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게임업체 텐센트가 비디오 게임을 하는 모든 사람의 신분을 확인해 어린이의 온라인 게임 시간을 엄격히 제한하겠다고 발표했다.    출처= 텐센트 어너오브킹(Honor of Kings) 게임샷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중국 게임업체 텐센트(Tencent Holdings Ltd)가 어린이의 비디오 게임 시간을 자발적으로 제한하는 조치를 전격 단행했다. 텐센트는 비디오 게임 이용자의 신분을 일일이 확인해 어린이의 온라인 게임 시간을 엄격히 제한하겠다고 발표했다. 특히 12세 미만 어린이의 경우 게임 시간을 하루 1시간으로 제한한다고 밝혔다.

선전(深圳)에 본사를 두고 있는 텐센트는 자사가 개발한 검증 시스템을 통해 게임 이용자들의 계정과 개인 정보가 일치하는지, 그리고 게임자의 신원과 연령대를 경찰 데이터베이스와 비교해 검사하며, 검증할 수 없는 계정은 자동 삭제시킬 방침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텐센트는 올해 말까지 10개의 모바일 게임에 대해 우선 시행하고 2019년까지 회사가 출시한 모든 비디오 게임과 PC 게임에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그 동안 국영 언론들이 강한 중독성과 폭력성 콘텐츠라고 비난해 온 비디오 게임에 대해 중국 권위주의 정부가 감독을 강화하면서 나온 가장 포괄적인 업계의 자발적 제한 조치다.

글로벌 시장조사회사 IHS 마킷(IHS Markit)의 첸유 쿠이 IHS Markit의 선임 리서치 애널리스트는 "텐센트의 이번 조치는 게임자의 신원을 확인하는 최초의 시도”라고 설명했다.

중국에서 게임을 즐기는 사람은 6억 명이 넘기 때문에 텐센트의 검증 시스템은 수억 명의 사람들을 검사해야 할 수도 있다.

이 검증 시스템은 지난 9월, 모바일 멀티플레이 롤 플레잉 배틀 게임 ‘어너오브킹’(Honor of Kings, 王者榮耀)에 처음 실행되었는데, 이 게임은 학생들이 밤 늦게까지 이 게임을 하느라 숙제도 하지 않는다고 알려질 만큼 진 중국인 학생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게임이다.

검증 시스템에 의해 신원이 확인되면, 12세 이하의 게임자는 하루 한 시간 동안만 게임을 즐길 수 있으며 밤 9시 이후부터 다음날 아침 8시까지는 게임을 할 수 없다. 13~18세의 게임자는 하루 2시간까지 게임을 할 수 있다.

텐세트측은 "어린이 게임 제한은 비록 작은 조치지만 사회 전체가 관심을 갖고 있는 중요한 일"이라며 “회사는 그에 대해 높은 수준의 책임과 의무를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이번 신원 확인 및 연령 제한 조치를 ‘건강 시스템’이라고 명명하고, 앞으로도 첨단 기술을 사용해 청소년을 보호하는데 앞장서겠다고 다짐했다.

비디오 게임은 텐센트 수익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회사는 올 3월, 정부의 규제 개혁 일환으로 시행된 새 게임 발매 동결 조치로 큰 타격을 입었다. 회사의 경영진은 정부의 새게임 발매 동결 조치가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회사는 지난 8월 2분기 실적 발표에서 수익이 전년에 비해 2% 하락했는데, 회사의 수익이 하락한 것은 2005년 이후 처음이다. 애널리스트들은 오는 14일 발표될 예정인 3분기 실적도 정부의 동결 조치로 크게 하락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어린이 게임 제한 조치를 발표한 5일 텐센트의 주식은 4% 하락한 292.40 홍콩 달러를 기록했는데, 이는 올 1월 정점에 비해 거의 40%나 하락한 수준이다.

중국 소셜 미디어에는 모험을 좋아하는 어린이들은 부모나 다른 어른들의 전화를 빌려 텐센트의 게임 제한 조치를 피해 나갈 것이라는 댓글이 쏟아졌다.

한국에서도 과거 몇 년 동안 게임에 연령 제한을 둔 적이 있었지만, 게임에 빠진 어린 게임자들은 이 시스템을 우회하는 방법을 쉽게 찾아 효과를 보지는 못했다.

텐센트는 이에 대한 공식 언급은 자제하며 자세한 내용은 나중에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회사는 지난 달 어너오브킹으로 테스트할 때 게임자의 나이와 신원을 확인하기 위해 안면 인식 소프트웨어를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의 데이터 리서치 회사 콘텍스트 랩(Context Lab)의 윌리엄 리 선임 연구원은 "텐센트가 내놓은 중독 방지 조치가 이 산업 전체의 기준이 될 것"이라며 "작은 회사들도 비슷한 기준을 따를 수밖에 없을 것이며, 결국 엄격해진 규제로 인해 전체 게임 산업이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관영 인민일보는 텐센트의 이날 발표가 있기 전인 지난 주 "텐센트의 어너오브킹 검증 시스템은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수행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보여주는 조치"라며 호평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