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지난 6월 AWS 공공부문 서밋을 취재한 바 있습니다. 당시 많은 세션이 열렸는데 핵심 아젠다는 클라우드 기술이 데이터 서버와 비교해 보안기술이 더 뛰어나다고 강조한 테레사 칼슨 AWS 공공부문 총괄 부사장의 호언장담이었고, 다음으로는 AWS가 미국 기업이라 한국 공공부문에 적합하지 않다면 싱가포르와 중동 등 다양한 나라의 AWS 도입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를 묻는 피터 무어 AWS 아시아태평양 지역 공공부문 총괄의 반문이었습니다. 이와 관련해서는 다양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여기서 갈음하겠습니다.

 

이와 별도로 누군가 저에게 클라우드와 AWS에 대한 논의 외 또 다른 핵심 아젠다를 묻는다면, 저는 지체없이 톰 소더스톰 미 항공우주국 제트 추진 연구소 IT 총괄이 진행한 세션을 말할 것 같습니다.

그는 “바다의 서퍼처럼 우리도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기술을 활용하고 즐길 줄 알아야 한다”면서 “파도가 적절해야 서퍼가 힘을 받을 수 있듯이, 적절한 기술을 부드럽게 타고 넘어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무슨 뜻일까요. 그는 즉석에서 세션을 듣는 사람들의 직업군과 속한 직장의 규모 등을 간단하게 설문조사한 후 “여기에 모인 사람들은 ‘어떻게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가?’라는 고민에서 모든 해결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의 주장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서비스를 포함한 기술은 이미 다양하게 전개되고 있으며, 이제 관건은 이 기술들을 어떻게 조합하고 배합해 새로운 시너지를 낼 것인가'

서퍼에게 파도는 이미 존재하는 기술입니다. 관건은 얼마나 멋지고 재미있게 파도를 넘는 것이냐죠. 즉 톰 소더스톰 총괄은 산재해있는 기술을 빠르게 하나로 모으고 이를 실시간으로 배합하는 것이 중요한 시대가 되고 있으며, 이 대목에서 클라우드의 존재감이 발휘된다는 주장입니다. 이미 인간을 위한 서비스 플랫폼과 콘텐츠는 충분히 등장했고, 이 대목에서 중앙 집중형이 아니라 블록체인 탈 중앙화 플랫폼을 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시그마체인 곽진영 대표의 말이 오버랩되는 순간입니다.

▲ AWS 공공부문 서밋이 열리고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최진홍 기자

카풀 자체는 혁신적 플랫폼 아니다
카카오 모빌리티가 전개하는 카풀을 둘러싸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카카오는 초기 인터넷전문은행의 성공적인 출시, 카카오택시의 고무적인 행보 등을 통해 구사업의 불편함을 해소하는 한편 산업 종사자의 처우 개선을 꾀했던 경험을 반추하며 카풀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봤을 겁니다. 그러나 글로벌 온디맨드 플랫폼 우버를 물리치고(?) 택시회사로부터만 정보를 받는 택시기사, 정확히는 택시업계의 반발은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이었습니다. 카카오 내부에서는 '충분히 짐작했다'는 반응이지만, 그 미래가 마냥 편해 보이지는 않습니다.

이 대목에서 카카오 모빌리티를 중심으로 하는 IT 업체들은 '혁신산업'이라는 프레임을 겁니다. 우버와 디디추싱 등이 글로벌 모빌리티 시장을 장악하는 상황에서 우리도 카풀을 매개로 진정한 모빌리티 혁신을 일으켜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택시업계의 반응입니다. 택시업계는 "우리가 주체가 되어 IT 혁신을 이루겠다"고 말합니다. 최근 T맵택시 고도화에 나서는 SK텔레콤과 적극 협조하는 장면도 결국 모든 변화의 주체가 택시, 즉 자기들에게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더 흥미로운 행간을 읽을 필요가 있습니다. IT업계는 카풀을 혁신이라고 말하고, 택시업계는 "그 까짓(?) 혁신, 우리가 자체적으로 할 수 있다"고 말하는 부분. 택시업계의 주장에는 결국 '카풀=대단한 혁신'이라는 등식이 성립되지 않습니다. "IT업계가 카풀이라는 혁신을 일으킨다고? 그 정도는 우리도 할 수 있어"라는 의식이 깔렸습니다. IT의 혁신은 굳이 카풀로 끌어낼 수 있는 것이 아니며, 그에 준하는 혁신은 자체적으로 할 수 있다는 믿음. 승차거부 그만 하라고 아무리 외부에서 말해도 절대 고쳐지지 않는 상황에서 '혁신'을 얼마나 잘 할 수 있을지 의문이지만, 최소한 택시업계는 카풀은 혁신도 아니고, 승차거부 자정활동에 소요되는 리소스 이상도 들어가지 않는 쉬운 일인겁니다.

