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8년 8월 갑(甲) 상가 건물(이하 이 사건 건물)을 산 A씨는 2012년부터 이 사건 건물을 임차해 세탁소를 운영해 온 B씨로부터 소송을 당했다. B씨의 주장에 따르면, B씨는 2012년 이전부터 이 사건 건물을 임차해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던 C씨로부터 2012년에 임차보증금 3500만원, 월차임 170만원, 권리금 3억원의 조건으로 이 사건 건물에 대한 임차권을 양수했는데, 이 사건 건물을 산 새로운 임대인인 A씨가 임대차기간이 종료된 B씨에게 무작정 나가라고 하는 바람에, 자신이 C씨에게 지급한 권리금을 새로운 임차인으로부터 회수할 기회를 상실했으므로 A씨에게 이에 대한 손해배상청구를 하겠다는 것이다.

 

최근 상가 건물임대차보호법(이하 상임법)과 관련한 실무계의 핫이슈는 ‘임차인의 권리금 회수청구권’이다. ‘임대차 목적물인 상가 건물에서 영업을 하는 자 또는 영업을 하려는 자가 영업시설·비품, 거래처, 신용, 영업상의 노하우, 상가 건물의 위치에 따른 영업상의 이점 등 유형·무형의 재산적 가치의 양도 또는 이용대가로서의 임대인, 임차인에게 보증금과 차임 이외에 지급하는 금전 등의 대가(상임법 제10조의 3 제1항)’를 의미하는 ‘권리금’은 원래 우리 법 제도상 근거를 찾을 수 없는 상관행상의 개념이었다. 그러던 것이 임차인이 뛰어난 영업력으로 상권을 살려 상가 건물의 가치를 올려놓으면, 임대인이 임차인을 내쫓고 자신이 그 자리를 차지하거나 임대인이 원하는 임차인을 상가 건물에 끌어 들이는 일이 비일비재해지면서, 임차인의 권리금을 법적으로 보장해 주어야 한다는 사회적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에 상임법은 2015년 5월 ‘권리금’이라는 개념을 상임법에 처음으로 도입하고, ‘권리금 계약’이란 ‘신규임차인이 되려는 자가 임차인에게 권리금을 지급하기로 하는 계약’이라는 정의규정(상임법 제10조의 3 제2항)까지 신설하면서 임차인은 상임법을 통해 권리금을 보장받을 길이 열리게 되었다.

상임법이 규정한 임차인의 권리금 보호 방안은 한 마디로 ‘임대인은 임대차기간이 끝나갈 무렵 기존의 임차인이 다음 임차인으로부터 권리금을 받을 수 있도록 임대차기간이 끝나기 6개월 전부터 임대차 종료 시까지 충분한 시간을 주어야 한다’는 것이고, 만약 임대인이 이를 방해할 경우 임대인은 임차인이 다음 임차인으로부터 받고자 했던 권리금 상당의 손해를 임차인에게 배상해야 한다는 것이다(상임법 제10조의 4 제1항 참조). 상임법이 예정하고 있는 구체적인 권리금 방해 행위란 임차인이 주선한 신규임차인이 되려는 자에게 임대인이 권리금을 직접 요구하거나 임차인이 주선한 신규임차인이 되려는 자로부터 권리금을 직접 받는 행위(제1호), 임차인이 주선한 신규임차인이 되려는 자로 하여금 임차인에게 권리금을 지급하지 못하게 하는 행위(제2호), 임차인이 주선한 신규임차인이 되려는 자에게 상가 건물에 관한 조세, 광과금, 주변 상가 건물의 차임 및 보증금, 그 밖의 부담에 따른 금액에 비추어 현저히 고액의 차임과 보증금을 요구하는 행위(제3호), 그밖에 정당한 사유 없이 임대인이 임차인이 주선한 신규임차인이 되려는 자와 임대차계약의 체결을 거절하는 행위(제4호) 등이다.

본 조항이 도입될 초기만 하더라도 임대인 중에서 노골적으로 임차인의 권리금 회수를 방해하는 경우(제1호, 제2호)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본 조항에 대한 홍보가 많이 이루어져 임대인이 그와 같은 행위를 통해 임차인의 권리금 회수를 방해를 했다며 임차인으로부터 소송이 제기되는 경우는 드물다. 오히려 요즘은 주로 임대인이 새로운 임차인에게 현저히 고액의 차임과 보증금을 요구하는 행위(제3호), 그 밖의 정당한 사유 없이 임대인이 임차인이 주선한 신규임차인이 되려는 자와 임대차계약의 체결을 거절하는 행위(제4호)를 했다는 것을 문제 삼는 임차인이 많다. 그런데 이 경우에는 주변 시세와 비교했을 때 임대인이 새로운 임차인에게 요구한 차임이나 보증금이 과연 현저히 고액인가에 대한 법원의 감정(鑑定)이 필요하고(제3호), 임대인이 임차인이 주선한 임차인이 되려는 자와 임대차계약의 체결을 거절한 것에 ‘정당한 사유’가 있는지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요구된다(제4호). 참고로 상임법 제10조의 4 제2항에서는 임차인이 주선한 신규임차인이 되려는 자가 보증금 또는 차임을 지급할 자력이 없는 경우(제1호), 임차인이 주선한 신규임차인이 되려는 자가 임차인으로서의 의무를 위반할 우려가 있거나 그밖에 임대차를 유지하기 어려운 상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제2호), 임대차 목적물인 상가 건물을 1년 6개월 이상 영리목적으로 사용하지 않은 경우(제3호), 임대인이 선택한 신규임차인이 임차인과 권리금 계약을 체결하고 그 권리금을 지급한 경우(제4호)를 정당한 사유로 열거하고 있다. 즉 임대인이 이와 같은 사유를 들어 임차인이 되려는 사람과의 임대차계약의 체결을 거절했고, 그 사유가 정당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임대인은 임차인에 대해 권리금 회수 방해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지지 않게 되는 것이다.

현재 실무계의 가장 큰 고민은 본 조항이 도입된 것이 불과 3년 남짓이어서, 아직 어떠한 경우를 ‘권리금 회수 방해 행위’로 봐야 할지 판례가 정립되지 않아 법원마다 판결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한 법원의 ‘스탠스’ 역시 입법의 취지를 고려한다면 당연히 임차인의 편을 들어줄 수도 있는 문제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임차인 임대차기간을 끝내고 나가는 마당에 하다못해 임대인으로부터 이사비라도 챙겨나가겠다는 생각으로, 상가 건물에 입주할 생각이 전혀 없는 ‘허위의 신규 임차인’을 내세워 임대인이 신규 임차인과의 권리금 계약 체결을 방해했다며 소송을 걸어오는 경우도 적지 않아 권리금 회수 청구권이 임차인에 의해 남용되는 것은 아닌지 살펴야 하는 어려움도 있다. 요컨대 임차인의 권리금 회수 청구권을 어떠한 경우에 인정하고 인정하지 않아야 하는지, 만약 인정한다면 어느 정도의 범위에서 인정해야 하는지의 문제는 당분간 임대인과 임차인, 그리고 법조계의 뜨거운 감자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