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자연 기자] 국내 H&B(헬스앤뷰티) 산업이 극심한 양극화 현상을 보이고 있다. 랄라블라, 롭스, 부츠 등이 부진을 면치 못하면서 사실상 업계 1위인 올리브영이 독주 체제로 나아가는 모습이다. 이에H&B 후발주자들은 이러한 격차를 좁히기 위해 외형 성장에 집중하고 있다.

▲ 올리브영의 매장수는 현재 약 1200개로 업계 1위다. 출처=CJ올리브넥트웍스

업계에 따르면 CJ올리브네트웍스가 운영하는 ‘올리브영’ 매장 수는 현재 약 1200개로 H&B스토어 시장의 80%를 차지하며 1위를 달리고 있다. 두 번째로 점포가 많은 업체는 GS리테일의 ‘랄라블라’로 현재 174개의 매장을 운영 중이다. 롯데쇼핑의 ‘롭스’, 이마트의 ‘부츠’의 매장은116개, 27개이다.

올리브영은 한해에 매장을 200개에서 300개를 오픈하는 등 매장 수 확대에 집중하며 지난해 1000개점을 돌파했다. 이후 올해 들어서는 매장별 내실을 높이고, 매장간 경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출점 속도를 대폭 늦췄다. 그럼에도 나머지 여러 업체들을 합친 매장 수보다 약 4배 가까이 많다.

후발주자들은 올해 초 수립한 경영 전략에 따라 매장 수를 크게 늘리는 데 매진하고 있다. 유통마진으로 수익을 얻는 H&B스토어 특성상 매장을 늘려야만 대량 판매에 따른 '규모의 경제'로 수익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성장을 모토로 내걸은 타 업체들은 매장 수 증가는 커녕 감소했다.

GS리테일은 지난 3월 '왓슨스'에서 ‘랄라블라’로 변경하고 시장 점유율 확대에 나섰다. 올해까지 300여개로 매장을 늘리겠다고 했지만 이는 지켜지지 못했다. 당시 191개였던 매장 수는 지금까지 오히려 17개가 줄었다.

▲ 랄라블라는 지난 8월 온라인몰 리뉴얼을 모바일 어플을 론칭했다. 출처=GS리테일

다만 긍정적인 점은 랄라블라가 새롭게 론칭한 서비스들이 성과를 내고 있다는 점이다. 랄라블라가 지난 8월 리뉴얼 론칭한 전용 온라인몰은 2주만에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57% 늘고 일 평균 방문자도 123% 증가했다.

온라인 몰에서 구매한 상품을 전국 GS 25점포에서 받아 볼 수 있는 'GS 25 픽업 서비스'와 랄라블라에서 구매한 상품을 바로 택배나 퀵서비스로 배송 요청을 할 수 있는 '택배 서비스',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즉시 환급 서비스' 등 기존 H&B 업계에서 찾아보기 힘들었던 다양한 서비스를 시작해 차별화된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롭스도 지난 1월 선우영 대표가 새로 취임하면서 올해 50개 점포 출점을 목표로 매출을 50% 높이겠다는 목표를 내세운 바 있다. 그러나 지난해 말 기준 96개였던 매장 수는 지금까지 약 20개 더 증가하는 데 그쳤다. 매장 확대와 함께 매출도 50% 신장시키겠다고 했지만 매장 전략이 어려움에 부딪치면서 매출 목표도 현실화하기 어렵게 됐다.

▲ 롯데슈퍼의 '롯데슈퍼 with 롭스' 내부 모습. 출처=롯데쇼핑

그러나 롭스는 지난 7월 롯데슈퍼 내 따로 공간을 마련해 롭스를 입점시키는 '하이브리드형 매장'이 성과가 있었다. 20~30대가 주 고객인 H&B스토어에 30~40대를 위한 기초 화장품 등의 구색을 확대한 것이 특징이다. '롯데슈퍼 with 롭스' 매장 1호점은 운영 3개월 만에 방문객 수와 매출 신장률이 각각 8.5%, 15.4% 증가하는 성과를 냈다.

롭스 관계자는 “외형 성장도 중요하지만 내부 콘텐츠 역시 중요하기 때문에 고객들이 롭스에서만 구매할 수 있는 단독 상품에 주력해 콘텐츠를 키워나가고 있다”고 면서 “IT부문을 투자해 고객들이 오프라인이나 온라인 모두 편리하게 쇼핑할 수 있는 플랫폼인 O4O(online for offline) 서비스를 2020년까지 구축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마트가 운영하는 H&B스토어 부츠는 젊은 고객층이 밀집한 대학가와 지하철역 부근을 위주로 매장 수 확대에 나섰다.

부츠는 지난 9월 서울 이대점(20호점)을 연데 이어 홍대점, 교대점을 잇따라 오픈하고 서울 이태원과 대구 동성로에도 신규 점포를 오픈했다. 이밖에도 강동역과 선릉역, 신논현역 등 유동인구가 풍부한 지하철역 상권을 겨냥하고 있다. 부츠는 20대 고객 비중이 커지면서 고객 연령대가 낮아짐에 따라 젊은이들이 밀집한 지역을 위주로 매장을 오픈한 것이다.

▲ 명동점 '부츠' 매장의 전경 모습.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자연기자

또한 이마트는 올리브영 명동본점과 불과 1분 거리에 있는 곳에 부츠 매장을 열고 관광 상권 잡기에 도전했었다. 그러나 최근 부츠는 매장 오픈 1년여 만에 지난달 31일 문을 닫았다. 이마트에 따르면 부츠 명동점이 있던 건물을 리뉴얼해 삐에로쑈핑 명동점으로 재개장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마트 측은 "부츠 명동점은 플래그십 스토어 성격의 점포로, 부츠 사업 초기 브랜드를 알리는 테스트 차원에서 개점한 것"이라면서 "삐에로쑈핑이 명동 진출을 줄곧 타진해 왔지만 신규 부지가 마땅치 않았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들은 ”부츠의 대중적인 인지도가 매우 낮고, 한국에 들어왔다는 사실을 모르는 소비자도 많다“면서 ”야심차게 한국에 들어왔지만 별다른 실적이 나지 못한 부츠 명동점의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삐에로쑈핑을 입점한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강종현 롯데슈퍼 대표는 "온라인 시장의 급속한 성장과 최저임금 상승 등 내·외부 환경의 변화로 국내 유통업체가 과도기에 접어들었다“면서 ”앞으로 정체돼 있는 기업은 살아남을 수도, 버텨낼 수도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삐에로쑈핑 명동점은 현재 영업이 중단된 상태로, 리뉴얼 공사 뒤 연말 전후로 개장될 예정이다.

H&B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사드보복으로 인한 관광 상권의 침체와 장기화되는 경기 불황으로 시장 전체 규모의 기대감마저 낮아지는 분위기"라면서 “이미 시장을 선점한 올리브영을 다른 브랜드들이 감당해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