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성은 기자]나무에서 얻은 ‘나노셀룰로오스(Nanocellulose)’를 활용해 폭발 위험성은 낮으면서, 기존의 리튬-황 전지보다 수명이 세 배 이상 향상된 차세대 친환경 리튬-황 종이전지의 핵심 원천 기술이 세계 최초로 개발됐다. 형태를 자유롭게 변형해도 성능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 향후 상용화되면 웨어러블 디바이스는 물론 전기자동차 배터리를 비롯한 전기·전자, 생체의학, 첨단산업 분야 등에 활용도가 높을 전망이다.

▲ 산림과학원과 울산과기원은 기존 전지보다 폭발위험성은 낮으면서 수명과 유연성이 크게 향상된 친환경 소재의 나노셀룰로오스를 활용한 리튬-황 종이전지를 개발했다. 출처=산림과학원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원장 이창재, 이하 산림과학원)과 울산과학기술원(총장 정무영, 이하 울산과기원)이 공동 개발한 리튬-황 종이전지는 기존 전지가 열에 약해 폭발위험성에 문제가 됐던 플라스틱 분리막(음극과 양극을 분리하면서 리튬이온을 이동시키는 막)을 나무 세포를 얇게 쪼갠 나노셀룰로오스로 대체한 것으로, 고온과 충격 등으로 분리막이 파괴돼 폭발할 수 있는 위험성을 제거했다.

이선영 국립산림과학원 연구관은 “나노셀룰로오스는 나무에서 추출한 나노 크기의 셀룰로오스 섬유로, 일반 목재에 35~40% 정도로 구성됐다. 자연에서 쉽게 얻을 수 있으면서 재생 가능한 친환경 원료로 전지 원료를 대체한 것”이라며 “나노셀룰로오스 분리막은 전지의 양극과 음극의 단락(합선)을 방지하고, 미세한 구멍을 통해 리튬이온이 이동한다”고 설명했다.

산림과학원과 울산과기원에 따르면 리튬-황 전지는 리튬이온전지에 사용되는 코발트를 황으로 대체한 것으로, 에너지용량이 2배 이상이면서 원료가격은 1/35로 절감하는 장점이 있다. 다만, 황을 전극으로 사용하면서 충전과 방전을 반복하면 황부산물이 생성되는데, 이는 전지 용량과 수명을 급격하게 감소시키는 원인이 된다.

▲ 리튬-황 종이전지에 전구를 연결하고 전지를 구기는 실험. 출처=산림과학원

그러나 나무의 나노셀룰로오스를 이용한 리튬-황 종이전지는 분리막과 종이전극의 일체형 구조로 개발돼 황부산물의 발생을 억제시켜 기존 리튬-황 전지보다 수명이 세 배 이상 향상됐다. 또한 굽힘과 반복 시험에서 기존 리튬-황 전지보다 유연성이 2.5배 이상 크게 향상됐고, 심하게 구긴 상태에서도 전지 성능은 정상으로 나타났다.

울산과기원의 이상영 교수는 “기존 소재로 달성하기 힘들었던 높은 수준의 성능을 가진 리튬-황 종이전지를 구현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향후 몸에 착용해 사용하는 휴대전화 등 웨어러블 디바이스에서도 활용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에너지용량과 유연성이 향상된 리튬-황 종이전지는 향후 활용범위가 넓을 것으로 기대된다. 일례로, 리튬이온전지를 사용하는 전기자동차는 한 번 충전으로 서울에서 부산까지 약 400㎞ 거리의 편도 운행이 가능한데, 차세대 친환경 리튬-황 종이전지가 장착된 전기자동차는 한 번 충전으로 서울과 부산과의 거리를 왕복(약 800㎞)할 수 있다는 게 산림과학원과 울산과기원의 설명이다.

▲ 이선영 연구관이 7일 농림축산식품부 브리핑룸에서 리튬-황 종이전지를 설명하고 있다. 출처=산림과학원

이선영 연구관은 “스마트폰·디지털카메라 등 휴대용 전자제품에 사용될 경우, 형태 변형이나 고온에 의한 폭발 위험성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 무게 면에서도 기존의 리튬이온전지보다 절감돼 가벼우면서도 고용량 전지가 요구되는 드론과 같은 첨단산업에도 다양하게 쓰일 수 있다”고 전했다.

한편, 산림과학원과 울산과기원의 차세대 친환경 리튬-황 종이전지 기술은 이미 국내 특허가 출원됐으며, 해외 특허출원을 준비 중에 있다. 관련 내용이 실린 논문은 에너지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지인 ‘Energy&Environmental Science(에너지와 환경과학)’ 온라인 판(8월호)에 게재됐고, 연구결과의 중요성을 인정받아 표지논문으로도 선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