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견다희 기자] 아웃도어는 등산, 골프라는 공식이 깨지면서 다소 소강상태를 보여 온 스포츠 시장에 변화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소비자들의 라이프스타일의 변화와 함께 젊은층을 중심으로 요가, 러닝, 라이딩, 낚시, 요팅, 클라이밍 등의 다양한 스포츠 활동이 각광을 받으면서 시장이 활성화 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섬유산업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아웃도어 포함 스포츠웨어 시장 규모는 7조원 초반대로 추정된다. 이는 9년 전인 2009년에 비해 2.5배 증가한 수치다. 연평균 10% 성장률이다. 불황을 벗어나지 못하는 국내 패션시장에서 뚜렷한 성장세를 보이는 스포츠웨어 시장에 너도나도 진출하는 이유다.

▲ 지난해 아웃도어를 포함한 스포츠웨어 국내 시장 규모는 7조로 9년전인 2009년과 비교해 2.5배 증가했다. 출처= 한국섬유산업연합회

주52시간 근무제의 영향으로 퇴근 후 시간을 이용한 동호회 활동이나 개인 스포츠 활동을 즐기는 사례도 급증하고 있다. 과거와 달리 레포츠도 다양화되고 있다. 러닝, 라이딩, 요가, 필라테스 등 일상생활에서의 스포츠 활동이 크게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스포츠 룩의 일상화는 시장 성장의 핵심이다. 전 세계적으로 스포티즘 열풍이 불면서 일상에서의 착장 또한 스포츠 룩이 뒤덮고 있다. 주목되는 점은 최근 2~3년 사이 애슬레저(애슬레틱+레저), 스트리트 스포츠 등의 다양한 이름으로 연령대를 막론하고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여성의 스포츠 인구 확산도 주효했다.

스포츠기업 관계자는 “과거 레저 활동이 경기나 스포츠 종목, 등산, 골프라는 한정적인 활동에 국한됐다면 최근에는 일상생활 속에서 할 수 있는 모든 활동으로 급변화하고 있다”면서 “특히 레저 활동 인구가 지속적으로 늘어나면서 스포츠 라이프스타일 시장 세분화와 전문화가 동시에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여성 스포츠 인구 확산

이 같은 스포츠 시장의 확대를 부추기고 있는 것은 단연 여성 스포츠 인구의 증가를 꼽는다. 과거 여성들은 대부분 관람 스포츠에 머무는 경향이 많았다. 또 요가, 헬스 등 인도어 스포츠를 즐겼다. 그러나 최근 테니스, 골프, 러닝, 워킹 등의 활동을 위해 밖으로 나오고 있다. 특히 남성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바이크 뿐 아니라 낚시에 이르기까지 취미 스포츠 생활이 익스트림화 되고 있다.

스포츠웨어 업계 관계자는 “이미 국내에서 개최되는 각종 스포츠 대회는 여성들의 참여가 두드러지고 있다”면서 “각종 마라톤이나 러닝 대회에는 여성 인구가 40~50% 비중을 차지하고 여성만을 대상으로 하는 대회도 많다”고 설명했다.

▲ 주 1회 30분 이상 운동하는 여성은 2012년 40%, 2013년 43%, 2014년 52%로 점점 늘고 있다. 출처=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주 1회 30분 이상 운동하는 여성은 2012년 40%, 2013년 43%, 2014년 52%로 점점 늘고 있다.

이로 인해 눈에 뜨는 성장세를 보이는 시장이 바로 애슬레저다. 애슬레저는 피트니스 웨어 또는 짐웨어로 불린다. 여성층을 주요 고객으로 이미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거대 시장으로 발돋움했다. 국내 역시 스포츠 브랜드뿐 아니라 전문 브랜드들이 가세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스포츠웨어 시장이 남성의 전유물이었지만 최근 스포츠 활동을 즐기는 여성 인구가 증가하면서 시장이 세분화되고 전문화 되고 있다”면서 “차세대 동력 부문으로 떠오른 스포츠웨어 시장을 두고 업계의 치열한 경쟁이 한창”이라고 분석했다. 

전문화 · 세분화로 승부수

스포츠 웨어 브랜드들도 토털 스포츠를 추구하기 보다 소비자들의 변화된 라이프스타일에 발맞춰 특정 분야에 전문성을 높여 승부수를 띄우고 있다. 그 중 ‘뉴발란스’, ‘데상트’, ‘스파이더’가 눈에 두드러지는 전략을 보여주고 있다.

