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승현 기자] 현대자동차의 신용등급이 부정적 전망으로 제시되면서 현대캐피탈과 현대카드도 좌불안석이다. 신용등급 강등이 현실화되지 않더라도 현대차그룹 계열 금융사들의 조달금리가 상승할 수 있다. 시장 상황이 녹록치 않기 때문이다.

▲ 현대캐피탈에 대한 현대자동차의 지원가능성. 출처=한국기업평가

현대차의 ‘부정적’ 전망은 국내 완성차 시장의 현재를 보여주고 있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현대차와 그룹 금융계열사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관련 제조업과 여타 금융사로의 ‘부정적’ 전망이 확대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6일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한국기업평가는 전일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의 신용등급 전망을 기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변경했다. 신용등급은 각각 AA+를 유지했다. 최근 3분기 실적발표 후 어닝쇼크를 겪은 현대자동차의 신용등급 전망을 하향 조정한지 5일 만이다. 한기평은 “대주주인 현대자동차의 등급전망이 변경되면서 계열사에 대한 지원 주체의 지원능력이 약화할 수 있는 점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한기평은 지난달 31일 현대자동차(AAA)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변경했다. 한기평은 “현대차의 사업경쟁력 약화로 수익창출력이 낮아져 실적 불확실성이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도 현대차의 신용 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조정했다. 

S&P(스탠더드앤푸어스)는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모비스 3사의 신용 등급을 기존 A-에서 BBB+로 하향 조정했다. 동시에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의 등급도 ‘BBB 안정적’과 ‘BBB+ 안정적’으로 한 단계 하향조정했다. S&P 역시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3사의 지원가능성 저하를 원인으로 꼽았다.

한기평은 보고서를 통해 “현대자동차의 신용등급이 하락하면 두 회사의 신용등급 하향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박광식 한기평 연구실장은 “이번 신용등급 전망 하락이 현 시장 상황에서는 조달금리의 상향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계열사의 지원가능성을 반영했을 뿐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의 자체신용도에는 변화가 없다”고 설명했다.

박 연구위원에 따르면 신용평가사들은 기업의 신용평가를 진행할 때 평가방법론을 활용해 경영환경, 기업경쟁력, 수익성, 현금흐름 등을 분석한다. 분석결과로 기업 자체 신용도를 평가한 뒤 계열사의 지원가능성을 반영, 최종신용등급을 결정하는 구조다. 이에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의 수익모델 등 변화에 따른 등급조정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 현대자동차가 글로벌 경쟁사들과 비교하면 최하위 레벨의 ROE 로 경쟁사 대비 열위한 수익구조를 보유하고 있는 부분은 등급상의 부담요인으로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출처=SK증권

SK증권에 따르면 현대자동차는 글로벌 경쟁사보다 저조한 수익성을 보인다. 주요 완성차 업체 신용등급과 수익성 추이를 살펴보면 현대차와 기아차의 부진한 수익성이 두드러진다. 자동차 업권 전반으로 수요둔화, 경쟁 심화로 수익성 유지가 어려워지고 있는 가운데 현대차 그룹의 생산성이 경쟁사보다 매우 열위한 상황이다.

김선주 SK증권 연구원은 “현대자동차의 등급이 하향 가능성이 충분하다”면서 “계열 지원가능성 저하에 따라 계열금융사의 신용도가 저하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계열금융사의 신용등급 하락 시 조달금리가 올라가고, 투자 부담이 생기는 등 어려움이 따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대차그룹의 수익성 저하에 따른 신용등급 하락은 국내 완성차시장 전체의 상황을 보여주는 것”이라면서 현대차만의 이슈가 아니라고 설명했다. 

한편, 나이스신용평가는 현대자동차의 행보를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다. 나신평은 “현대차·기아차가 3분기 이익 창출 감소에도 재고수준, 인센티브 등 주요 펀더멘탈 지표가 최근 개선되고 있다”면서 “4분기 이후 실적개선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펀더멘탈이 개선됐음에도, 주요 시장에서의 판매량이나 점유율, 이익 창출 규모 등 전반적인 사업실적이 기본전망을 밑돌 경우에는 신용도 하락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 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최중기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실장은 “현대자동차의 신용등급이 부정적이라는 것은 최상의 신용등급에 흠집이 생긴 것”이라면서 “그러나 현재 신용등급도 안정적으로 자금조달의 어려움, 조달금리 인상 등의 위험은 적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