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장영성 기자] 현대·기아차가 동남아시아 최대 차량 호출 서비스(카헤일링) 기업 그랩에 역대 최대 규모의 투자를 결정했다. 이와 함께 내년부터 전기차(EV) 기반의 모빌리티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다.

▲ (왼쪽부터)앤서니 탄 그랩 사장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악수하고 있는 모습. 사진=블룸버그 뉴이코노미 포럼

현대기아차는 그랩에 2억5000만달러(약 2840억원)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7일 밝혔다. 현대차가 1억7500만 달러, 기아차가 7500만 달러를 각각 투자한다.

앞서 지난 1월 현대차가 그랩에 투자한 2500만달러를 합치면 현대기아차의 그랩에 대한 총 투자액은 2억7500만달러(3120억원)에 이른다. 이는 현대기아차가 외부 업체에 투자한 액수 중 역대 최대 규모다.

현대·기아차는 그랩과의 전략적 협력을 통해 미래 모빌리티 역량을 한층 강화하고 공유경제 분야 핵심 플레이어로 급부상한다는 전략이다. 지영조 현대기아차 전략기술본부장(부사장)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성장 지역 중 하나인 동남아는 전기차의 신흥 허브가 될 것”이라며 “그랩은 동남아 시장에서 전기차 보급을 확대하고 완벽한 전기차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최고의 협력 파트너사”라고 말했다.

그랩의 밍 마(Ming Maa) 그랩 사장은 “전기차 분야에서 현대차그룹과 전략적 제휴를 맺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며 “전기차는 지속 가능한 성장을 견인하고 경제적인 모빌리티 서비스 플랫폼을 구축하기 위한 최상의 접근 방식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기아-그랩, EV활용 신규 모빌리티 프로젝트 가동

현대기아차는 그랩과 함께 내년 싱가포르를 시작으로 동남아 주요국에 전기차를 활용한 신규 모빌리티 서비스를 가동하고 동남아 공유경제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든다. 최근 현대기아차와 그랩은 전략 투자 및 전기차 부문 협력을 위한 계약을 체결했다.

협력의 첫 단계로 내년부터 그랩 드라이버가 현대기아차의 전기차를 활용해 차량 호출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범 프로젝트를 싱가폴에서 시작한다. 프로젝트 시행을 위해 현대차는 내년 초 전기차 모델 200대를 그랩 측에 최초 공급한다.

기아차도 자사의 전기차를 추가로 공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그랩 소속 운전자들은 그랩으로부터 현대기아차의 전기차를 대여해 카헤일링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수익을 낸다.

▲ 현대차 싱가포르 전기차 모빌리티 연구용 아이오닉 일렉트릭. 사진=현대차

세계 3대 차량공유 시장 동남아

업계는 동남아시아 전기차 수요는 내년 2400여대 수준에서 2021년 3만8000대를 넘어서고 2025년에는 34만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와 함께 동남아시아 차량 공유경제 시장은 중국, 미국에 이어 세 번째로 큰 시장으로 평가된다. 지난해 기준 하루 평균 모빌리티 서비스 이용은 약 460만 건으로, 차량 공유서비스 선진시장인 미국의 500만 건에 육박할 정도로 성장했다.

3사 간 협력은 이러한 추세를 반영, 선제적으로 전기차를 모빌리티 서비스를 도입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3사는 프로젝트 동안 충전 인프라, 주행 거리, 운전자 및 탑승객 만족도 등을 자세히 분석해 전기차 카헤일링 서비스의 확대 가능성과 사업성을 타진한다. 이후 전기차를 활용한 차량 호출 서비스를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주요 국가로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현대기아차는 그랩과의 협업을 통해 전기차 드라이버 대상의 유지 및 보수, 금융 등 전기차 특화 서비스 개발도 모색하고 모빌리티 서비스에 최적화된 전기차 모델 개발을 위해서도 적극 협력할 계획이다. 또한 현대기아차와 그랩은 동남아의 전기차 보급 확대를 위해 충전 인프라 및 배터리 업체 등 파트너들과 새로운 동맹체 구축에도 적극 나서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