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일찌감치 카풀 반대를 외친 가운데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내부도 최근 분위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카풀 대책 태스크포스(TF)가 지난 1일 첫 회의를 연 가운데 "카풀을 혁신으로 봐야 하는가"라는 기류가 강했다는 후문입니다. 생각해보면 지난달 24일 정부가 발표한 혁신성장과 일자리 창출 지원 방안에서 신 교통이라는 단어는 나왔지만 카풀이라는 단어는 보이지 않습니다. 카풀이 과연 혁신인가? 이 부분에 대해 진도가 나가지 않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카풀은 혁신산업이 아닙니다.

▲ 정주환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출처=이코노믹리뷰DB

시야를 넓혀 모바일 비즈니스 전반을 봐도 마찬가지입니다. 배달의민족이나 요기요가 하는 배달앱이 혁신적인 서비스일까요? 야놀자와 여기어때, 직방과 다방이 하는 플랫폼 비즈니스를 혁신으로 볼 수 있을까요? 이들을 국가에서 전략적으로 육성하며 구산업 생태계를 희생시킬 가치가 있는 것일까요? 혁신이라는 가이드 라인 자체가 상당히 모호하기 때문에 누가 딱 잘라 말하기는 어렵지만, 일반적이고 대중적인 관점에서 보면 이들 서비스는 사실 혁신과는 거리가 멉니다. 기술적 측면에서 봐도, 플랫폼 비즈니스는 그 자체로 혁신이라 불리기에 어렵습니다. 기존 존재하는 비즈니스를 모바일로 쉽고 편안하게 연결해준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 과정에서 매끄러운 사용자 경험만 제공할 뿐, 이는 장기적인 킬러 콘텐츠가 될 수 없습니다. 그냥 누군가 더 편안한 서비스를 제공하면 단박에 사라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재웅 대표의 쏘카 자회사인 VCNC의 타다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쏘카 자체가 사실 큰 혁신인가요? 그냥 모바일 렌터카 업체라고 보면 됩니다.

타다도 마찬가지입니다. 플랫폼에 고용된 드라이버가 고객을 받는 구조입니다. 고객이 호출하면 데이터 기반 ‘바로 배차’ 시스템을 통해 근방에서 가장 먼저 도착할 수 있는 차량을 바로 배치하고 최적 경로를 통해 효율적인 이동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설명입니다. 결제도 신용카드를 등록하면 간편하게 처리할 수 있고 자동차도 승용차가 아닌 11인승 승합차가 편안히 운행됩니다. 여기서 어떤 특이점이 있나요? 지금 일반 렌터카 업체를 사용하면 기사가 제공되는 서비스를 받을 수 있습니다. 전화해서 '렌트할게요'라고 말하는 것과 타다 앱을 통해 콜을 부르는 장면만 다릅니다. 물론 타다를 사용하면 참 편안하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딱 거기까지입니다. 편안한 사용자 경험이 혁신일까요? 이대로면 오래가지 못합니다.

VCNC가 커플앱 플랫폼 회사였다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VCNC가 타다를 몇 개월만에 출시했다는 것은, 결국 이들이 말하는 혁신 플랫폼 사업은 '누구나 할 수 있는 비즈니스'라는 설명도 가능합니다. 여기에 혁신이 있다? 그렇게 말하기는 어렵죠.

오히려 이러한 플랫폼 비즈니스는 온디맨드 관점에서 보면 속도조절이 필요합니다. 막무가내로 추진하면 사회의 '독'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공유경제를 온디맨드와 혼돈하는데요. 정부도 비슷한 생각으로 보여 절망적입니다. 공유경제의 핵심은 유휴자산을 분배해 합리적으로 소비하는 구조인데, 이런 그림은 중앙집중형 플랫폼과는 거리가 멉니다. 오히려 탈 중앙화의 블록체인이 제격입니다. 중앙집중형 플랫폼이 존재하며 영리를 추구하는 순간 개인과 개인이 유휴자산을 나누며 소비하는 진짜 공유경제의 의미가 퇴색되기 때문입니다.