뉴발란스는 여성 스포츠 시장이 확산되면서 여성 전용 매장 ’뉴발란스 우먼스‘를 확대하고 있다. 지난 2016년 론칭한 우먼스는 현재 7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뉴발란스 관계자는 “내년까지 20여개 매장으로 확대해 여성 스포츠 인구를 지속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라면서 “매장에서 러닝이나 피트니스 등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확대하고 일상속 스포츠 라이프를 전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데상트는 신발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데상트는 지난달 22일 600억원을 투사해 부산에 대규모 글로벌 ‘신발 R&D(연구개발)센터’를 열었다. 신발 R&D센터는 소비자연구실, 인체역학 연구실, 소재·디자인연구실, 제품개발실 등 단계별 연구부서부터 400m 트랙, 경사 트랙, 풋살장, 농구장 등 필드 테스트 공간까지 제품 개발을 위한 모든 시설을 갖추고 있다.

신발 R&D센터 오픈식에 참석한 김훈도 사장은 “세상에는 없는 데상트만의 신발을 개발할 것이다”면서 “특히 45억 인구의 아시아인에게 최적화된 신발을 개발하고 급성장하고 있는 아시아 스포츠 시장을 가장 먼저 장악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스파이더는 이전 스포츠 종목에서 탈피해 스포츠 클라이밍과 격투기 등 차별화된 콘텐츠를 개발하고 있다. 한강 클라이밍 챔피언십, 얼티밋챌린지, 주짓수 대회 등을 개최해 카테고리 전문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스파이더는 초기 스포츠 클라이밍 콘셉트의 제품으로 기술력과 디자인으로 마니아층을 확보했다.

▲ 뉴발란스는 여성 스포츠 시장이 확산되면서 여성 전용 매장 ’뉴발란스 우먼스‘를 확대하고 있다. 지난 2016년 론칭한 우먼스는 현재 7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출처= 뉴발란스

삼성물산 패션부문도 스포츠웨어 브랜드 대열에 올라탔다. 지난 8월 빈풀아웃도어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빈폴스포츠로 변경했다. 아웃도어 브랜드 이미지를 벗고 활동성과 실용성을 추구하는 기능성웨어로 변화를 시도한 것이다.

더불어 미국 러닝 전문 브랜드 ‘브룩스 러닝’의 국내 판권을 취득하고 의류 라이선스를 별도로 획득해 자체 기획·생산하고 있다. 브룩스 러닝은 웨렌 버피이 투자해 ‘워렌 버핏 운동화’로 잘 알려져 있으며 미국 러닝 시장 점유율 1위, 세계 3위 전문 러닝화 브랜드다.

삼성물산은 지난 8월 토리버치의 스포츠 라인인 토리 스포츠 팝업스토어를 압구정 갤러리아 백화점 명품관과 청담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선보이기도 했다.

LF의 아웃도어 브랜드 라푸마도 최근 브랜드를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탈바꿈했다. 그간 선보이지 않은 수영복, 낚시 조끼, 원피스 등 아웃도어 외 다양한 활동과 일상생활에서 입을 수 있는 품목을 선보였다. 또 브랜드 모델로 아이돌 세븐틴을 발탁했다.

글로벌 브랜드의 국내 상륙도 이어지고 있다. 유럽 스포츠웨어 브랜드 ‘데카트론’은 지난 9월 인천 송도에 트리플스트리트에 국내 첫 매장을 열었다. 캠핑, 낚시, 피트니스, 사이클링, 수영 등 총 40여개 스포츠 종목과 4000여개의 스포츠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일상 속 스포츠, 모두의 스포츠’를 지향하는 데카트론은 전 세계 46개국에 1414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경기불황으로 새로운 먹을거리를 찾기에 목마른 업체들도 스포츠웨어에 출사표를 던지면서 레드오션으로 변해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브랜드가 계속해서 늘면서 출혈경쟁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시장의 성장성만 보고 밀레의세번드 브랜드 엠리밋은 지난해 등산 위주에서 생활 스포츠를 아우르는 종합 스포츠 브랜드로 전환했지만 성과는 미미하다. LF도 지난해 2월 질스튜어트 스포츠를 내놓고 스포츠웨어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아직 큰 주목을 끌지 못하고 있다.

언더아머 역시 지난해 1월 직진출 했지만 초반 반응이 신통치 않았다. 언더아머 측은 2019년까지 매출 8000억원을 달성해 나이키와 아디다스가 주도하는 업계 판도를 바꾸겠다는 목표지만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뭐든 잘된다고만 하면 앞다퉈 시장에 뛰어들어 국내 스포츠웨어 시장도 마찬가지로 레드오션으로 돼 가고 있다”면서 “그저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제품에 세문화, 세분화 등으로 승부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