과의 거래에서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지위의 위워크가 임대인에 대해 일종의 경영간섭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 “경영간섭에는 생산품목부터 시설규모, 생산량, 거래내용 등을 제한하는 것이 포함되는데 이 사례는 거래내용을 제한하는 것에 해당된다”고 말했다.

다만 공정거래위원회는 임대차 거래 자체가 계속적 거래 관계가 아니기 때문에 공정거래법 적용이 쉽지 않은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공정거래법상 문제가 있기 위해서는 전제조건으로 제한된 산업환경에서 해당 계약으로 인한 경쟁제한여부가 존재해야 하기 때문이다.

전성복 공정거래위원회 서비스감시과장은 “계속적 거래 관계가 아닌 임대차 거래를 공정거래법을 적용하기는 쉽지 않은 측면이 있으며 계약을 한 임차인과 임대인간 즉 당사자 간에는 문제가 없고 계약의 결과로 제3자가 활동하고 있는 영역에서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면 이것은 별도로 살펴봐야 하는 문제”라면서 “다만 임대인이 문제를 제기할 경우 경쟁제한여부가 있어야 하며 임대차 계약이기 때문에 공정거래 분야보다는 민사상의 영역으로 볼 확률이 크다”고 설명했다.

위워크 관계자는 해당 조항에 대해 “우선 임차권 같은 조항은 계약에 필수로 들어가는 것은 아니고 주로 임대인의 요청에 따라서 해당 사항을 계약에 반영하는 경우가 있다”면서 “대형 임대차 계약일 경우 시장에서 통용되는 수준이며 구체적인 부분은 계약 관련된 것이기에 설명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위워크, 공실해결사로 떠오르며 혜택 독차지

업계에서는 위워크의 월권행위가 당연하다는 반응도 이어졌다. 공실로 몸살을 앓던 대형 오피스들에 위워크가 입주를 하면서 공실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여의도 HP빌딩은 비어있는 7개 층을 위워크가 임대해 공실을 해결함과 동시에 두 차례 불발됐던 매각마저 성공했다. 그간 공실률 변동이 심해 매각 작업이 더디게 진행됐던 프라임급 오피스 빌딩인 서울스퀘어(옛 대우세너빌딩) 역시 위워크가 전체 면적의 12%를 임차하며 공실률 하락에 일조했다. 서울스퀘어는 현재 매각가 1조원 규모로 NH투자증권과 협상을 진행중이다. 올해 초 위워크와 임차계약을 맺은 PCA타워(현 위워크 타워)는 자산 재평가를 실시하기도 했다. 종로타워 역시 33개층 중 8개층에 위워크가 임차하면서 공실걱정에서 벗어났다. 높은 공실률로 골머리를 앓던 대형오피스 입장에서는 한 번에 5~6개층을 10년 이상 장기임대하는 위워크처럼 반가운 임차인이 없는 것이다. 이에 키테넌트를 벗어나 파워테넌트로 자리잡으면서 특혜 일색의 임차계약을 맺게 된 것이다.

일반적으로 오피스 주인들은 임차인들과 임대차 계약을 체결할 때 임차인에게 렌트프리(일정기간 무료로 오피스를 임대하는 서비스)나 인테리어 비용을 지원하는 ‘테넌트 임프루브먼트(TI·Tenant Improvement)’를 제공한다. 그간 오피스 공실률이 증가하면서 임차인 구하기가 쉽지 않지만 임대료를 인하할 경우 오피스 매각가치가 낮아지기 때문이다. 즉 임대료 할인 대신에 위와 같은 혜택을 제공해왔다.

현재 프라임금 오피스가 평균적으로 임차인에게 제공하고 있는 TI는 3.3㎡당 100만원~200만원, 그보다 작은 규모의 A등급 빌딩은 50만원~100만원 수준이다. 반면 위워크가 서울스퀘어 빌딩에 입점하면서 받은 TI는 3.3㎡당 420만원대에 달한다. 평균가보다 2배 가량이 높다.

◆위워크에 열광하는 오피스업계, 현실이 될까 신화로 끝날까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위워크에 열광하는 오피스 업계에 의문을 표하고 있다. 위워크가 국내 시장에 진출한 지는 3여년 밖에 되지 않는 상황에서 이렇다 할 실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위워크 신화가 오피스 시장에 만연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준공된 을지로 대신증권 신사옥에는 위워크 을지로점과 함께 셀렉 다이닝 업체인 OTD가 저층부 상업시설에 들어왔다. 당시 업계는 한정된 공간에서 공유 오피스와 셀렉 다이닝이 밀도를 높여 많은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어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을 했지만 뚜껑을 열어본 결과는 이와는 사뭇 다르게 나타났다.

위워크 을지로점에서 영업 중인 한 업체 관계자는 “당초 기대와는 다르게 공유오피스 입주자들이 상업시설로 유입이 되지 않고 있다”면서 “매출이 너무 나오지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OTD 관계자는 “상권이 활성화가 되기 위해서는 건물 이용객이 5000여명 정도가 되어야 하지만 을지로 위워크점은 2000여명에 그친 상황이라서 상권이 현재까지는 활성화가 되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위워크가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며 무섭게 성장했지만 여전히 적자상태라는 점 역시 리스크로 작용한다. 위워크는 소프트뱅크 등으로부터 수조원의 투자를 받은데다 지난 8월 기준 2분기 매출이 4억2000억 달러로 1년전 대비 2배 가량 증가했지만 적자 역시 7억2000만달러로 급증했다. 한국 내 위워크 역시 공격적으로 지점을 늘리면서 서울 프라임급 빌딩에 다수 포진돼있지만 공실률 해결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외국계 자산운용사 고위급 관계자는 “호텔부터 마트, 현재는 위워크로 대변되는 공유오피스가 오피스 임차의 주 트렌드로 인식되고 있지만 과연 10년 혹은 15년을 이 트렌드가 주도할 지는 그때 가야지 알 수가 있다”면서 “과거 마트가 주요 임차인으로 떠올랐을 당시 마트도 10년 이상을 장기 렌트하는 임대차 계약을 진행했지만 시장이 바뀌면서 계약서에 명시된 기간을 채우지 못한 사례도 비일비재한 만큼 유한회사 구조를 가진 위워크를 과연 우량한 임차인으로 바라봐야할 지에 대해서는 다양한 고려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