정부와 공유경제 플레이어들은 이 부분을 명심해야 합니다. 여러분은 공유경제가 아닙니다. 온디맨드입니다. 그리고 온디맨드는 그 자체로 혁신이 될 수 없습니다. 오히려 사회적 불평등을 더욱 심화시킵니다. 수요와 공급을 자유자재로 운용하기 때문에 부의 불평등만 심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택시업계가 카풀을 두고 카카오 모빌리티를 규탄하는 맥락도 여기에 있고, 우버가 글로벌 경제위기 후 세계에서 가장 경제적 불평등이 심한 도시 2위던 샌프란시스코에서 시작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카카오 모빌리티는 물론 T맵택시, 숙박, 부동산 등 모든 플랫폼 사업자들은 혁신의 탈을 벗어야 합니다. 혁신이 아닌, 오히려 사회의 독이 될 수 있는 리스크가 있는 온디맨드 플랫폼이기 때문입니다. 만약 택시업체가 ICT 혁신을 진짜 이룰 수 있다면 "카풀이 우리 사회에 필요하다"는 카카오의 주장은 정부의 지원이나 국민의 지지를 받을 이유가 사라집니다. 지원과 지지를 달라고 말한다면 이는 사기업의 횡포입니다.

▲ 카풀 반대집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임형택 기자

그러나...
카풀은 혁신이 아니고 모바일 플랫폼 비즈니스도 그 자체는 혁신이 아닙니다. 따라서 정부 등 제3자에게 무언가를 호소할 동력은 크게 약화됩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온디맨드의 기술도 비즈니스 모델도 혁신이 아니기 때문에 오히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산업의 혁신이 될 수 있습니다.

톰 소더스톰 미 항공우주국 제트 추진 연구소 IT 총괄의 세션으로 돌아가겠습니다. 그는 클라우드라는 기술의 혁신을 말한것이 아닙니다. 물론 클라우드의 경우 기술 자체도 혁신의 범주에 들어가지만 그가 주목한 것은 기술의 전개, 즉 2차 활용에 있습니다. 현존하는 기술을 클라우드로 어떻게 조합하거나 배합할 것인가. 이를 통해 무언가를 얻을 수 있을 것인가.

카풀을 보면, 카풀 자체는 혁신이 아닙니다. 그러나 카풀을 통해 필요이상으로 과대생산된 자동차의 숫자를 줄이고, ICT 기술로 적재적소의 이동 서비스를 줄 수 있다면 혁신이 됩니다. 박재욱 VCNC 대표는 간담회에서 이동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자동차가 많아진 현상, 이에 따른 불합리함을 서비스 출시의 당위성으로 삼았습니다. 박 대표는 “서울에만 작년 기준 310만대의 차량이 움직이고 있으나 이동의 사용자 경험은 더욱 나빠지고 있다”면서 “영국 왕립자동차클럽재단의 84개 도시 대상 조사 결과 평균 주차시간은 95.8%에 이른다. 자동차 운용 효율성이 낮다. 극단적으로 5%의 차량이 24시간 돌아간다면 큰 문제가 없다는 뜻”이라고 말했습니다.

자동차의 숫자가 늘어나면 이동의 편의성이 높아져야 하지만, 실제로는 대다수의 차량이 주차로만 방치되며 효율성이 낮아지고 있다는 문제의식입니다. 박 대표는 차량공유를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본겁니다. 이렇게 되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카풀 자체는 혁신이 아니지만, 카풀로 인해 파생될 수 있는 다양한 가치가 혁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뜻입니다. 여기에 데이터 확보가 충분한 자양분이 될 수 있습니다. 카풀이 전체 모빌리티의 틈새시장에서 버려지는 일반인의 이동 데이터를 확보할 경우, 전에 없는 새로운 혁신도 꿈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카풀을 통해 모빌리티 전반의 생태계가 더 단단해지면 자연스럽게 2차 활용, 즉 자율주행차와 스마트시티의 가능성이 부상할 수 있습니다. 모든 정보는 연결되며 대중교통이 수행하던 영역을 개인화 이동 플랫폼으로 풀어내는 것은 혁신 그 자체로 볼 수 있습니다. 나아가 모든 데이터를 취합해 새로운 가능성을 타진한다면? 혁신이라는 단순한 단어로 담아내기에는 미안할 정도의 대격변도 꿈이 아닙니다.

카풀의 상징성도 여기에 있습니다. 카풀은 전체 모빌리티에서 극히 일부일 뿐입니다. 만약 기술의 2차, 3차 진화 가능성을 제한하면서 단순하게 '카풀이 혁신은 아니다'라는 프레임에만 갇히면 국가 기간 인프라로 발전하는 새로운 시대를 절대 볼 수 없게 됩니다. 이번 카풀 사태를 겪으며 '우리 사회가 얼마나 길게 볼 수 있는가'라는 평가를 내려야 하는 이유기도 합니다. 물론 온디맨드의 리스크는 여전하지만, 우리는 더 큰 미래를 볼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